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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벌판 말달리던 선구자라는 노랫말도 있는데... 과연 우리 민족은 그 노랫말처럼 기마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기마민족이라면 한마디로 말과 동고동락하는 수준의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우리가 그 정도로 말과 친숙하지는 않다.
물론 고구려 고분벽화나 신라유물에서 우리 민족과 말의 친연성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 정도조차도 기마민족이라는 주장을 합리화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 기병대가 유명한데.. 그렇다고 페르시아 인들이 기마민족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뭐냐...? '산악민족'이 정확한 묘사가 아닌가 한다.
이런 정체성이 잘 반영된 영화가 바로 최근의 '최종병기 활'이다. 여기서 주로 싸우는 장소로 나오는 곳이 말달리는 평야가 아니라 산 속이다.
여진족도 산 속에서 싸우려면 일단 말에서 내려야 한다. 기병대의 장점이 상실되는 상황. 심지어 뜬금없이 호랑이까정 튀어 나와서 주인공을 돕는다. ㅋ 영화 속에서 그 산은 우리 한반도의 산이 아니고 압록강 넘어 만주에 있는 산으로 설정되었다. 만주=말 달리는 평원.. 이라는 고정관념은 극복해야...
지도를 봐도 그렇다.
만주의 남부지역... 소위 간도라 불리는 지역은 확실히 평지가 아니라 산악지형이다. 이곳이 조선말 우리 선조들이 개간한 땅이고 또한 고구려의 중심영역이기도 했다.
지도를 보면 결국 남만주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문화권일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중국대륙과 같이 비교해 보자.
동쪽에 소위 중원이라 불리는 삼각형으로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쉽게 눈에 띈다. 태행산맥을 기준으로 색깔이 누런색으로 바뀌는데... 즉 태행산맥 서쪽부터 산악지대다. 그런데 거기서 서북쪽으로 더 가면.. 그니까 몽골인들의 영역은 지대는 높지만 완만한 구릉지대라고 보면 된다.
암튼.. 중원 대평원은 고대에는 동이족들의 놀이터였는데...이건 중국 역사학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문제는 중국입장은 그 동이족이 자기들 조상이라는 거다. 반면에 우리 재야사학 쪽에서는 고대 동이족들이 우리 조상이라 하고...
일단 내 생각은 중원의 고대 동이족들은 지금 중국인들 조상의 일부가 맞는 것으로 본다. 비유하자면... 게르만 민족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민족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가 있는 것처럼.. 중원의 동이족과 만주한반도의 우리 직계조상은 한 갈래에서 출발했을 지언정 그 당시에 이미 분화된 상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왜 그리 생각 하냐면.. 중원과 만주/한반도의 역사진행과정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중원은 고대부터 전차부대의 놀이터가 된다.
고대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뽀인트는 전차부대의 출현인데... 각각 인도와 그리이스에서는 전차부대가 기존 정주민에게 괴멸적인 타격을 입혔고... 페르시아와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주민족과 이민족이 어쨋든 무난히 섞여 나갔다.
그런데 한반도 쪽에서는 전차부대 얘기가 없다. 바퀴의 충격은 엄청나기 때문에 문화적 파편에 그 흔적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전차가 언급되고, 인도의 힌두교에도 '전륜성왕' 운운하는 바퀴의 흔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전차가 실제로 출토되었는데...만주와 한반도에서 전차가 출토되었다든지 옛기록에 전차가 언급되었다는 걸 들은 바가 없다.
이게 매우 중요한데... 만일 만주/한반도에 전차부대가 출현했다면 '홍익인간'이라는 말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전차부대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단군신화같은 인간미 넘치는 따듯한 신화가 나올 수 없다. 그리이스 신화처럼 애비가 자식을 삼키고, 자식이 애비 거시기를 짤라버리는 수준 낮은 신화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선주민족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신화에 강력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 역시 고대인의 인식 상 신을 부정할 수가 없는데... 신본주의 사상은 반드시 부작용이 나온다. 동아시아의 경우 순장문화가 그것이다. 이건 분명히 홍익인간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주나라가 은나라(동이족)를 대체하는 여러가지 명분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동이족들의 순장문화다. 이 은주 정권교체를 철학적으로 지지한 것이 공자로 대표되는 유가집단인데... 원래 유가는 동이족 사회의 예법 도우미 내지 무당이었다고 한다. 즉 유가에 원초적으로 배태되어 있는 신본주의를 인본주의로 전환한 사람이 바로 공자되겠다. (공자 자체가 동이족 출신이란 얘기도 있고...)
암튼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발전의 명분을 중국인들에게 빼앗겼는데... 전차가 아닌 말에 직접 올라탄 기마민족의 대이동(5호16국시대)이 중국 중원지방을 휩쓸면서 또 다시 상황이 바뀐다. 말에 의한 2차충격은 중국인들 심성을 타락하게 하는데... 지배/피지배구조는 지배자/피지배자 모두를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3~6세기의 이 혼란기에는 기마민족들이 스스로 한족화하려는 노력 때문에 유학의 타락이라는 문제점 정도가 발생한 반면, 몽골족에 의한 세번째 충격에 이르러서는 몽골족의 철저한 계급구조적 통치방식으로 인해 본격적인 타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드러난 것이 바로 명나라 초기의 순장제도이다. 동이족의 순장제도를 비판하던 것들이 스스로 역사의 역주행을 범한다.
