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을 우연찮게 세 번 읽었다. 스무살쯤에 예수를 알아보려고 읽었고, 30대 중반에 생명철학 공부하느라 두번째 읽었고 오늘은 정치방에 '의료계와 노무현' 글 쓰다가 노무현의 삶을 알려고 서가에 꽃혀 누래진 책의 오래된 종이냄새를 들이켰다. 처음에 며칠 걸린 독서시간이 두번째는 하루밤, 비오는 오늘 세번째는 두세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독서의 맛은 세월이 갈수록 곰삭은 깊은 맛이다. 슈바이처의 1899년 박사논문 제목 <순수이성비판으로부터의 이성의 한계내에 있어서의 종교에 도달하는 칸트의 종교철학> 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의사, 파이프오르간 연주 음악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본인 자신은 철학과 봉사에 뜻이 깊었다. 내 열아홉 그 시절, 뇌리에 새긴 문장은, 예수에 대한 연구 결과 나(슈바이처)는 이렇게 확신하게 되었으므로 「예수의 생애 연구사」를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 (갈릴리) 호숫가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예수는 생소하고 이름없는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는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나를 따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 자신이 우리시대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는 명령한다. 그리고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현명하든 어리석든간에 그들로 하여금 예수와 함께 평화 활동 투쟁 수난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떤 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서 예수가 누구인가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 --------------------- 삼십대 독서를 되새김질하면, 슈바이처가 [생명철학] 도반으로 '로망 롤랑'을 처음 만난 나이도 1905년 서른살때이었다. 참고로 로망 롤랑은 슈바이처를 그의 저서 <오늘날의 음악가들>에서 (철학자나 성인이 아닌) 위대한 음악가로 칭송했다. 괴테의 파우스트 구절 -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참다운 인간성은 말씀(성경)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다가 실패를 참아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까지 하는 것이 [준비]한다는 것이다. 슈바이처 38세에 보르도에 승선하여 아프리카 의료에 나선 후,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의료혜택을 베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연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원주민]들로부터 깊은 감명과 가르침을 받았다. 고 고백하고 있다 [나는 살고자 하는 생명에 둘러싸여 있는, 살고자 하는 생명이다] 데카르트 철학을 허구, 칸트철학을 체험이 결여된 비근본적인 것으로 치부할만큼 슈바이처 철학은 '생명에 대한 외경' 과 '체험'을 중시한다. [세계는 사건인 동시에 생명이다] , [수동이 아닌 능동이어야 근본적인 철학이 가능하다] , [ 미래의 세계철학은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근본과 비근본을 비교하는 철학이 될 것이다] '나무는 해마다 다른 열매가 열리지만 그것은 매번 새로운 열매이다' 슈바이처는 스토아학파를 존중했고, 중년 이후 동양의 노자를 접하면서 "스토아학파는 본질적으로 신비주의에 도달한 자연철학이다." 라는 결론에 이른다. 기원전 7세기 짜라투스트라와 동양의 공자 그리고 유태인 예언자 야모스와 이사야로부터 생명, 능동, 문화, 긍정, 윤리 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면서 <체험이 결여된 認識>으로 불교/인도철학 종교/이슬람 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슈바이처는 '문화'를 '개인과 사회의 윤리적 완성'이라고 정의한다. 쇼팬하우워 의 염세주의와 인도철학을 부정하는 근거로 삶을 '주어진 존재'로 규정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삶=생명이란 '규명할 수 없는 어떤 신비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고 설파하고 있다. -------------------------- 세번째 독후감 - '노무현과 슈바이처' 노무현은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 판사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 법정에서 지동설을 부정하는 현실타협으로 목숨을 부지했듯이, 슈바이처도 1911년 서른 여섯에 의사시험을 치르면서 다윈의 '진화론' 을 공개석상에서 부정해야 의사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어 (비겁하지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돈 잘 버는 세속적인 세무전문변호사에서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 [노동], [민주] 을 이끄는 이념, 정의로운 길로 접어들었듯이, 슈바이처도 30세까지 학문과 예술에서 명성가로 날렸지만 그 후 생애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명을 위한 의료봉사에 헌신하였다. 지키는 것이 '보수'이고, 발전을 위해 버리는 것이'진보' 라는 정의가 옳다면 노무현과 슈바이처야 말로 진보의 표상이다. '하찮은 일이라도 자발적일 때 생명의 존엄이 살아닌다' 는 슈바이처의 저서 글처럼 노무현정대통령 시절 정부명칭 [참여정부]에서 민주=참여 를 느낄 수 있다. '통찰력과 투쟁력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것을 진보로 포장하는 기득권' 이라는 슈바이처의 비판에서 먹물진보, 교조진보, 찌질이진보들의 민낯이 연상된다. '근대 유럽인에게서 문화가 몰락하면서 발전과 진보의 의지가 사라졌다' '유럽의 식민지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식민지의 농업과 수공업을 천시하면서 아는체 하는 먹물지식 주입을 고상하게 여기어 열중하게 만든 것이다. 읽기 쓰기 수학(산수) 교육보다 목공, 연장사용법, 망치 대패ㅡ끌 사용법이 더 중요함을 식민지 청소년들에게 가르쳤어야 한다' 는 일갈에서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노무현의 광주, 경주 연설이 귀에 쟁쟁하다. - 노무현과 도올의 차이, 슈바이처와 도올 의 차이. 그 본질이 보인다. 20세기초, 슈바이처의 합리주의는 두 조류에 의해 심한 압박을 받게 된다. 오른쪽에서는 현실정치(수차례 전쟁포로가 되고), 왼쪽에서는 낭만주의(유럽상류층들의 슈바이처에 대한 비아냥과 멸시) 의 협공에 시달렸다. 21세기 초, 노무현의 상식은 진보의 탈을 쓴 민노/진보언론/ 진보먹물로부터 공격과 재벌/언론/법조계 로 대표되는 기득권들로부터 맹공 양쪽 모두에게 협공을 당한다. "역사와 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와야지, 중심에서 떨어져 나와 관측하는 제 3자의 훈계(훈장질)이어서는 안된다" '체념을 거친 인간만이 세계를 긍정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의(懷疑)주의는 무사고(無思考)와 같다" "구원의 대상이 길잃은 羊의 영혼이어서는 안된다. 구원의 대상은 羊 그 자체 羊 전체이어야 한다" 는 슈바이처의 생애와 사상은 노무현 인생여정과 정치이력 체험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 체험에서 우러난 절규는 그의 연설문에서 [나의 생애와 사상] 판박이로 시청할 수 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자, 의사, 봉사자 슈바이처 와 판사, 세무/ 인권변호사, 정치인, 노무현은 한세기 후, 위대한 [철학자]로 조우하고 있다
|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