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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외미마을 이야기>는 제가 이 동네로 이사온 후 친구가 된 털보네 주변 이야기입니다.
털보에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외동아들 재헌이구요. 또 하나는 동네 유기견입니다.
이넘은 이름이 그냥 <개>입니다.^-^ 지금까지 10년째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외동아들 재헌이부터 소개합니다.
우리 재헌이 ....
밝고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인데 몸이 안좋아서 보는 이를 늘 안타깝게 합니다. 당시 발곡중학교 1학년인데요. 아주 어려서 뇌부분이 손상되었답니다. 뇌 속에서 뭐가 자라는데 어려서는 위험하니 조금 큰 후에 수술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수술을 못받고 있습니다. 혹시 잘못될까봐서 그렇습니다. 물리학자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뇌부분에서도 상당히 희귀한 종류라고 합니다. 수술비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 모퉁이 구멍가게하면서 버는 돈 거의다를 재헌이 수술비로 모아야만 합니다. 이쪽 분야에 아직 건강보험료의 혜택이 많이 부족한거 같습니다.
(희귀병에 대한 정부지원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합니다. 생활정치 차원에서요.)
현재 재헌이는 발달장애아로 분류되어, 학교생활하는데 있어서도 전가족이 많이 힘들어 합니다. 한사람이 꼭 붙어야만 합니다. 재헌아빠/ 재헌엄마 .... 모두 재헌이 한테 메달려서 오로지 재헌이 건강 하나만을 평생의 소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헌이는 하시라도 병원에서 결정을 내리면 바로 수술을 받아야만 합니다. 정말 걱정되고 조마조마합니다.
잠을 자다가도 재헌이 생각만 하면 불쑥 일어서진다는 내 친구 털보 .... 재헌이는 엄마보다도 아빠를 더 좋아합니다. 신이여, 도와주세요. 우리 재헌이 수술 잘 되게 도와주세요. 우리 친구/ 재헌엄마 .... 모두 마음 고생 안하고 살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제 저녁 무렵입니다.
사촌형이 저녁이나 먹자고 부르셔서 나가는 길에
털보네 가게에 들렀더니 마침 재헌이가 엄마랑 같이 막 하교해서
가게마당에 있더군요. 재헌이는 평범한 아이들하고 달리 항상
엄마랑 등하교를 함께 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서로 껴안고
등을 두드려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랑 재헌이만의 인사법입니다.
우리는 항상 먼저 보는 사람이 달려들어 껴안고 인사합니다.
그때, 털보가 수돗가에서 수건을 빨고 있더군요.
늘상 하는 일이라 저는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따라 털보가 물수건을 가져 와서는
아들더러 장의자에 누우라고 합니다.
우리 재헌이는 지네 아빠 말씀이라면 걍 꾸벅입니다.
이내 재헌이가 방글방글 웃으며
아빠가 무얼하려고 그러는지 미리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책가방을 벼게삼아 길게 드러눕습니다.
아들의 얼굴이며 목이며 눈자위며 심지어는 코 부근까지도
물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는 털보 ....
저는 가만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이윽고, 털보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자장가와도 같은 노랫소리 ....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가니~
나직히 노래를 부르며 ....
아들을 씻겨주는 털보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만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
어제따라, 항상 웃어만 보이는 재헌이의 밝은 모습마저도 ....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
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정성스레 아들의 얼굴을 훔쳐주는 털보의 자상함도 ....
모든 것이 다 슬프게만 보이는 까닭은 또 어이된 일일까요 ....
다 씻기고 난 후 부자지간에 환히 웃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다정하고 좋아만 보입니다.
아마 하늘 아래 이런 부자지간도 없을 것입니다.
재헌아 .... 그치?
그 모습이 하도 보기좋아 옆집 전주식당 아주머니도 밝게 웃으시네요.
그런데 재헌이가 안경을 두고 갔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기를
"친구야~ 재헌이 안경두고 갔는데?" 했더니, 털보가
"응. 괜찮어. 금방 올거야. 학원 가야거든 ...."
"무슨 학원?"
"미술학원 .. 그냥 이대로 둘 수는 없고 초등학교 2~3학년 애들이랑 같이 해 ...."
털보가 말끝을 흐립니다. 그리고는 .... 힘없이 웃어보입니다.
그 특유의 하얀 치아를 드러내놓고 ....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끼자 바로 일어섰습니다.
전철을 타러 회룡역으로 가면서 혼자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할만한 방법이 도대체가 없더군요.
덕분에 ....
어제는 형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주를 퍽이나 많이 마셔버렸습니다.
형이 많이 의아해 하더라구요. ^-^
이유없이 퍼마시니 ....
2007.6.4 그 맑고/흐린 오후, 재헌이를 생각하면서
 재헌이가 그린 그림/ 우는 여인 나중에 막걸리 한잔 하면서 털보한테 지랄을 해댔습니다.
"너, 왜 하필이면 그 딴 노래냐?"
" ....?"
털보가 의아해 하더라구요. 걍 의미없이 부른거라면서 ....
그래서 제가 큰소리로 승질을 부렸습니다.
"야, 다음부터 그 딴 노래 부르지마! 가사가 그게 뭐니? 수술받을 아이한테 .... "
그때서야 털보가 다시는 그 노래 안부르겠다고
씨익~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더라구요.
젠장 ....
서유석/타박네야
지금은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설날 일부러 재헌이 복돈주러 갔었습니다.
세배 대신 둘이 껴안고 수도 없이 얼굴을 부벼대고는 ....
거금(^^) 5만원을 털어서 주머니에 넣어줬더니 뛰면서 좋아하던 모습.
아직도 겁이 나서 수술을 못받고 있습니다.
우리 재헌이 수술 잘 받고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털보네 주변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