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털고무신 위로 빨간색 내복이 삐죽이 나온 2반 담임 냉이샘은 탁자 앞에 서서 교복 입은 학생들을 훓어본 후 입을 열었다. "정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위대한 사업이라고 유시민이 말했다. 같은 학생이지만 본받을 만하다. 가슴에 새겨둬라." "네."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답하자 냉이샘은 안경을 밀어올린 뒤 긴 곱슬머리 휘날리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반장 무투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냉이샘 수업이잖아. 왜 그냥 나간거나?" "횡성아지매들의 김장김치와 막걸리 준다는 연락을 받고 거기 간다더라." 무투의 대답에 나너그리고우리는 의문이 풀려 속이 시원해졌다. 나너는 하이파이브하는 여자에게서 치명적인 매력을 느낀다. "진보의 비전은 시민의 자유와 국가의 정의라 카더라." "강력한 진보정당 존재의 가치는 정치 전체 변화를 통해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했지." 콩자반의 뜬금없는 말에도 나너는 당황하지 않고 씩 웃으면서 응수하였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권력을 가지는 것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능. 에취." 사원진이 감기 걸린 코맹맹이 소리로 가세하였다. 추운 겨울인데도 밤마다 나들이를 다녀 탈이 났다. "니들도 11월 29일 창원에서 열린 학생회의 봤구나? 그럼 이건 아냐?" 이상형의 궁금증 유발 발언에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상형은 가슴을 쑥 내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민주노동학교 이정희 선배 울 학교로 전학오기로 했대." "우와!" 친구들의 감탄사에 이상형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뽕빠리학교 학생회장인 3학년 유시민은 출중한 학생이다. 진심어린 언변력으로 땅의 울분을 씻어내고 하늘을 감동시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전국을 돌면서 생중계로 방송되는 학생회의도 진행한다. 타 학교 학생들과 교류의 장도 마련하는데, 세기의 미녀 이정희와의 만남도 그렇게 성사되어 전학까지 이끌었다. 유시민의 말은 입과 입으로 전해져 회자되며, 인터넷에선 수많은 패러디가 봇물을 이룬다. 유튜브 동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아이튠즈 팟캐스터 1위를 고수한다. 유혹하는 마성의 1:8 가르마, 웃을 때 아래로 쳐지는 눈썹, 애교스런 뻐드렁니.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남자다.
교실 뒤쪽 창가에는 복덩이를 둘러싼 한 무리의 아이들이 귤을 까먹는다. 복덩이는 펜션 숙박료 뽕결제 약속을 파기하여 반장선거에서 아쉽게 탈락한 전력이 있다. "어? 저기 옆반 노근 반장이지? 왜 저러냐?" "다시라기 너 모르는구나. 노근이 여친이 없어서 고통에 몸부림친다더만. 괴로움을 식히기 위해 운동장을 미친 듯이 돌지. 샘들이 수업 중간에 튀어나가도 안타까워서 봐준데." 곱슬이의 친절한 설명으로 노근의 전력질주 전후 사정이 이해된 다시라기다. "진보란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일이며, 관성과 투쟁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여져져 오는 것과 결별하는 것이래." "고지야 너도 12월 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학생회의 봤구나. 유시민 선배 말씀은 가슴에 팍팍 꽂히더라. 인기가 많아서 학생회의도 자주 열던데. 난 내요새힘들다 고민상담해주느라고 생방송 놓쳤잖아. 지난주에는 옆반 체리자네 토끼 두 마리가 눈이 맞아 가출하는 바람에 같이 경찰서에 가서 실종 신고하느라 못 보고." 하이에나의 애잔한 사연에 고지야는 귤을 까서 입에 넣어주며 위로했다. 코 팠던 손가락이지만 둘 다 개의치 않는다. 눈물겨운 우정만 자리할 뿐이다. "진보정치는 유권자의 소망 실현을 위해 다가가며, 국민에게 엎드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것이다." 난나가 학생회장의 발언을 음미하며 읊조리자 주위의 아이들은 고개를 주억이며 뜻을 되새겼다. 이어지는 껌 좀 씹는 휘린의 말에 아이들은 폭소하였다. "그날 로즈마리가 땡땡이 치고 유선배 선물 전해주다 카메라에 잡혀서 담날 벌섰잖아."
쾅! "야! 지금 학교 앞으로 궁물파 놈들이 들이닥쳤데!!" 교실 문을 황급히 열어젖힌 뭉크가 소리쳤다. 학생들을 못살게 구는 악질적인 궁물파.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랭해졌다. 동요하는 웅성임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도 보였다. 반장 무투는 비장한 몸짓으로 일어나 앞으로 걸어나갔다. "우리 학교에는 유시민 선배를 주축으로 한 최정예 조직인 봉닷컴파가 존재한다. 가입조건이 한 손으로 황소 때려잡기인거 다들 알지? 지금쯤 연락이 갔을거다. 진정하자." 반장의 말에 그제서야 아이들은 차분해졌다. "그래도 걱정된다." 맨앞에 앉은 앤드의 중얼거림에 자리로 이동하던 무투는 진중한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유선배를 믿자.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진보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던 말씀 잊지 말고." "응." 앤드는 작지만 결의에 찬 수긍을 하였다. "반장도 12월 4일의 역사적인 학생회의를 봤구나." 앤드의 짝꿍 바다반2의 조근조근한 말에 무투는 한번 웃어주고 들어갔다.
"아씨, 궁물파시키들 각목 들고 왔으면 어쩌지. 참, 미시간다 너 이번에는 학생회의 못 봤다며?" "어메리카하고 이유가 자꾸 귀찮게 따라다녀서 그래.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볼거다." 로마 역사책을 뒤적이던 절친 루비콩의 질문에 미시간다는 대략 설명하고, 새우젓의 새우 한마리가 헤엄치는 묘책을 심도있게 궁리하였다. 루비콩의 뒤에 앉은 밀백이 봉닷컴파의 선전을 기원하다 나직이 속삭였다. "시민참여와 정치혁신의 꿈을 안고 널리널리 퍼져나가자던 유선배 말씀이 생각난다." "12월 4일에 명문들이 쏟아졌지." 사촌지간인 밀백과 밀혼의 대화를 엿듣던 똥구리는 화장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레 물었다. "1반 담임인 봉팔샘 오늘 안 오신 것 같지?" "응. 전학간 데니가 적응을 못해서 데리러 갔다던데." 밀혼의 대꾸에 똥구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 밀백의 호기심 가득한 물음에 똥구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선 주위를 둘러본 다음 소근거렸다. "된장이 카테고리가 헷갈린다더라. 유선배 말씀 때문이래. 다른 방으로 옮기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봉팔샘한테 꼭 전해주라던데. 죄스러움이 뼈에 사무치면 5년 뒤에 밥을 산다더만." 똥구리는 비밀을 유출시켜 불안함이 극에 달했지만 엉덩이 사정이 다급해지자 교실을 빠르게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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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제가봉팔러 문인의 글에
우와~ 존경심이 마구 샘솟고있다..대단해, 대단해~
출연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