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오랜 그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상형을 만났다. 나를 스쳐 지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정줄을 놓았다. 거울로 힐끔 본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 올모스트 시스타 보라 -. 침묵속에 엘리베이터 위에 광고 모니터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두려움에 침한 번 제대로, 짚고 선 다리 자세하나 쉽게 옮기지 못했다. 그때, 뿡. 그녀의 계곡사이에 절규가 울려 퍼졌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내 오랜 세월 인고의 시간을 견디다 못한 체 그 형체마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삭힌 홍어 냄새에 푸세식 변소의 정화조를 더한 냄새가 넓은 엘리베이터안에 피어 올랐다. 정신을 잃어 가던 나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거울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벌건 얼굴로 힘없이 고개 숙인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를 악문 채. 내려야 하나? 아니야, 지금 내리면 상처 받은 체 사회생활조차 못한 히키꼬모리로 살아 갈 수 밖에 없을 그녀를 생각해 맘을 다잡고 그녀의 뒤에 당당히 서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삐지직.... 빡~. 휘청하며 중심을 잃은 나는 그 순간에 조차 거울속 그녀를 살폈다. 벌건 얼굴로 연신 땀을 흘린 그녀, 수치심에 이를 악 문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 내 좁고 낡은 어깨를 내어 주기에 그녀의 향기는 너무도 지독했다. 솔직히 토할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할 운명이였냐? 동시에 눌러진 13층 엘리베이터 불빛만 켜져 있었다. 처음 만난 그녀를 위해, 그래도 달리 내려주는 매너를 발휘 무작위로 20층을 누르려 그녀의 어깨를 스쳐 지났으나, 나의 내장 썩은 이상형은 불현 듯, 감은 두 눈을 뜨며 용기 내어 집 층수, 26층을 눌렀다. 13층! 기쁜 마음은 뒤로 하고 땡 소리와 함께 무심히 그녀를 스치며 내렸다. 두벅두벅 긴 복도를 옮기며 그녀의 냄새를 털어낸 후 집에 와 쇼파에 탈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의 맑은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금 야릇한 상상에 빠졌다. 술이 필요했다. 혼미해진 정신을 다독인 후 몸을 일으켜 술을 사러 문을 열고 나갔다. 이때, 어둡고 휑한 복도를 외면하며 울 집 바로 옆, 번호 키를 누르는 그녀. 고갤 돌려 날 발견한 후, 다시금 어깨를 부르르 떤다. 그녀를 위한 마지막 양심, 인사도 눈빛도 아무것도 없이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스쳐 지난 그녀의 뒷 모습에 남은 진한 잔향보다 더 슬퍼보이는.... 남겨진,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웃음소리뿐.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