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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방 뭉크의 기사 <신의 한 수> 보고 필 받았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딱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프로 기사와 바둑을 두어본
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 심플 -
사람들은 그찮아도 복잡한 머리에 그 골치 아픈 걸 왜 하냐고 그치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좋은 상대 만나 집중해서 바둑 한 판 잘 두고 나면 온 몸의 피로가 확~ 풀리고 머리가 아주 개운해진다.
초딩 때 어른들이 두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중 2 무렵에는 토요일 수업 마치고 서면로터리 기원에 가면 고수급 아저씨들이 귀엽다며 9점을 놓고 지도해 주었다. 고등학교 때는 점심시간에 공책에다가 19 * 19 간의 줄을 그어 바둑판을 맹글어서 두는 것이 낙 중의 하나였다. 그때 기력이 3~4급 정도였던 것 같다. 반 친구 중에 롯데배 아마추어 전국바둑대회에서 16강에 올라갔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는 3점을 깔고 두었다.
대학 졸업 무렵에는 내기바둑이라면 프로기사하고도 선 잡으면 해볼 수 있다는 강호의 고수 바둑꾼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첫 판에 4점을 놓고 둬서는 이기고, 다시 3점을 놓고는 두 판 둬서 한 판은 지고 한 판은 이겼다. 이 무렵 신촌전철역 지금의 현대백화점 쪽 출구 근처에 있던 기원에서 2급을 놓고 두었다.
그 다음은 시간이 흘러 90년대 초중반 PC통신시절이다. 천리안에서 바둑을 즐겨 두었는데, 기력은 거기서 컨디션에 따라 5~7단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 (오해하지 마라. 온라인 바둑 급수는 원래 그렇다. 이 정도면 동네 기원에서 1~3급에 해당된다). 당시에 조혜연이라는 초딩 상급반쯤 되는 회원이 있었다. 나정도 기력인 사람들에게 사붐님 사붐님 하면서 같이 두었는데, 바둑이 매우 침착하고, 무게가 있고, 형세판단이 강하고 해서 모두들 귀여워하면서 같이 잘 두어줬다. 이 친구 실력이 느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고수 급으로 성장했다. 아마도 오프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온에서는 실전경험을 쌓아나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두어 판 두어본 경험으로는 이 친구가 워낙 정석대로만 두고 발이 느려 초반에는 대개 내가 우세한 듯 했는데(내 눈에는), 중반 이후에는 야금야금 먹혀들어가 어느 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판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고 시간이 좀 흘렀나? 어느 날 천리안에 들어갔더니 난리가 났다. 조혜연이 프로기사가 됐다고, 축하한다고, ... 나중에 봤더니 조훈현, 이창호에 이어 역대 최연소 입단기록 3위(11세 11개월)였단다. 입단 후 얼마 되지 않아 “마녀” 루이나이웨이 기사를 꺾고 여류명인전, 여류국수전 이런 데서 우승도 하고, 검색해보니 성적도 출중할 뿐 아니라 품성도 매우 곧고 생긴 것도 똘망똘망 아조 야무지고... 그렇더라. 요즘 바둑 TV에서 “조혜연의 창작 사활”(맞나?) 이라는 프로를 진행하더라.
한 개 더. 수년 전에 직장 관련 모임에서, 전체 약 1200명을 소속에 따라 12개 조로 나누어 각 조에서 선수 3명씩 출전하는 단체전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 부서 대표 3명 중에 포함되어 출전해서 우승 먹었다. 당시에 나는 무명의, 소위 다크호스 였는데. 그 전부터 최고수 급으로 지목되어 왔던 선수랑 붙어 그 사람이 방심하다가 엉겁결에 내가 이겼고, 해서 그 뒤로 여기저기 좀 불려댕겼다.
한 개 더. 인근 부서의 발이 넓은 한 동료가 주선해서 갓 입단한 프로기사 두 명(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을 초청해 다면기 지도대국을 둔 적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다섯 명 정도와 다면기를 두었는데, 나는 3점을 놓고 여유 있게 이겼다. 뭐 다면기였으니까.. 에잇, 2 점만 놓을 걸... 암튼 그랬다.
지금 근무하는 바로 옆 부서에 고수가 한 사람 있다. 중학교 때까지는 프로입단을 할 요량으로 바둑공부를 하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걍 공부 쪽으로 방향을 틀었댄다. 내가 2 점을 깔고 두는데, 그 냥반이 놓는 한 수 한 수마다 그 중압감에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든다.
요즘은 바빠서 통 못 둔다. ㅠ.ㅠ. 퇴직하고나서 맘 놓고 바둑 둘 수 있는 날만 그려본다. 짜장면도 시켜 먹어야쥐...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4-07-11 18:23:00 생활에서 이동 됨]
 심플 기자를 불쌍히 여긴 1명에게서 카테고리 견인비 300뽕씩 삭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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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