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내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처가집부터 들러는 것이 관례라 하기에 처가집에서 하루밤 자고, 다음날 본가로 가서 부모님과 형님 형수께 인사드리고 점심식사 마치고 나니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 동생아, 이번에 내가 이사했는데 너들 어차피 집뜨리도 안했으니 겸사겸사 오늘 들러라. 맛난 저녁 준비할테니 밥먹고 새색시랑 자고 가거라" 하여 누나집으로 향하고, 자형과 누나가 반갑게 맞이해주고 한상가득 저녁밥상 차려지고, 화기애애 오손도손... 여기까지는 여늬집 신혼여행후 귀가모습이나 집뜨리 간 동생부부 모습 그대로였는데...
술 좋아하는 자형이 " 어, 여보~ 이 좋은 날 술이 없네.. 좋은 안주에 반주 해야지"
내가 즉시 " 자형, 누나는 상차리기 바쁜데 제가 술 사올께요 "
누나 " 요 앞 골목 돌아서 쭉 ~ 나가면 왼쪽편에 슈퍼 있다. 밥상 다 차렸으니 얼릉 소주 몇병 사 오니라"
대문 열고, 누나 말대로 골목 돌아서 쭈 ~ 욱 가니 슈퍼 있었다. 소주 몇병에 담배 한갑까지 사고 흐뭇했다 ... 누나집 급히 오느라 허둥지둥..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던 차라.. 소주병 보면서 맛있는 저녁밥상의 푸짐한 안주 생각하며 뛰다시피 잽싼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쭈 ~ 욱 되돌아 와서, 골목 돌고 누나집 대문 앞에서 문 열려고 보니 '어 ? 이거 누구집이지? 이 집이 그 집 아니네.' 다시 골목길 돌아서 저 편으로 ... ' 어 ? 이집도 아니네....'
약간 큰 도로로 다시 나와서 주변 살피고 골목으로 다시 돌격.... 그래도 아니네 ? " 슈퍼는 어디야? 슈퍼에서 다시 출발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 저 아저씨, 이 부근 슈퍼가 어디에 있어요? " 아저씨; " 저리로~ 모퉁이 돌면 거기 슈퍼 하나 있지 아마....." 모퉁이 돌고 저편 쳐다보니 헉 ~ 이건 그 슈퍼가 아닌거라. 다시 골목길을 돌아서 석양에 뛰어가는 내 그림자....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쪽말림을....
그러기를 10분, 30분...1시간... 시간은 자꾸 가는데 배는 고프고...누나집 전화번호도 가물가물.. 게다가 공중전화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얼마나 더 헤매었는지...... 해는 이미 지고 어둑어둑한 주변 바라보니 눈물이 흐르더라.. 증말로 ㅋ
자꾸 움직일 수록 더 멀어질 것 같아, 개천옆 자그만 잔디 둑길에 앉아 안주 없는 쐬주 홀짝홀짝,, 그리고 안주로 담배 한모금... ( 그 개천 옆 작은 잔디둑은 지금도 기억한다. 얼마전에도 그 길 지나면서 신혼의 아픈 추억 떠올렸더랬다 ㅋ )
누나 집에서 한바탕 소동은 안봐도 비데오... 저녁밥상 다 차린 것 보고 쏘주 사러 간 새신랑이 몇시간 째 행불.... 누나와 신부가 오빠에게 처가집에 전화하고... 시가집 처가집 모두 " ** 서방 어디 간거야? " 의아해 하고... 기다리다 못한 자형 누나 새색시까지 사람찾아 나서고...
해는 져서 어두운데 개천둑방에서 홀짝홀짝 소주 마시던 신랑, 동생 발견하고 이산가족재회.... 쪽말려서 티비의 이산가족처럼 포옹은 커녕... 고개 푹 숙이고 끌려가던 내모습과 킥킥거리는 누나 자형 웃음소리...기억 생생하다. 그 때 색시는 아마 '저 인간 믿고 살아도 되는거얌?" 그리 생각했겠지...물어 본 적 없는데 이글 쓰다 문득 떠 올랐다 함 물어봐야게따 고개 푹 숙이고 뒤따라오던 신랑보며 무슨 생각 했는지?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