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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24일) 겪고 다음날 쓰기 시작했는데 방금 전 글이 완료됐다.
한국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사를 끝내고 지하철에 오른 때가
얼추 저녁 7시반이 됐던 것 같다.
역사는 퇴근길의 빠른 발놀림들로 가득했다.
노동자에겐 출근보다 퇴근이 더 신성해 보인다.
지하철에 오르니 줄지어선 손잡이 아래
오늘 하루 일용할 노동으로 지친 어깨들이 즐비하다.
그 어깨의 주인공들은 적당한 피곤이 배인 게슴츠레한 얼굴로
자신들만의 세계에 잠겨있다.
더빙을 여의도에서 믹싱을 상암에서 하느라 빠듯한 하루였다.
담당차장께서 여유있게 기다려주시는 바람에 부담을 조금 덜었더랬다.
이렇게 한 달여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목덜미 쪽으로 알싸한 기운이 지나갔다.
허탈한 후련함이랄까?
PD는 숙명적으로 손을 털기까진 잠을 제대로 못잔다.
잠을 자도 꿈속에서도 날씨가 좋길 바라거나 편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얼마나 후련하겠는가?
심신이 지쳐있기에 후련함은 곧 허기로 이어졌다.
AD와 함께 연신내에서 해장국을 먹었다.
그곳의 해장국은 고추기름과 청양고추 다대기, 후추가루를 듬뿍 치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얼큰함이 입맛을 돋기로 유명하다.
아무튼 허벌나게(좀 속된 말이지만 적절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먹어댔다.
먹고나니 정신이 돌아왔다.
그때 시각은 9시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방송시간은 9시30분...
본방사수!!!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의 본방을 지키는 것은 PD의 기본이다.'를
속으로 외치며 식당안을 둘러봤지만 TV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조금 난감해진다.
사무실까지 가기에는 조금 빠듯하다.(그러고보니 하루종일 빠듯했다)
그렇다고 한참 후배인 AD앞에서 체신머리 없어 보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러지만 않다면 냅다 달려서 늦지않게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여기서 지하철까지 빨리 걸어 5분...
지하철 5분, 홍제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사무실까지 5분 ...'
속으로 어림잡아 보니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다.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치도 않다.
왜냐하면 어림잡은 구간 모두 전력질주를 염두에 두고 빠듯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잡을 요량이 아니면 진작에 본방사수를 포기해야 한다.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충분히 AD에게 인지시켰다고 생각되는 시점부터
서두르기 시작했다.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액션에 바람이 인다.
자리에서 과감하게 일어난다든지, 인파를 피하기 위해 건너편 길로 건넌다든지,
마주오는 사람을 앞서 피한다든지...
버스타고 가도 되고 지하철 타고 가도 된다는 AD는
PD를 챙긴다는 마음에선지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지하철을 같이 탄다.
녀석이 내리자 방송까지 7분이 남았고 역은 두 정거장이 남았다.
홍제역 1번 출구 계단을 뛰어오르며 체크한 시간은 방송까지 3분 남았다.
아까 계산할 때 사무실까지 빠듯하게 잡아서 5분이었는데
3분이면 포기해도 나무랄 데 없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PD가 본방사수를 안한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다.
벌써 생각들은 포기를 위한 합리적 근거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본방사수는 스스로 설정해 놓은 목표였다.
스스로 걷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인생은 달리는 거니까.'
지금 생각해도 참 시덥지 않은 핑계다.
포기의 유혹은 그렇게 떨어져나갔다.
그런데 아랫배가 급속도로 땡겨왔다.
국물이 얼큰하다고 남김없이 마셔버린 게 화근이었다.
숨이 가쁘고 몸이 무거운데 아랫배까지 땡겨오는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거리의 불빛들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형체가 뭉개져갔다.
시간이 느려지고 있었다.
'죽을 때 이렇겠구나.' 싶었다.
아, 3분...
순간 3분은 모든 것이었다.
우습게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방송까지의 3분을 더 절박하게 하는 것 같았다.
비장감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몸을 추스렸다.
뒤로 내닫는 일렁이는 차도의 불빛들로 속도감이 느껴졌다.
그럴수록 시간의 한계, 체력의 한계가 한층 명확해졌다.
'지난 삶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3분을 무심코 흘려버렸을까?'
'앞으로도 삶의 곳곳에서 지금보다도 더 절박해진 3분과
대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시간을 들여다보니 2분이 남아 있었다.
이제 포기하기엔 늦은 시간이 되었다.
어찌됐든 2분 뒤에는 결과가 나올 테니까.
사무실이 있는 유진상가는 출입구가 여러 곳이다.
평소에 사용하던 루트는 피하기로 했다.
지름길로 쓰이는 상가쪽 계단을 사용하면
최소 30초 이상은 단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들어서며 저녁 시간에는 사무실쪽 출구가 닫히더라는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헐떡이며 2층으로 올라 복도를 들어서니 문은 닫혀 있었다.
'아뿔싸'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했다.
평소의 루트를 사용했으면 40초를 벌었을 것이다.
본방사수가 한 걸음 더 뒤로 멀어졌다.
계단을 내려올 때 방송시작이 1분여 남았다.
이마에 맺혀있던 땀이 주륵 흘렀고 등짝은 이미 축축해져 있었다.
가히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고 있었다.
머리속에서 이런 거, 이런 느낌을 영화에서 써먹자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보안을 푸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3층 복도를 들어서고
방송이 시작되었으리라 예감하면서 사무실을 문을 열었다.
시작이 되었어도 후회는 없으리라며.
......
결과적으로 본방사수를 했다.
TV에선 타이틀 마지막 장면이 스틸이 잡히며 CM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 이거야!"
아직 멘붕 후유증이 남았는데 어떤 실마리를 찾았다 싶었다.
PS>
아래는 촬영현장....
통영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노을
통영 동피랑에서
통영 북포루에서 통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체력이 약해 뒤늦게 올라갔더니 촬영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통영 삼성공작소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8-26 15:48:24 생활에서 이동 됨]
 여의도P 기자를 불쌍히 여긴 1명에게서 카테고리 견인비 300뽕씩 삭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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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