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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스파이 이야기 - 2회
트루 라이즈(True Lies)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도 신분을 감추고 활동을 이어 가야 하는 스파이의 현실성이 가장 강하게 묻어나는 영화가 바로 트루 라이즈입니다. 개봉 당시 '터미네이터 2'에 버금가는 '트루 라이즈' 신드롬이 다시 한 번 전국에 강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는 1991년 ‘T2’ 이후 ‘데이브’, ‘라스트 액션 히어로’ 등에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흥행을 못 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매력이 제대로 담긴 영화라는 이유와 스펙터클한 극의 전반적인 전개와 볼거리 가득했던 영화에 대한 입소문 때문이었습니다.
엄청난 덩치와 끝내주는 근육을 가진 주인공의 공식적인 직업은 컴퓨터 세일즈 맨. 하지만 그의 정식 직업과 정체는 비밀정보기관의 A급 첩보원이죠. 순진무구한 평범한 마누라와 날라리 딸에게 조차 자신이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신분을 속인 채 살아가던 그. 하지만 마누라에게 자신이 비밀 스파이라며 접근해서 유혹하는 제비족을 보고 분노하게 되고, 급기야 테러리스트들이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가족을 건드리게 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스파이 최고의 액션을 이어 나갑니다.
트루 라이즈는 프랑스 코미디 소품인 ‘토탈 라이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아놀드와 제임스 케머런 감독 커플이 다시 짝을 지어 만들어 낸 코믹 스파이 액션 대작입니다. 마돈나가 출연한다는 소문도 나돌았으나 실제 출연은 이루지 못했었죠. 영화 클라이맥스 부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실제 25층 건물에서 15미터 돌출된 곳에서 촬영된 그 장면과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다리의 폭파 씬은 최고였죠. 알 파치노의 열연이 빛났던 영화 '여인의 향기'에도 삽입된 바 있는 <Por Una Cabeza>의 활발함이 그득 숨쉬는 엔딩 역시 나름 명쾌한 결론으로 잔잔한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
부부 스파이라는 설정에서 감히 ‘트루 라이즈’의 후속편이라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입니다. 특히 ‘본 시리즈’의 덕 리만 감독이 만든 액션 소품으로 당대 최고의 섹시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주연을 맡았던 킬링 타임용 스파이 영화입니다. 니콜 키드먼과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출연 펑크를 내며 캐스팅부터 만만찮았던 이 영화는 두 배우의 결혼을 있게 만든 계기가 있었기에 더 의미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골프와 정원 가꾸기가 취미이지만, 차고 아래의 지하에 숨겨둔 로켓포와 수류탄이 장기인 미스터 스미스. 예쁜 무늬의 찻잔과 액세서리, 그리고 홈 인테리어가 취미인 미세스 스미스. 그러나 부엌 오븐 기계 밑에 위치한 반자동 기관총과 채찍을 장기로 하는 이 두 부부의 끈질긴 생명력과 조직도 어쩌지 못 한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소속도 임무도 확연하지 않지만, 평범하게 생활을 이어 가는 부부. 그러나 실상 그들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대 조직의 스파이였죠. 부부가 서로 경쟁 조직에 있어 적으로 설정되었지만, 영화 진행의 절반 이상은 서로에 대한 존재를 몰랐다는 설정 아래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그 뒤를 잇는 사랑의 힘으로 이들은 시련을 이겨낸다는 뻔한 결론이지만, 두 섹시 남녀 스타의 연기와 액션, 그리고 로맨스와 코믹 액션이 접합된 극의 흐름과 편집은 볼 만 했습니다.
최근 시리즈의 신작 촬영을 발표한 ‘스파이더맨’, ‘혹성탈출’과 같이 이 영화 역시 후속편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20대 커플이 비밀 기관의 스파이 훈련을 받은 이후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주로 그릴 예정이라고. 하지만 프리퀄 개념의 앞선 내용을 담는 이번 속편 영화의 제목은 ‘미스터 앤 미세스 존스’라고 전해집니다.
