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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경제학의 정의로 부터 시작해 보겠다.
"경제학이란 개인이나 사회가 여러가지 용도를 가지는 희소한 자원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교환, 분배, 소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이건 내가 왕년에 본 경제학 원론 책을 오랜만에 펼쳐서 글자 한자 바꾸지 않고 고대로 베껴 쓴 것이다. 요즘 나오는 경제학 원론은 어떤지 모르겠고... 암튼 그 당시에는 경제학의 정의가 저랬다. 아마 그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을 걸?
자... 경제에 관한한 최고 레벨의 대가는 무엇을 고민하는가... 바로 경제, 경제학 그 자체를 고민한다. 정의와 목적, 개념 등등.. 이런 수준의 고민이 바로 최고수들의 고민이다. 그니까 위의 정의에 딴지를 걸고 다른 정의를 들이댈 수 있으면 그런 수준이 최고수의 수준이다. 이걸 A급 이라 치고, 그럼 B 급은 무얼 고민할까?
A급 최고수들이 정의한 개념을 바탕으로 줄기가 되는 공식을 추론해 내거나 그 수준에서 논다. 경제학으로 치면, 거시경제학이나 화폐제도 등을 고민하는 수준되겠다. 그럼 C급은?
거시 일부, 주로 미시경제학에 천착한다. 이자, 환율, 지대 뭐 이런 쪽에 파고든다 이해하면 되겠다. 초고액 연봉의 외환딜러나 펀드매니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천재여 봐야 '개념 자체를 가지고 노는' 아담스미스나 칼 마르크스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게 바로 노는 물의 차이다.
몇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는 어느 급인가? 잘 봐줘야 C급이다.
예를 들어 위에 언급한 경제학의 정의에서 어떤 이가 .... "조까... 희소한 자원이란 제한조건을 빼버려. 경제학이란 그져 잘먹고 잘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이야." 뭐.. 예를 들어 이렇게 들이대고 그게 B급에서 노는 천재들에 의해 공식으로 정교화되면 그 사람도 아담 스미스나 마르크스 레벨이 되는 거다. (예를 들어 그렇다는 거니 따옴표 내의 내용 가지고 따지지 마라. 피곤하다.)
미네르바가 C급이라면 그 수준 이하인 대다수의 대한민국 네티즌들을 그가 옳은지 강만수가 옳은지 사실 판단할 근거도 자격도 없다. 차라리 내가 수출 대기업 다니면 강만수가 진리고, 반대로 수입으로 먹고사는 중소기업 다니면 미네르바가 진리고... 뭐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이잖아?
간단하게 요약하면 C급 논리가 맞는건지 틀린 건지는 B급이 되봐야 알고, 그 B급 논리는 또 맞는건지 틀린 건지 역시 A급 레벨이 되봐야 안다. 그럼 우리 모두 A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
자... 이해를 돕기 위해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언급한거고... 위 문제의 정답은 나에게 묻지말고 스스로 깨우쳐라. 급 피곤하다. 음...
어쨋든 철학이니 종교니 이런 분야도 결국 마찬가지다. 그 틀 안에서 놀지 말고 그 위에서 놀아야 고수다. 왜 고수가 되어야 하느냐... 하수는 고수에게 항상 당하거덩.
어쨋든 아래는 '대학' 경문이다.
大學之道(대학지도)는 在明明德(재명명덕)하고 在親民(재신민)하며 在止於至善(재지어지선)이니라
대학의 도는 명덕을 밝히는데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히 선함에 머무는데 있다.
여기 보면 한자는 재친민인데 재신민으로 읽는다. 이게 주자식 해석이다. 왕양명이 이것을 작위라 비판하면서 원래대로 '친밀할 친'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자기의 새로운 틀을 세운다. 백성이 '새롭게' 할 대상이냐, 아님 '친밀하게' 할 대상이냐... 내가 봤을 때는 왕양명 Win이다.
