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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실질적인 데뷔작<3인조>의 치욕에가까운 참혹스런 대실패이후.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공동경비구역JSA>를 크게 성공시킨다. 이후 기세를 몰아 야심찬 계획아래 수년에걸쳐 3연작으로 선보인 '복수'시리즈 '복수는 나의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중 그 첫작품이 이영화였고 알고보면 세작품중에 구성력에있어 가장나은 호평을 받았으나 관객동원에선 셋중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영화다. 복수극3부작의 1편<복수는 나의것>은 그어떤 박찬욱 영화보다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폭넓게 담고있는데, 치안대책에대한문제,수술비를벌기위해 장기를떼어내는 극빈층실태,기득권사회에 항변하는 무정부주의 조직의 움직임.심지어 고용자와 피고용자간의 노동갈등까지담겨있다.
과거 JSA로 국내영화제 감독상 수상자리에서 국가보안법폐지를 정부에 요구하면서 사상검증이 필요한 감독으로 우파로부터 맹비난을 받기도했던 박찬욱은 한국의 대표적인 활극감독3인(김지운.봉준호.박찬욱)으로 분류되고있다. 박찬욱은 영화속에 유난히 진보적성향을 담고있고 봉준호는 초딩이봐도 알법한 반미색채를 꾸준히 그려온다. 민노에서 진보로 당적을 옮긴 봉준호와 영화배우 문소리를 포함해 박찬욱까지 세사람은 현재 진보신당의 당원이기도하다.
아주 잠깐만 샛길로 빠져 봉준호감독 얘기좀 하자면, 열악하다 못해 피폐한 환경에서 고도의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현실을 그린<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들에게 최종적인 절망을 전달하는 존재는 미궁의 살인범이아니라 미국의 서류였다. 국내에 유전자감식기술이 전혀없던시절, 한가닥 희망을걸수밖에없던 미국의 분석은 유전자 불일치와 무죄추정으로 결론지어 통보된다.
<괴물>같은 경우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반미영화다. 봉준호 자신도 반미를 표방하고 나섰다. 소재자체가 미국연구원들이 한강에 무단방류한 포르말린에 의해 변종된 괴물과의 싸움이다. 그속에 펼쳐지는 친미언론들의 여론조작, 정치권의 개악, 군과 공무원의 절정에 다다른 부패현실. 이미 우리가 알고있는사실을 떠나 또다른 반미중의 반미라할수있는 '중동' 카메오까지 등장해 감독자신주장의 힘을 덧붙인다.
괴물 안본 봉팔회원들없지만 흔하게 넘길수있는 장면하나를 되돌려보자면, 괴물이등장해 난장판이된 한강 피난객들속에 머리를 노랗게 탈색한 중동인을 기억하는 사람있을지 모르겠다. 그 별것아닐것같은 중동출신 단역이 나중에 송강호와 꼬쟁이를 맞들고 미국이 만든괴물에 맞서는 장면이 아주아주 잠깐나온다. 이렇듯 봉준호는 누구나 흔하게 스쳐보낼 순간에도 미세한반미를 적용해 <화씨911> 보다도 더 극심한 정치적 반미영화를 탄생시켰다. 헐리웃과 노골적경쟁자로 쌍벽을 이뤄온 프랑스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역대 프랑스내 한국영화 개봉사상 가장많은 극장과 스크린을 제공해주며 은연중 지지를 보내주기도했다.
