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누리길 끝에 태광빌딩이 있다. 이 빌딩은 구닥다리라서
주출입구에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이 나란히 붙어있고, 불켜는 스위치가
가운데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동시에 밝아지는 것이다.
태광빌딩 1층에 입주한 상인들은 모두 이 화장실을 이용한다.
1층의 입주 상인인 나는 역시 1층 입주상인인 <대성식당>에서 김치찌게를 점심으로 시켜먹었다.
대성식당은 주인이 바뀐지 서너달 가량 됐다. 매칼하고 짭쪼름한 김치찌게를 다 먹고 나서
" 이번에도 얼마 못 갈 것 같다"
라는 소감을 남기고 나는 화장실로 갔다. 왜냐? 식후연초는 불로장생인데
사무실에서 연초하기에는 매우 매우 곤란했으므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을 동시에 밝히면서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는 대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연초를 하는 것이다. 연기가 연처럼 꼬리를
늘이며 넘실넘실 남자화장실로 넘어가고 있는 중에 누군가 남자화장실로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벽 하나만 가로 놓여 있달 뿐 천정 쪽은 트여 있어서 낯뜨거운 소리가 다 들려왔다. 바지지퍼 내리
는 소리
오줌 누는 소리.........ㅎㅎㅎㅎ 그러더니 남자화장실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오줌을 누면서 핸드
폰으로 전화를 하는 듯,
"자네 곰새 읎어졌데. 자네 줄라고 돈을 챙겨가지고 갔는데."
" (아마도 상대방이 무슨 돈이냐고 묻는 듯)"
"내가 저번에 자네한테 꿨잖은가 그 돈"
"(아마도 안 받아도 된다고 하는 듯)
"무슨 소리, 내가 자네 돈을 어떻게 슬쩍 쓰고 말 수 있는가."
"(..............인 듯)"
"자네 돈 줄라니 안 받고 나는 이거 들고 다닐라니 무거워 죽겄어."
"(ㅎㅎㅎㅎㅎ인 듯)"
"얼렁 좀 가지고 가게."
나는 연초를 하면서 옆사무실의 아줌마가 여자화장실에 절대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
끽 소리도 못 내고 끽연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문 열고 나가는 소리가 나더니 그는 전등 스위치
를 눌러버렸다.
이런,
여자화장실이 캄캄해졌다. 무서워 죽겄다.....ㅎㅎㅎㅎㅎㅎ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4-15 17:54:48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