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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의 M을 봤다.
시작부터가 마음에 든다.
일전 '형사 듀얼리스트'를 봤을 때와 분위기나 느낌이 많이 비슷하다.
그때도 영상적인 기법을 황홀해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줄거리? '형사 듀얼리스트'에서보다 보다 짜임새 있어졌다.
그러나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다.
하여 줄거리는 많이 표류하는 느낌이 들지만
집중하여 보다 보니 나도 추억 속 어느 골목에 들어 서 있다.
그것은 한낮 햇빛이 아스팔트를 집중 포화할 때 눈 한번 깜빡일 정도의 그런 시각, 주위가 하얗게 부서져 현실 감각은 무뎌지고 육체가 지표면에서 10cm 정도 떠 있는 아주 몽환적인 상태다.
그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머리를 흔들거나 손가락을 꼼지락 거려선 안된다는 정도.
몸이 빨려들 듯 집안으로 둥 둥 떠 들어가고 유리문을 열면 나뭇결이 선명한 대청마루, 대청마루 양옆으로 방이 하나씩 있고 오른 쪽 방에서 한자 정도 떨어진 곳에 윗층으로 올라가는 약간은 가파른 계단이 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조심해... '는 소리가 조금은 멀게 들린다. 엄마 목소리 같다.
'그래 맞아, 이 계단에서 한번쯤 굴러보지 않은 가족이 없지' 그때서야 난간을 붙잡았다. 헉... 계단은 처음엔 몰랐는데 오를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가파라진다. 이상하다. 중간쯤 올랐을 땐 내 다리로 오를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높다.
갑자기 이 계단을 못 오르면 큰일이 날 듯 식은땀이 흐르고 난간을 잡았던 손으로 계단을 나란히 짚고 어떻게든 오르려 낑 낑 거리다 잠이 깨어 버린다.
그건 꿈이었다.
M도 그런 꿈을 꾼다.
그 꿈속엔 추억속의 첫사랑이 있다.
왜 어떻게 되었는지조차 잊어버렸던 첫사랑,
기억이 도돌이표를 하자 그녀의 노래소리, 웃는얼굴,
감정을 숨기다 어느결에 들켜버린 부끄러움 가득한 몸짓,
같은 것들이 '나 여기 있었어' 하듯이 쏟아져 나온다.
의식에서 밀려나 잠재의식속에 꽁 꽁 묶여 있던 것이
어쩐 일인지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오는...
그러나 그것은 순서나 차례가 없다.
그러니 표류할 밖에...
살면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감정을 들키면 아웃!
무대에서 물러나야 한다.
허나 추억속의 그녀는 말한다.
"나중에 당신이 아주 많이 많이 슬퍼했으면 좋겠어
슬픈영화말고 재밌는 영화를 보더라도 문득 내 생각나서 펑 펑 울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떠난 뒤에 당신이 아주 괴롭고 아팠으면 좋겠어
우리가 흥얼거렸던 그 노래 들을때면 내가 보고싶어서 가슴을 치고 괴로워했음 좋겠어"
그녀는 안개속에 있고 그래서 용감해졌는지 모른다.
계단 위에 있던 방안에 오빠와 사촌언니, 사촌오빠들이 둥그렇게 앉아
"과외 선생님이 골목입구에 나타났다... 통장네집 근처다... 우리 옆집이다...
대문을 여신다... 유리문이 열린다... 계단을 오른다... 방문을 여셨다..."
드르르르륵~~~~
(꺄아아아악~~~~~) 이불속으로 숨던 어린 내가 거기 있다.
계단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계단이 없으면 내 장난감은 어디에 두지?
이렇게 언니 오빠들하고 장난 칠 곳은?
잘 선택한 음악이 영화를 빛낸다고 생각한다.
정훈희의 '안개'도 그러했지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Symphony No 25 in G minor'가 깔리던 그장면을 잊지 못 할 것이다.
---- 토리의 [사람을 기억하다-강동원]을 읽고 예전에 써 놨던 글 베껴옴
강동원, 남자사람이라 생각한 적 없을 정도로 느낌 썩 괜찮은...ㅎㅎ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9-24 22:36:24 바보생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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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