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에 조금 일찍 왔다. 망년회 약속은 6시고 낮에 뭐하지 뭐하지 하다 생각난 일이 신발 빨래였다. 나는 주로 운동화를 신고 돌아 다니는데, 지난번 눈길에 한켤레가 더러워졌고, 한켤레는 매운탕을 먹다 흘려서 어이없이 운동화에 씨뻘건 자국을 남기고 말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운동화는 내가 손수 항상 직접.....빤다. 뭐 사실 다른 살림살이는 정말 돕는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 운동화만은 그렇다.

 운동화를 빨다가 갑자기 어릴 때 기억 한자락이 날 웃게 해서 글을 써본다.

내가 아마 5학년쯤 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만 할때는 한반에 한,두명 정도 나이키급의 고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프로 스펙스...그런 걸 신고 학교에 나타나면 같은 반 아이들이 "와"하고 모두 쳐다 봐 주곤 했다. 여기 넘쳐나는 논네들 한테 이런 얘기하면 뭐 또 고무신 얘기 나오고 하겄지만, 내가 어릴때는 그랬었다.

 무슨 일인지 하여간, 나이키가 세일을 했다. 그런데 엄마가 내게 나이키 운동화를 사주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직도 나는 나이키를 보면 그 때의 흥분을 느끼곤 한다. 정말이지 일주일을 운동화를 밖에 신고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신고 다니면서 길을 들이고 있었다.

 그 자랑스러운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던 그 날을 난 잊지 못한다. 내가 가진 물건을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한거는 그 날이 처음이었다.

 좋은 일뒤에는 나쁜일이 기다리고 있다고......그 귀중한 신발을 신은지 삼일만에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친구 가방을 걷어찼는데, 신발이 찢어진 것이다.

 아 그 아찔함이란....어린 가슴에.... 정말 내가 아직 인생을 살면서 그 날처럼 후회를 해본 적이 아직은 없다.

 그 뒤로 천으로 된 조깅화라 불리우는 가벼운 운동화를 사본 적이 난 없었다. 가죽으로 되어서 칼로 찢어도 잘 찢어지지 않는 그런 운동화만 사서 모았다. 어린 내게 벌어졌던 일이 트라우마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