유학의 기준이 공자라면 논어의 자로 편에 이런 말이 있다. 子適衛 冉有僕 子曰 庶矣哉 冉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曰 " 旣富矣，又何加焉？” 曰 “教之”
대충 해석하면... 백성들에 대해서는 먼저 부유케 하고,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다음에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공자가 정치를 논할 때 당연히 명분을 앞세우지만. 백성과 관련해서는 절대 백성을 억지로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식의 언급은 없다. 항상 그렇더라.
이게 맹자와도 일맥상통한다.
맹자도 지배자들에겐 "넌 왜 하필 이익만 논하냐? 또한 인의도 있는데..."라고 했지만, 백성에 관해선, "백성들은 일정한 수입과 생활근거가 없으면 망가진다. 그리 놔두어 죄를 짓게 하고 잡아들이는 건 마치 미리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서민들에게 가르침과 깨우침의 진입장벽을 만들지 않으니 공자의 유학(또는 유교?)이야 말로 민본주의적 철학 아니냐. 공자는... 없이 사는 넘들도 돼지고기 한 근만 들고 오는 정성만 표하면 기꺼이 가르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공자 원래의 유학은 사제계급, 신관계급의 특수성을 깨부수는 철학이다. 물론 요건 내가 내 방식으로 공자를 해석하는 방식이고 그 방식에 따라 왕양명의 Win 이다.
어쨋든 주자의 오바질은 백성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먼저 생각하는데서 출발한다. 이런 부류들의 특징은 '현실에서는 무능하다'는데 있다. 왕양명의 경우는 군사전문가이고 실전경험이 풍부한 반면, 주자는 제대로 내세울 만한 실무가 없었다고 함. 조선의 조식과 이황의 대비와 비슷. 원래 현실에서 무능한 것들이 권위부터 내세우잖아.
그리고 멀쩡한 '親'자를 '新'자로 바꾸는 오바질을 한다. 즉 백성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객체화, 대상화 하는 거지.
지행합일 - 이 역시 왕양명의 주장인데... 이건 성리학에 대해 거의 KO펀치와 같다. 결국 성리학파를 명시하지는 안았지만 기존 논리가 말따로 행동따로 이중적이라는 공격이거덩.
사실 공자의 충과 서를 이해하는데, 과연 실제 노력보다 태극도설이니 이기론이니 하는 고담준론이 의미가 있을까? 별 의미없다고 본다. 부모 앞에서 얼굴 빛을 밝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효에 대한 고상한 논리 100가지를 아는 것 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이명박이 지지하시는 부모님하고 사이가 벌어졌으면 당장 실행해 봐라. 실천이란 것이 정말 생각보다 어렵다. 얼굴이 참 쉽게 안 펴지더라. 근데 막상 실행하면 내가 편하다.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도 열리더라.
말이 딴데로 샜는데... 어쨋든 이미 왕양명에 의해 수백년 전에 비판된 성리학의 틀 안에서만 오락가락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유교의 종교성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성리학적 틀 안에서의 인식이다. 유교의 형이상학성을 강조하는 것도 역시나 성리학적 틀 안에서의 인식이다.
사실은 때로는 왕양명도 부시고, 맹자도 뽀개고, 공자도 그래야 한다. 그들이 중심이어서는 안되고, 그들 조차 스스로 설정한 틀에 필요한 재료여야 한다. (전지전능하신 연아신은 예외다. 항상 경배해라.)
그런 관점으로 보니... 주자는 낙제점이고... 맹자는 80점 공자는 90점 뭐 대충 이렇게 되더라. ( 인정하께. 그들에게 점수질하는 거... 졸라 건방진거다.)
내 기준으로는 예수는 빵점인데... 뭐 예수가 공자보다 위대할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기준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철학이니까.
어쨋든 왕양명에 의해 유교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인 것이 핵심이고, 학문과 종교의 결합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뭐 내가 억지로 그리 규정했다고 해도 할 말 읍따.)
어쨋든 이걸 다시 현실 정치문제와 연결시켜 볼까? 홍길동씨가 정치개혁을 지인들에게 입아프게 떠드는 개혁적 유권자라고 치자. 근데 워낙에 유능하고 수입이 좋은 홍길동씨에게는 집이 두 채다.
홍길동씨는 과연 진짜 개혁적 유권자인가? 홍길동씨 어쩔꺼야? 한 채 팔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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