<복수는 나의것>은 딸을 납치당해 차가운시체로 맞이한 송강호와 사건의 주범인 신하균,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공범 배두나가 송강호에게 권선징악을 당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유리주물공장에서 고된일을 해온 신하균이 부당하게 해고되는내용으로 시작한다. 더군다나 말못하는 농아인그는 신부전증을 앓는 누나의 수술비를 마련키위해 동분서주 뛰어보지만 방법이없다. 자신의 장기를 팔기도하지만 오히려 장기만 띄인채 사기만당한다. 고립무원 상태에놓인 신하균은 배두나의 설득으로 자신을 해고시킨 공장장의 딸을 납치하기로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공장장을 미행한끝에 그의 어린딸을 납치하긴했지만, 공장장이 아닌 그의 비서격인 송강호를 공장장으로 오인하여 그의 딸을 납치한것이다. 납치한 이들역시 자괴감을 느끼고 반성하는 과정을 내용에 담았지만 워낙에 큰죄이기에 그다지 동정이가진않는다. 박찬욱역시 냉소적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쨌든간에 누나의 수술비는 마련해야하니 송강호에게 돈을 넘겨받지만. 자신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것을 알게된 신하균의 누나는 자기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직까지 딸을 돌려받지못해 카오스상태에 빠진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신하균역시 누나를 잃고 절망의 늪에 잠겨버린다.
신하균과 배두나는 생각보다 납치한 꼬마여자애를 동생처럼 잘돌봐주었다. 누나의 수술비를 위해 납치하였고 돈까지 건지며 이제는 아이만 송강호에게 보내주면 모든프로젝트는 마무리 되는것인데 누나가 자살해버려서 말짱도루묵이 되버렸다. 그래도 아이는 보내줘야하니 약속장소인 한적한 강가에 데리고나가 잠시한눈을 판순간 아이가 물속에 빠져익사해버린다. 가슴이 한없이 내려않을정도로 파국과 파국이 이어지는 영화가<복수는 나의것>이다.
여기서 놓칠수없는 박찬욱의 정치적 핵심키포인트가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배두나의 배역이다. 송강호가 피와 정의의 이름으로 신하균 배두나를 처단하지만, 그는 영미라는 캐릭터로인해 인생반전을 맞게된다. 배두나가 연기한 영미라는 인물은'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란 강성운동권 소속이다. 영미는 이작품에서 제3의 주인공격으로서 최다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영화내내 보수화에 점령된 대한민국을 꾸준하고도 줄기차게 비판한다.
영화의 마지막엔 송강호가 연기했던 동진이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 노동자들의 혁명재판을 받는다. 그들이 동진을 한 번씩 찌르고 가슴에 단도로 박아놓은 판결문에는 같은 동맹 소속원인 영미를 피살한 죄를 물어 '혁명의 이름으로' 동진에게사형을 언도한다고 쓰여 있다. 동진은 '왜 그래'를 힘없이 중얼거리며 비참하게 죽어간다. 이 마지막 장면은 박찬욱 복수극3부작<친절한 금자씨>의 처형 장면을 연상시킨다. 거기에서는 아이를 유괴당해 잃은 평범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온갖 끔찍한 무기를 준비해 죄인을 인정사정없이 난자한다.
이작품속에선, 평범해 보이는 노동자들이 한번씩돌아가며 기득권삶을 살았던 송강호를 찌른다. 물론 그는 기득권이아니라 공장장의 비서였을뿐이다. 이조직원들은 송강호가 자신들의 정치적동지인 영미를 죽였을뿐아니라 실제로 노동자들의 적으로 등장하는 공장장이었다고 착각했던것으로 보여진다. 신하균과 배두나가 실수로 송강호의 딸을 납치했던것처럼. 물론 마지막 장면의 해석은 나만의 주관적 생각이다.
죽어버린 딸의 납치에대한 복수를 해주지않는 국가, 또다른 국가를 꿈꾸는 자들이 표출하는 기득권 사회에대한 복수. 그내면에 실타래처럼 꼬인 오해들. 결국 양측모두 딸과 동료를 잃은 것뿐 어떠한 이득도 없는 각자의 허무한 복수로 일괄된다. 나에게<복수는 나의것>은 감독본인이 전통적으로 가지고있던 리버럴한 관념에 잔혹한 액션을 덧씌워 표현했던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정치적인 애매모호한 영화다. 과연복수는 누구의 것일까.
(날려쓰다보니 오타가 대박으로 많았음. 일일이 수정했으니 이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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