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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세기의 결혼식' 이란 특별편성 프로그램으로 영국 윌리엄왕자의 결혼식이 생중계되었다.
전세계20억명 동시시청이라는 홍보성문구도와 함께 왕가전용 식장인 '웨스트민스턴' 사원에서 성스러운 공식혼례를 마친후, 화려한 퍼레이드에 이어진 왕궁 발코니 키스타임을 피날레로 구름처럼몰린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 대단원의 혼례는 막을 내렸다.
찰스황태자와 다이애나의 왕가직계혼례가 거행된이후 30년만에 치르는 국가적이벤트에 온나라가 축제분위기에 흥분을 감추지못하고있다.
잘생긴외모와 압도적인 배경으로 세기의 연인으로 손꼽히던 윌리엄왕자가 나이갓서른에 본인의 아버지 찰스황태자를 닮아 정수리가 휭허니 벗겨진것에도 적잖게 놀란이들이 많았을것이며, '나도 저렇게 될수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반 축하반의 애증으로 미들턴을 바라보는 신데렐라 컴플렉스에 사무쳐. 밤잠을 못이룬 영국여성들의 수도 꽤됐을것이다. 아무튼 윌리엄은 영국왕가직계후손중 유난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왕자였다.
한국의 지도층 자녀들에게선 상상도못할 영국군이 파병된 이라크에 자원하여 참전하는 멸사봉공의 자세를 보였으며, 여성들을 자주홀렸던 아버지 찰스와는 달리 꼬맹이시절부터 기복없이 학업과 왕가의 품위유지에 성실한 기여를 해왔다.
우리의 정부부처가 정기적으로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업무평가를 받듯, 영국의 총리도 직접 여왕궁으로 들어가 분기마다 적용된 국정에대해 보고하고 현안을 나눈다. 물론 여왕의 지시가 법적인 효력을 가지진 못한다해도, 특별한 반항심리가 없는 총리인이상 여왕의 뜻과 정부의 뜻을 적절히 상충시켜 정책을 발의하는것이 오랜관례로 이어지고있다.
그런면에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더 퀸>은 영국의회와 국가주의의 핵심인 '마그나 가르타' 정신의 근본적 풍토를 손보려한 것일수도있다. 그들은 품격위에 품격을 강조할정도로 비서민적 뿌리로서 여전히 대영제국의 위상을 강조해오고있는데, 나름대로 귀족출신인 스펜서 가문의 후예 다이애나비가 왕실가에 합류한 순간부터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유없는 괄시와 미움을 받은 점역시 프리어스감독은 위의 사례로서 비판하고있다.
삼성가가 경기도 중소기업공장집 딸을 같은 기업체 가문으로 인정할리가 없듯이, 여왕의 눈에는 스펜서란 가문자체도 성에차지않는 하등의 부류였을지 모른다는것을 표현한다. 현재는 여왕과 총리사이가 어느정도 공적인 평준화를 이뤘지만, 과거 처칠이 내각총리로 활약할시 그를 자신의 명확한 비서수준으로 여겼던 엘리자베스의 시각이 다이애나비를 폄하하는것과 깊은 관계가 있는 면도있다. 처칠과 다이애나가 같은 '스펜서' 가문이기 때문이다.
<더 퀸>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배경자체를 소홀히 하진안는다. 다만 그녀의 일대기를 그린 평전에가까운 영화는 아니다. 본사람이 많아서 알다시피 다이애나의 사망으로 불거진 영국정치권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벌이는 갈등을 중심으로 내용은 전개된다.
엘리자베스는 온화한 분위기와는 달리, 일면으로는 처칠 전총리도 고개를 저을만큼 내정간섭이 심했으며 매우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여왕으로 유명하다. 스크루지도 울고갈정도의 굉장한 구두쇠인것은 물론이며. 미국식 서민말투를 쓰는 자와는 상종자체를 안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다이애나가 가장큰 미움을 받은 이유중 하나역시 격식없는 소박한 말투와 연예인같은 패션때문이었다.