본(Bourne) 시리즈
근래 나온 그 어느 스파이 영화보다도 다채롭고, 안정적이며, 드라마틱한 구도를 지닌 영화가 바로 본 시리즈입니다. 1980년 출간되어 500만부를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루들럼의 스파이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 바로 본 시리즈죠. 주인공 제이슨 본은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J,B‘라는 이니셜이 같도록 만들어 낸 인물입니다. 이미 1988년 TV 영화로 제작된 바 있지만, 액션 장르에 CGI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대 영화에 반하는 사실감 높은 리얼리즘이 강화된 것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현재까지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울티메이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리즈 1은 프라하, 이태리, 파리 등 스파이의 본고장인 유럽 전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액션이 숨 쉬고 있죠. 가라데와 킥복싱을 조합한 ‘칼리’라는 새로운 무술을 연습하고 익혔다는 맷 데이먼의 연기력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영화 속 제이슨 본은 원작 소설의 그와 판이하게 다르고, 스토리와 플록 자체도 완전히 다른, 단지 제목과 기본 소재만 차용해 온 새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처입은 인간적 모습의 스파이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간다는 전체 내용은 기타 스파이 영화와는 다른 감정선을 대중들과 교류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최초 제임스 본드의 아류로 여겨지던 ‘본’ 시리즈는 CIA 소속의 첩보원이 CIA를 상대로 극을 전개하는 극의 반전적인 기본 구조를 지니고 있어 더한 흥미를 끌었죠.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액션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톰 크루즈처럼 지적인 이미지가 주였던 맷 데이먼 역시 ‘본’ 시리즈를 통해 훌륭한 액션 배우로써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간도(無間道: Infernal Affairs)
진영인과 유건명. 이 두 사람의 운명은 홍콩 느와르는 물론 그 어느 스파이 영화보다도 가장 극적이며 섬세한 구성으로 ‘무간도’라는 이름 아래 완성되었습니다. 경찰학교 동기생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스파이로 잠입하여 경찰과 범죄 조직의 얽히고 설킨 흐름을 주하여 전개합니다. 한 명은 조직에서 경찰로, 한 명은 경찰에서 조직으로 들어가 각각의 첩보 역할을 수행하는 엇갈린 두 남자의 진한 내음이 가득한 영화. 같은 덫에 걸리듯 서로에게 애증을 보이던 두 사람. 진영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유건명의 눈빛은 흡사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한 영화 ‘히트’의 엔딩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범죄 조직과 경찰 조직의 연락망이자 대리인으로 열연한 증지위와 황추생의 연기 역시 숨이 막힐 정도로 날카롭죠.
프리퀄 속편과 3편이 2003년 연이어 개봉된 이후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잭 니콜슨, 맷 데이먼, 마틴 쉰 등을 캐스팅하여 ‘디파티드’라는 타이틀로 리메이크해서 성공을 거둡니다. 근대사 느와르의 거장이 현대판 느와르의 거장으로 새롭게 인정받는 계기였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평가와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또한 맷 데이먼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에 걸맞게 최고의 열연으로 이어졌었죠. 그러나 섬세한 각 배역들의 심리 묘사와 전반적인 극의 임팩트는 역시 원작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기타 스파이가 등장한 영화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
제목과 소속부터 우스운 이들 미녀 삼총사는 찰리의 개인 첩보 기관 소속입니다. 여성 스파이계의 대표적인 나탈리, 딜런, 알렉스로 구성된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매력적인 스파이들이죠. 카레이싱과 변장술이 특기인 나탈리, 폭파술이 예술인 딜런, 쿵푸 고수로서 해커이기도 한 알렉스 등 매력 만점 첩보원. 각각의 캐릭터가 포함되어 여타 스파이 영화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지녔으나, 다소 코믹스러움이 스파이 영화답지 않은 면도 있었죠.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
영국 정보국의 가장 엽기적이고 황당무계한 스파이, 오스틴.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특별한 무기도 없이 오직 섹시 파워 하나만으로 닥터 이블과 미니미를 상대합니다. 혐오와 퇴폐로 지칭되기도 하는 오스틴의 연기는 이제까지의 그 어느 스파이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주인공 마이크 마이어스가 매 시리즈마다 1인 몇 역을 하는지도 궁금했던 이 시리즈는 선과 악을 동시에 소화해 낸 마이크 마이어스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자니 잉글리쉬(Johnny English)
영국 최고의 슬랩스틱 코미디언 미스터 빈이 출연했던 스파이 영화. 포스터와 기본 구성은 분명 007 시리즈를 따라 하고 있지만, 그의 능력은 제임스 본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영화 속 그는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알고 있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가는 막무가내 첩보원이지만, 운에 있어서는 007을 능가하는 재능을 보이죠. 근래 연이은 액션 물의 흥행에 실패한 유니버셜 영화사가 올 해 속편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龜は意外と速く泳ぐ)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스파이는 대개가 영웅, 혹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슈퍼맨 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주인공 스즈메는 지극히 소박하고 평범한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어중간한 맛의 라면처럼 어중간한 극적 구도를 끝까지 이끌고 있는 이 영화는 엄밀히 스파이 영화는 아닙니다.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거북이에게 밥을 주는 것 외에는 특이한 삶이 없습니다. 그런 그녀는 어느 날 손톱보다도 작은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하게 되면서 단조롭던 일상이 바뀌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있어도 없는 가치 제로의 존재, 그녀는 평범함을 가장해야 하는 스파이 요건에 가장 맞는 인물로 즉시 채용됩니다. 그저 평범했던 모든 일상이 스파이 활동의 일부가 되며 일상의 모든 것이 특별해 진다는 내용을 가진 이 영화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재발견하게 하는 가치와 재미를 지닌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히틀러의 말이 떠오릅니다. '훌륭한 스파이 한 사람은 기갑 보병부대 2그룹과 맞먹는다.' 정보의 정확성은 초를 다투는 전투와 전쟁의 승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국가에 충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실 모든 스파이 분들의 건강과 무고를 기원합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3 00:33:57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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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