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자전거로 두물머리를 씽씽했다. 정약용이 살던 강 저편 조안면에 큰고니가 수십마리가 앉아 있다. 2백미터가 넘는 거리라서 폰카메라로 안잡힌다. 포기하고 그냥 씽씽, 인파가 드물고 후미진 곳으로만 미끄러졌다.
으잉, 움푹 패인 자리에 스무여나무 마리가 물가에 떠 다닌다. 길에서 열 발짝 거리다. 멀리에서의 예의 흰 빛과는 유다른 유백색 몸통에 수묵 붓질을 하였는지 목덜미가 재색이다. 집에서들 키우는 거위 두배 만한 놈들이다.
헉, 다들 숨막히는 경험들이 있었을 게다. 멋지구나 스친 여자사람을 다탁 앞에 두고 앉게 되었을 때... 박경리 같은 대가도 서희에 대한 자신의 묘사가 모자라다 여겼는지 숨이 막힌다 글막음한 적이 있다. 서희가 회령에서 왜놈 박래품 상점에 들어갔을 때 장면이 그러하다.
이놈들이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당당했다. 아, 품격이란 이런거다. 지나가는 젊은 부부가 입막음을 하기 전에 꼬마들 방언이 터졌다. 시끄럽다는 듯 미끄러지며 채비를 한다. 열 마리 남짓 줄을 서더니 악장의 지휘 젓가락을 보았을까 하는 순간에 날아 올랐다. 첼로며 바이얼린 활이 앞서거니 되밀리며 서걱이는 데 빛나기로는 플륫 키와 트럼본 슬라이드였다.
얼마가 지났을까? 이삼분, 숨막히는 이삼분은 영원과도 같다. 나머지 예닐곱이 줄을 서며 뜸을 들인다. 커튼콜인가? 주억거리는 고개짓 마다 조마조마했다. 내 심사를 모르는 악장이 긴목을 기우뚱 앞 내뻗으니 나머지도 꾸억꾸억 겨울하늘로 내닫는다. 설핏한 서녘 저녁 하늘로 너울너울 들어 선다. 속으로만 되뇌었다. 내 다시 이런 장엄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넣어둬.
이모티콘놀이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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