영화는 국민들로부터 열풍적지지를 통해 보수당으로 부터 정권교체를 이룬 노동당의 토니블레어 총리를 주연급으로 내세우고있다. 헬렌 미렐이 연기한 엘리자베스와 더불어 마이클쉰이 연기한 토니블레어를 투톱으로 올린것역시, 입헌군주제의 존폐여부를 지금당장은 아니어도 머지않아 논하게될날이 올것임을 의미심장하게 경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다이애나 비의 사망기간동안 여왕이 보인 무관심에 국민의비난이 증폭된것뿐아니라, 총리가 여론을 차단하기위해 존폐론이 확산되고있음을 여왕에게 전하는 순간, 그녀의 마음이 다이애나쪽으로 돌변하는 모습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실제심리가 아닐지라도 왕가에대한 상당히 파격적인 비난일수도있다.
<더 퀸>은 상황적 배경역시 대물림하여 직책을 얻은 여왕의 지지도는 추락해있고, 국민이 선출한 의회에서 총리에임명된 토니블레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한 최고수준의 지지율로 그려내며 입헌군주제를 곱씹고있다.
왕가에대한 극렬비판세력에게 표독스러운 '마귀할멈' 으로까지 빗대어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에대한 옹호론도 만만치않다. 일단 그녀는 군주자리를 전혀예상치 못하던 소녀시절부터 궁에같힌채 왕위 계승교육을 받았다.
국민들 스스로 왕가를 개혁시켰던 '명예혁명' 의 혼란스런 시대와, 에드워드 8세가 여성과바람이나 왕직을버리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운 사건등을 거치며 영국왕실은 세자들에게 더더욱 패쇄적이고 강한훈육을 시키게되었다.
그 강도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왕권교육을 받았던 이가 엘리자베스였다. 더군다나 그녀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되있었던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조지6세는 말더듬이에다 건강까지 좋지않던탓에, 영국왕가 전체는 심혈을 기울여 엘리자베스를 강한여왕이자 바늘이 들어가도 피한방울 안날것같은 여성으로 길들일수밖에없었다. 이외에도 왕가의 스트레스를 겪어보지않는한 절대로 이해 불가사항이라는 동정적 옹호론 역시 별개로 존재하고있다. 그녀의 아버지 조지6세가 상대적으로 최근작인<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것을 봉팔친구들도 다들 알고있을것이다.
<더 퀸>은 평생토록 신망할줄알았던 국민의 변심과, 급속도로 성장해있는 젊은총리의 공격적인 행보에 여왕이 한발물러서는 결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영화는, 블레어총리가 양보하는 여왕의 자세에 또다른 감동을 받으며 그녀를 더욱 존경하게 된다는 복합적인 설정을 해둠으로서 왕가에대한 최소한의 예우마저 버리진않는다. 세계에서 가장많은 식민지를 거느렸고 현재도 정치적 연방을 휘어잡고있는 '지지 않는 태양' 영국여왕에대한 우회적 비판을 신나게 날렸던 <더 퀸>은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과 작품성, 전체적인면에서 성공작으로 남게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특유의 팔자걸음걸이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했던 헬렌미렐은 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여받았다.
영국 왕실은 1년에 단 2회만 공식적으로 해외귀빈을 여왕궁에 초청한다.
이를 주관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역시 초대할 당사자를 매우까다롭게 선정하는것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여왕궁의 공식초청을 받았던 한국통치자는 노무현 전대통령뿐이었다. 물론 여왕이아닌 총리와 실무적 정상외교를 벌인 대통령은 많았다.
내생각엔 여왕이 아흔을 바라보는현재, 노무현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청을받은 한국지도자로 남을듯싶다. 차기 왕으로 책봉받은 찰스 황태자가 미래의 한국대통령을 초청할순 있겠지만 말이다. 과거 노태우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현지에서 만난적은있으나, 마가렛 대처총리의 집무실 '다우닝10번가' 에 방문했던게 전부였고 그역시 버킹엄에 발을 들여놓진 못했다.
영국,캐나다,호주를 아우르는 53개 영연방의 중심국 '유나이티드 킹덤' 의 국가는 'God Save The Queen'이다. 상당히 고령인 엘리자베스2세가 폐위하고 찰스 황태자가 즉위할경우, 그들의 국가는 Queen에서 King으로 자동적인 개사작업이 이뤄진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본인의 시각에 사실상 평민 출신이었던 며느리 다이애나비를 평생토록 인정하지않았다. 어제 신접살림을 차린 손주며느리 케이스 미들턴역시 평민출신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3 01:07:38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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