명의 건국으로 한 200년 한숨 돌리는가 했지만 결정적으로 여진족에 의한 네번쩨 피정복 상태가 3백년 지속되니 지금의 돈을 최고시하는 현대 중국인들이 완성된 것.
이런 중국의 정신적 몰락에 비해 우리민족은 자랑할만한 우리 전통을 비교적 잊지 않고 지킨 셈이다. (물론 현재 일제 36년의 여파에 허덕거리고 있기도 하다. 36년이 이 정도면 수백년... 그것도 반복적으로 당한 중국은 어떻겠나?)
가장 큰 요인은 전차바쿠와 말발굽에 대해 유리한 지리적 이점인 산악지형 터잣고 살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은 방어에 용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정복되고 나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산악지형에서 지속적인 저항을 버텨내기 힘드니 정복자들 스스로 한반도를 특별히 우대하는경향이 있다. 원과 청의 경우에서 보듯 직접 통치 보다는 자치권을 주거나 독립국으로 인정하며 회유한다.
산악지형인 덕에 강물을 막았다가 터뜨리는 살수대첩이니 귀주대첩이니 하는 방식이 통한다. 계곡이 아닌 평지에서는 그런 전략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삼국시대의 성은 기본적으로 산악전을 염두에 둔 산성이다. 그리고 산악전에서는 칼이나 장창보다 활이 가장 중요한 무기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전통 활이 성능이 좋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임진왜란은 생각을 좀 바꿔보면 우리의 활이 서양식 조총의 침략을 극복한 사례다.
암튼... 우리가 몽골과 청에게 패한 상황은 그 당시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고려가 무인난 이후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와해되고 봉건화된 상태고.. 후자는 임진왜란의 피해로 부터 아직 회복되기 전의 상황이었다. (거기 인조의 무능이 뿌라스 알파)
전제가 바뀐다고 역사적 결과가 바뀐다는 보장은 없지만, 몇십만 거란군을 무찌른 고려가 몽골의 몇만 군사에게 패배했다. 국가 시스템만 받쳐 주었다면 몽골 역시 고려를 굴복시키기 위해 적어도 몇십만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약하기로 유명한 남송의 경우가 그랬는데.. 이 역우는 물론 넓은 땅덩어리의 문제가 컷다. 위에 지도를 보면 남송의 영역이었던 양자강 이남지역 전체가 만주/한반도와 같은 산악지역임을 알 수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쌀농사 지역이라는 거다. 회수를 중심으로 북쪽인 황하유역 중원은 평지 밭농사 지역. 남쪽인 양자강 유역은 산지 논농사지역. 우리도 산지 논농사지역.
작게보면 평지가 논이고 산지가 밭이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이게 뒤바뀐다. 그럼 기마민족이 산악국가를 정복하는 모범답안은 무엇인가?
1. 먼저 기마부대로 중원을 정복해서 보병을 확보한다. 2. 확보된 보병을 앞세워서 산악국가를 정복한다.
이 방식에 성공한 케이스가 몽골의 남송정복, 당나라의 고구려 정복이다. 당나라는 한족이 세운 정권이 아니라 선비족이 세운 정권이다. 선비족도 여진족 같은 동이족 일파라고 하는데... 그들을 형제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기마민족의 문제는 생산성이 바닥이라는 거다. 그들의 삶 자체가 항상 남으로 부터 빼앗는 것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홍익인간과는 애시당초 맞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가 강해서 완전히 포용하거나 반대로 쫓아내지 않는 한, 우리 등에 칼을 꽂을 수 밖에 없는 것이 기마민족의 운명이다.
산악지형과 쌀재배가 결합된 것은 참으로 오묘한 조화다. 쌀은 최고의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나 일본이나 산악지형이면서도 인구밀도가 높다.
인도의 경우 동쪽인 갠지스강 유역이 쌀의 곡창지대인데... 그 지역이 평야인 관계로 외래침략자들의 밥이다. 중국이 주로 북방민족이 북에서 남으로 침략했다면 인도는 주로 서쪽의 이민족이 동쪽으로 몰려왔다. 그래서 큰 나라들의 영역이 주로 북방에 동서로 걸쳐있고, 인도반도의 남쪽은 오랜 기간 역사의 관심 밖...
쌀과 더불어 만주/한반도의 특징은 바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인 콩이다. 대두의 원산지가 만주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주/한반도는 쌀+콩의 재배로 남을 침략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먹고 살만하고.. 산악지형으로 방어에 유리한 살기에 아주 괜찮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홍익인간은 아무데서나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런 동네에서나 나오는 거다.
이걸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산업사이클의 완성의 문제인데... 그 부분은 다음 기회에... 아마도 정치방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암튼 만주/한반도는 산업발전을 위해 태어난 천혜의 땅덩어리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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