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거의 안 꾸는 편인데 어제밤에는 오랜 만에 꿈을 꾸었다. 박봉팔닷컴 기자들하고 어딘가 높은 곳으로 같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봉회장이 실족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난 평소에는 봉회장이 훈시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개처럼 양순하게 꼬박꼬박 군소리없이 따르는 내 자신이 너무 역겨워서 적어도 속으로라도 막 개기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런데 봉회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울어본 적은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말고는 없었다. 아니, 사실은 더 서럽게 울었다. 나는 보통 잠을 많이 잤을 때 꿈을 꾼다. 그래서 꿈을 꾼 날은 머리가 개운하다. 그런데 어제는 잠을 많이 자서 꿈까지 꾸었는데도 얼마나 울었으면 골치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봉회장이 떠난 뒤 박봉팔닷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고 둘러앉아서 회원들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자기가 죽을 때까지 천천히 박봉팔닷컴을 끌고 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어떻게 가장 먼저 죽습니까 ......."
나는 울먹거리면서 그렇게 말하는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거였다. 약간 야속한 생각이 들었는데 꿈에서일지언정 가만 생각해보니 상황이 좀 웃기긴 웃겼다. 거기다가 봉회장의 기고만장 자신만만했던 모습을 떠올리니 쌤통이다 싶기도 하고 ....... 이런 걸 희비극이라고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개기고 싶은 개기자 입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게 좀 자존심은 상하지만 정말 꿈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다.
얼마 전에 가람 기자가 박봉팔닷컴 때문에 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뜻에서 인터넷 폐인의 다양한 실태를 평민, 입문, 하수, 중수, 중고수, 고수, 초고수부터 영웅, 지존, 초인, 본좌, 입신 의 경지까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올린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음, 나는 그래도 아직 평민 단계구나 하고 안심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아무래도 개기자는 적어도 박봉팔닷컴 안에서는 입신의 단계를 넘어 불멸의 폐인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나 싶다. 가람 기자가 논한 폐인들은 전부 눈을 멀쩡히 뜨고 있었지만 개기자는 자면서까지도 박봉팔닷컴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봉회장이 사라진 박봉팔닷컴의 앞날을 걱정하며 통곡했으니 말이다.
봉회장이 댓글 읽다가 열받아서 쓰러지더라도 박봉팔닷컴이 끄떡없이 굴러갈 수 있는 날이 어서 오도록 회원들이 빨리 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봉회장은 잠도 좀 충분히 자고 건강에 유의하기 바란다.
개기자 훈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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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