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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르의 정치방 글에 댓글을 잘 못 쓴 댓가로, 그리고, 선뽕까지 받은 마당이고 해서 급하게 잘 알도 못하는 주제의 글 올린다. 참고로, 본글은 2009년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원문은 아래 주소)의 일부를 발췌, 첨삭한 것임을 밝혀둔다. http://www.spckorea.or.kr/uploaded/board/weblibrary2/5842f9945cc0f0e9e9a7171564e834cc2.pdf
1934년~1940년 사이에 93명의 뉴욕 경찰이 연이어 자살을 하면서 ‘자살 원인 규명을 위한 전문가 조사’,즉 심리학적 부검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그리고 1956년 미국 워싱턴대학의 Eli Robins와 그의 동료들이 1년 동안 134건의 자살 사건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본격적인 심리학적 부검 연구가 시작되었다.
심리학적 부검은 자살사망자에 대해 수집된 포괄적인 후향적인(retrospective) 정보로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방법이다. 즉,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한 이후 활용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자살의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임상심리학자와 법 및 범죄 심리학자) 등의 전문가가 각종 기록자료(사망자가 남긴 각종 기록들, 학교생활기록부, 의료기관의 의무기록, 경찰의 사건수사기록, 검시관의 진술 등)의 검토 및 사망자 주변의 주요 인물들(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담당 의사 등)을 상대로 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밟는다.
사망의 종류가 명백한 경우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를 포괄적으로 밝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살의 경우라면 심리학적 부검으로 그 행위의 원인, 이유를 설명하고 밝히는데 유용하다. 사망자의 생존 시의 인생관, 심리적 변화, 동기, 실존적 위험의 유무, 자살결심을 하게 된 과정, 자살 준비 등을 밝힐 수 있다.
사망의 직접 원인은 확실하지만 사망의 종류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 문제를 밝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높은 건물에서 추락사한 경우 실족사였다면 사고사 이고, 스스로 몸을 던졌다면 자살이고, 누군가가 밀어서 떨어졌다면 타살이다. 시체 부검 소견만으로는 추락사였다는 사실은 알 수 있으나 그 사망의 종류는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 사망자의 사망에 대한 평소 생각과 사망 임박 시점에서의 사망 의도를 밝힐 수 있다.
심리학적 부검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법의학적으로는 의문의 죽음과 자살 사이의 관련성을 밝혀내고, 보건학적으로는 자살 연구와 국가 또는 지역사회 차원의 자살 예방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법률적으로는 자살이 의심된 민사 또는 형사 소송에서 자살의 가능한 원인들을 재구성하여 상대측의 법적 과실을 입증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 군대, 기업 등 특정한 조직의 업무 절차와 업무량이 구성원의 자살을 초래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야기했다고 입증되었다면, 그 조직은 민사적 책임을 지게 된다.
심리학적 부검이 활성화된 미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법의학>
- 의문의 죽음에 대한 원인 규명: 군대 내에서 발생한 의문사에 대한
사건 조사
<보건학>
- 자살 연구 : 응급의료기관에서 자살사망자와 교통사고사망자를 대상으로
자살 험요인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를 수행
- 자살예방 활동 : 국가 또는 지역사회 차원의 자살예방대책 수립과 자살예방
프로그램 운영
- 자살사망자 유가족 사례관리 서비스 : 유가족 인터뷰를 통해 사망자의
죽음에 대한 유가족의 느낌과 사망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슬픔의 배출구를 찾아가는 치료적 기능을 수행
<법률>
-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 : 생명보험에 가입한지 2년 만에 피보험자가 갑자기
사망하였을 경우,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 타살, 사고사 여부를 판명
(생명보험 표준 약관은 보험 가입 2년 이내의 자살에 대해서 보험금
지급을 금지함)
- 형사 소송 : 상습적으로 남편에게 구타당한 아내가 남편을 갑자기 살해하
였을 경우,피고측 변호인이 심리적 부검을 통해 남편을 살해했을 당시
아내의 심리상태를 판단
- 유산 및 유언 관련 소송
-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 자살사망자의 유가족이 정신과 의사를 상대로
부적절한 치료에 의한 자살에 대해 소송
- 산업재해 인정 보상 소송 :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을 야기했다고
유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
- 제조물 책임제도 관련 소송 :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자살한 경우,
해당 상품의 생산, 유통, 판매 등의 과정에 참여한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책임
국가 차원에서의 심리적 부검 제도 도입은 자살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 분야의 선진국인 핀란드의 경우 1987년 4월부터 약 1년간 1,397건의 자살 사례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였고,1991년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자살예방 실행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를 통하여 국민들과 전문가들에게 자살문제의 심각성과 국가적인 자살예방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였고, 결과 핀란드의 자살률은 최고치를 기록한 1990년에 비해 1996년에는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지역사회, 군대, 교도소 등에서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그 결과 자살률이 1990년 10만명당 19명 수준에서 2000년 14명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감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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