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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23년 지난, 2018년 하고도 어제, 10월 21일 전격적으로 아들놈 단발을 단행했다. 날고등어 1년차 아이넘 인중을 밀어 버린거다.
혼자 하긴 떨렸던지 시범을 보이란다. 제 몸에 칼 대는 게... 시범을 보고 나서도 안되는 지 면도기를 내게 넘긴다. 수염이랄 것도 아니고 하늘하늘 앳거웃같아서 쉐이빙폼에 달라 붙어버렸다. 날질을 몇번 하니 피부가 쓰리단다.
뭐든 쉽지 않구나 하다가... 단두대를 맞은 앙뚜아네뜨와 왜 낭인 칼을 받은 민비가 생각났다. 못되 먹은 니은 들이지만 꽤 아팠겠었다고...
기념 축하주를 건네고 사진을 박으려는데, 술은 안하겠단다. 나름 성인식인데 맹숭하게 지나 버렸다.
짤방은 어제 단발식을 마친 놈이 여름 방학 퀼른 괴테인스티튜트 연수하고 오던 날, 지 동생과 얼싸 안은 걸 담은 거다. 뷰파인더에 이제는 떠나 보내도 되겠다는 홀가분함과 애잔함이 묻어 있다.
중학 졸업한 지난 겨울, 남산 문화원에 다니던 것도 낯설어 하던 넘에게 비행기표 주고 알아서 다녀 오라 들여 보냈으니 잠이 올리 없었다. 직항편이 없어 뮌헨에서 혼자 환승해야 하는 게 뭉근히 남는 거였다. 나였다면 안 간다 했을 거다.
카톡 올 때를 기다리며 영화 <베를린의 한 여인 Eine Frau in Berlin, 원제 Anonyma>을 보았다.
2차대전 직후 동베를린, 금발에 갈색 푸른 눈을 가진 여인 이야기다. 전장에 나간 약혼자인 나찌장교 게르드가 폐허 베를린으로 돌아오자 일기장을 보여준다.
소비에뜨 점령군들이 전리품으로 사냥하는 윤간 강간을 피해 거래간을 택한 베를린의 이 여인은 애인과 약혼식하던 날을 아래 처럼 일기장에 기념해 적어 놓았었다.
게르드 기억나?
화요일이었어
송진 냄새가 났었어
나비 떼가 구름처럼 날아 다녔지
넌 나비 이름을 모두 알았어
호랑나비, 팔랑나비, 제비나비...
그것 말고도 더 알았지
갈색과 노랑 파랑 색이 섞인
한 나비는 일광욕을 즐겼어
넌 신부나비라고 말해 줬었지
새들은 침묵하고
종은 울리지 않는다
약혼자가 일기장을 읽고는 떠났다. 신부나비라 불리우던 여인의 일기장에는 소비에뜨 한 장교에게 몸을 바쳤던 사연이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점령군 소비에뜨 장교의 혁명가다운 태도에 흔들리던 마음까지...약혼자가 떠난 후 전쟁터 여인, 호랑팔랑제비나비...노랑나비는 새소리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여린 날개짓만 숨가삐 번복했다.
내 아들 넘은 또 어떤 나비가 되어 나를 떠날까?
밤 두시가 되서야 뮌헨에서 온 카톡은, <무서워...> 한마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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