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처방전으로 약을 조제 받으면 보통 성인은(만6세 이하, 만65세 이상은 조금 다름) 총 약제비의 30%를 낸다. 나머지 70%는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를 해서 받는다.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하는데 예전엔 월 단위로만 했기 때문에 그 습관이 남아 있기도 하고, 한달 단위로 살림을 사니까(직원 월급, 약값 결제, 공과금 등등) 주로 말일이나 다음달 초에 월 단위로 청구를 하게 된다.
그 청구액이 약국의 순 이익은 아니고 [약값+조제료 부분]이 합쳐진 것이라, 처방 조제를 주로 하는 약국은 이 청구액을 받아야만 약값 결제를 하고 약국 운영비를 댈 수가 있다. 이게 없으면 카드로 결제한 약값이 펑크 나니 카드 연체자가 되어 버린다. 이거 없어도 한두달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돈을 쌓아두고 있는 약국은 거의 없다.
말일이나 다음달 초에 청구를 하면 보통 20일을 전후해 청구액이 지정 계좌로 들어온다. 종합병원 앞의 약국들은 그 청구액의 70~80%가 약값이란다. 실제 순이익이 되는 조제료 수입은 20~30% 수준인 셈. 동네 의원 중에서도 내과는 약품비의 비중이 높지만(40~60%) 소아과의 경우는 약품비 비중이 30~40% 수준인 것 같더라.
이런 걸 모르고 약국 전산직원이나 근무 약사가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예전에 근무약사 할 때 그랬었다. 청구액이 억!~ 하니 엄청나잖나! 진짜 떼돈 버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약값이 60~70% 였던 것이다. 근무약사 셋과 직원 둘, 주방 아짐 한 분 월급, 가게세, 기타 소모품비, 식비, 공과금, 세금 등 약국 관리 비용을 빼면 얼마나 남았을까? 고생해서 남 좋은 일 시켰으니 나보단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ㅎㅎ. 일자리를 6개나 창출하고, 약 엄청 사줘서 도매상과 제약회사 배불려줬으니까. 나는 내 한몸으로 떼우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함이 없다. 1인 2역으로 혼자 다 먹는 나는 욕심쟁이일까, 나눠 먹을 것 없는 한심한 신세일까?
아무튼 글이 옆으로 샜는데, 이 '청구액'이 중요하단 거다.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한이 있어도 이게 있어야 굴러가니까.
추석을 앞두고 이래 저래 돈 쓸 일 많은 시점, 나는 통장 잔고와 지출해야 할 비용을 대조하고 있었다. 어랏, 그런데 통장 잔고가 형편 없다. 이럴 수가! 7월분 청구를 분명 늘 하던 대로 해놨는데 확인을 해보니 청구가 안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못찾았고 추측만 한다. 그 당시 컴퓨터 상태가 안 좋았었는데 그 탓이 아닐까 한다. 계속 오류가 나고 해서 8월 중순에 새로 포맷을 했으니까.
9월 5일이면 모든 카드의 결제를 해야 하는데 완전 마이너스다. 어쩌지? [아는 사람한테 빌려(손 벌릴 사람도 없잖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보험 약관 대출을 해? 그렇다고 적금을 해약할 순 없잖아.] 이러고 있다.
누가 나 오백만 빌려주라. 9월 말에 돌려줄게. ㅋㅋ, 9월 말엔 두달치 청구액이 들어온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