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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모로 어리석지만 독서 습관의 아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 그나마 책은 물론 요약 두루마리마저 잘 흘리고 다니는 멍청함마저 지녔다. 거기다가 책 읽는 습관은 미련스러울만치 한 곳에만 매달린다. 좋은 책을 누가 소개해 준다 한들 선뜻 덤비지를 못한다.
이러저러 난 책의 내용을 머리에 꾸겨 넣거나 몸 속에 장착하는 방법들을 고안해 내야만 했었다. 타고 다니는 전철, 버스, 산책길인 시냇가, 물고기들, 가끔 떨어지는 빗방울들, 여름날의 강렬한 햇빛들, 디어뉴스에서의 수다들, 그런 것들이 요즈음 나의 공책이 되어 버렸다.
미련을 떨다 보니 어느덧 좋은책은 간결하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물론 덤이었다. 그것은 책의 두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까지도. 아직 책의 겉멋에 휘둘릴 때 알긴 했었지만 이젠 잊은 줄로만 알았던, 프란츠 파농이 오늘 문득 생각 났다. 그래서 짜집기로 되새김질 해 봤다.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년 7월 20일 ~ 1961년 12월 6일)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및 작가이다.
1952년에는 《검은 얼굴 하얀 가면》(Peau Noire, Masques Blancs)을 저술했다.
알제리의 독립을 눈앞에 둔 1961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그간의 투쟁과 진료 성과를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Les Damnés de la Terre)에 정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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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의 폭력을 내면화한 식민지 민중은 자기 피부를 증오하고, 자기 민족을 멀리하며, 가장 중요한 자기 언어를 포기한 다음 최종적으로 자기 문화마저 버린다. 이런 현상에 주목한 파농은 역설적 개념으로 식민지 민중을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존재’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파농에 의하면 식민지 민중들은 자기 내면의 폭력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폭력을 혁명의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자기 내면의 상흔(trauma)을 치료하는 길이며, 정신의 정화(淨化)를 통한 자기주체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자기가 폭력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그는 해방의 주체로 다시 태어나고,이 해방의 주체는...<중략>...파농은 식민지 민중이 자신의 피부를 증오하는 현상을 식민지배의 왜곡된 내면화로 해석했다.
<충북대 교수 김승환>
그의 [독서연대]를 따라가 보자.
프란츠 파농은 1946년 3월 프랑스 리용에 있는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신경 정신병학, 신경외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키에르케고르, 니체, 헤겔, 마르크스,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을 읽었다. <노동자의 책에서 인용>
그 중 마르크스 [자본] 서문을 펼쳐 보자. 다행히 이 책은 아직 내 곁에 실물로 남아 있다. 인용을 핑계로 책 냄새 한 번 더 맡을 수 있으니, 이 저녁이 더 없이 아름답다. 마르크스의 오만과 편견이 어느새 정겹게 다가 온다. 함 보자.
나의 변증법은 헤겔의 변증법과는 그 방법이 다를 뿐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이다.
헤겔에게서 사유과정은, 이념(idee)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독립주체(Subjekt)로 변할 뿐만 아니라, 곧바로 현실적인 것들의 조물주가 된다.그래서 현실적인 것들은 이 사유과정의 외적현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관념(Ideelle)이란 단지 인간의 머릿속에서 전환되고 번역된 물질적인 것일 뿐이다. 헤겔 변증법의 신비적인 측면에 대해선 그것이 유행하던 30년전부터 나는 이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지금 독일의 식자층 사이에서 큰소리깨나 치며 돼먹지 않게 시건방지고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이, 헤겔을 마치 '죽은 개'처럼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들 한다 ...
변증법은 헤겔에게서 비록 신비화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헤겔이 변증법의 일반적 운동형태를 포괄적이고 의식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데 실패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변증법은 단지 그에게서 거꾸로 서 있었을 뿐이었다... 독일에서는 이 신비화된 형태의 변증법이 유행했는데, 이는 그것이 현존하는 것들을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형태의 변증법은, 부르주아들과 그들의 교의를 대변하는 자들에게 분노와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왜냐하면 그 변증법은 현존하는 것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 속에, 그것의 부정과, 그것의 필연적인 몰락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성하는 모든 형태를 운동의 흐름으로 파악하며, 따라서 언제나 그것들을 일시적인 것으로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변증법은 어떤 것에 의해서도 감화 받지 않고 본질적으로 비판적이며 혁명적이기 때문이다.
<1873년 1월 24일, 런던에서 카알 마르크스 >
이슬람의 진출 이전, 아프가니스탄은 불교가 성했고 대승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는 출발점이었던 땅이다. 당연히 불교유적도 다대하고, 세계 최대의 석조 입상이었던 바미얀 석불은 그 으뜸이었다. 이 석불이 2001년 3월 8일 다이나마이트로 파괴되었다.
유네스코와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만류하고 심지어 사들이겠다고까지 했지만, 탈레반은 우상을 파괴한다는 이유를 들어 석불을 돌무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폭파작업에 동원된 이의 증언에 따르면, 탱크로 포를 쏘다가 여의치 않자, 다이나마이트를 둘렀고 마침내 폭파에 성공했다. 탈레반들은 총을 쏘아대며 기뻐 날뛰었고, 소 50마리를 잡아 제물로 삼은 뒤, 큰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 북소리에 맞춰 전통 아탄 춤을 추며 즐겼다. <출처:개인블로그>
처음 [자본]이란 책을 왜 읽게 되었나. 난 이것을 항상 기억하려고 했다. 그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또렷하다 못해 시인 이상의 맑디 맑았던 은화처럼 내 의식의 기슭에서 항상 찰랑인다.
하지만 책의 첫장인 <상품>에서부터 헤매고 엉키기 시작했다. 실패였다. 최근에야 하릴 없는 시간이 생겨 그 책의 서문을 들추어 보았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서문에서 이미, 첫부분이 왜 어려울 수 밖에 없는지, 그래도 왜 그렇게 구성될 수 밖에 없는지, 소상히 짚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 했다.
그러나 벌써 이 책을 두 번 정도 훓고 난 뒤였고, 어쨌든 나의 첫 바램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책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오히려 어떤 [독서연대]가 크게 틀리진 않았겠구나 하는 희열감마저 찾아 오고 있었다. 그 속살이야 이 글 안의 퍼즐을 맞춰 보면서 음미들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퍼즐은 꼭 맞추라고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 느낌 아니까.
[독서연대]는 때론 과거- 현재- 미래를 찰나로 만들어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동시대의 다른 공간과의 연대는 껌에 불과할 정도였으니까. 찰나보다 더 긴 시간이 없다는 뜻, 겁보다 더 짧은 시간 없다는 구라, 그 가관의 기분들 알 거니까.
150여년 전의 변증법은 이미 불교의 삼상(三相), 삼무자성(三無自性)과 내통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태인에 불과했던(ㅋ 묶을게 이거 밖에 없네) 마르크스는 물론 프루스트, 아인슈타인도 참여를 마다 않던 [독서연대]였다나. 그들간의 대오일성이 귓가에 아직도 잔잔하대나. 거 참.
그런데 아시아의 동쪽 끝 디어뉴스에서 맺기 시작한 [독서연대]에는, 한동안 그들의 칼끝이 남아 있을 듯 하다. 향내와 서슬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모든 것을 다 말할 수 있고, 마침내 모든 것을 말해 준 이 [독서연대]가 좋다. 그리고 모여 준 자들이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또 누군가 미소지을 이들이 언젠가 올 것이기에, 그들을 위해 내 짧은 여름밤의 소견을 남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독서연대]엔 예수의 제자들 또한 초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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