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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산을 옮기다/ 노무현재단 기획/ 윤태영 저/ 문학동네/ 419쪽
윤태영 비서관이 책을 냈다 해서 2주 전쯤 사서 이제서야 본 글을 다 읽었다. 요즘은 너무 게을러져서... 마지막 부분 70쪽 가량의 부록은 아직 읽지 못했다. 부록은 '여보, 나좀 도와줘' 후속편으로 준비하던 것으로 노통의 '국민 통합' 관련 구술을 윤태영 비서관이 정리한 글이라 한다.
'바보, 산을 옮기다'는 노통의 정치 역정 중 일어났던 일이나 구술했던 말 속에 '국민 통합'과 관련된 사항만 추려서 옮긴 책이다. 이 속에 내가 그렇게 반대했던 '대연정'이 있었고, 대연정이 정치권에서의 국민 통합의 핵심이며 그 속에 노통의 깊은 고뇌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참새가 멋 모르고 봉황에게 훈수를 둔 꼴이랄까?
그러나 지역당에 안주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대연정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고, 오히려 자신의 밥그릇을 뺏을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그런 인간들에게 노통은 수준 높은 정치를 함께 하자 청한 것이다. 대연정 얘기만 꺼내면 질색을 하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대통령 하기 쉽지 않지? 허허허
책 중에 기억에 남는 몇가지가 있었는데, 반기문 총장이 스스로 장관직을 유지하려 했던 부분과 노통이 유일하게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은 사람이 유시민이라는 것,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구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노통이 마음으로 민 후보는 한명숙 장관이었다는 것.
<2006년 5월> 반장관의 입장은 달랐다. 현직을 유지해야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UN사무총장 경쟁 후보의 예를 들며 반장관이 말했다. "다른 후보의 경우는 나라에서 밀어주려고 부총리로 올려주었더니 지지도가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완곡하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저는 특보같은 자리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은 이야기를 거기서 끝냈다. 그 후로는 외교부장관 교체를 더이상 검토하지 않았다. 당당한 한일 외교를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을 하려 했지만, 반장관의 UN사무총장선거를 위해 포기했다.
<2006년 9월> 당의 어느 의원이 그에게 사신(私信)를 보내왔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편지는 대통령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었다. 공권력을 바로 세워야 하며 대통령은 말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밖에도 청와대 참모들의 입조심, 언론과 관계 개선, 신중한 인사, 민심 수렴,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 필요 등이었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사신의 내용을 일부 참모들에게 공개했다. "개인의 의견이라기 보다 당의 공론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무엇보다 그는 대통령을 제왕에 비유하는 풍토에 동의하지 못했다. 현대의 지도자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답답증이 가시지 않자 그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관저로 불렸다.
"이렇게 답할 수 없는 편지를 받으니, 잠이 안 오는군.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 답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유시민을 보면 뭔가 풀릴 듯해서......" 이 자리에서 그는 유장관에게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볼 것을 권했다. "출세를 위한 일이라고 자학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누군가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나는 그런 훈련을 못하다가 온 것이다......" 그는 유장관에게 캐릭터를 바꿀 것을 거듭 청했다. 그러면서 한탄과 자신감이 뒤섞인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벼량 끝에 가도 길이 있다. 나도 질기긴 질긴 사람이다. 그럭저럭 포기 안 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 보면. 나도 쉽사리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몰라도, 인생으로서는......"
<2007년 4월> "말이 꼬였군요. 원칙을 지켜야 대선에 이길 수 있는데......" 4월의 마지막날, 안희정씨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두고 대통령이 탄식했다. '정치적 신념과 원칙 지키다 정권교체 돼도 할 수 없어'라는 제목의 인터뷰였다. 그동안 당 문제와 관련하여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다보니 외부로 전달되는 그의 메시지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승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다. 그런 해석에 대한 탄식이었다. "원칙을 깨야만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그것에 대해 반문하다보니...... 결국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진다는 것인데......"
<2007년 9월> "퇴임 후 할 일에 관심이 많다. 초선 의원 시절부터 견지해온 원칙에 관한 기나긴 투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퇴임 후 상당한 집념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전투적인 표현을 쓰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벨탑을 완성하지 않았다." 경선 국면에서 각 후보에게 취했던 스탠스에 대해 스스로에게 심각한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명숙 총리, 온화하고 온건한 화합형이다. 내 자신이 투쟁적 이미지여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이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적고 신중하니까...... 이해찬 총리가 해박하긴 하지만,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처리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벨탑을 완성하지 않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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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 만세. 
.. 노무현 대통령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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