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에 '희망찬내일위해'가 어둠 속의 댄서 영화 이야기를 올려놓은 걸 읽다가 문득 그 때 영화 보고 나서 끄적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뒤져서 갖다 놓는다. 무려 7년 전 야그네 ㄷㄷㄷ
어리석은(?) 사랑을 노래하는 뮤지컬 : 영화 '어둠 속의 댄서'
제목만 보면 무슨 영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어떤 이는 춤꾼으로 성공하려는 가난한 이의 눈물겨운 성공담이나 좌절기를 다룬 영화라고 짐작할 것이고 어떤 이는 댄서가 주인공인 에로 영화인줄 알 지도 모르고 또 어떤 이는 장님과 춤을 연상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의 경우는 그나마 내용면에서는 조금 비슷한 점도 있지만 영화 내용을 제목과 연결하기란 역시 쉽지 않은 듯 하다. 그렇다고 내 머리 속에 영화 내용을 담을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한 후배의 소개로 알게된 영화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무료 시사회가 있어 차비와 과자 값만 내고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어둠 속의 댄서'를 접하게 된 연유다.
이번에도 역시...난 정말 영화에 대한 예의가 없는 듯 하다. 이유인즉슨 영화를 보기 전에는 감독이나 배우, 줄거리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관계로 사전 지식을 거의 갖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 속의 댄서' 역시 그러했고 그 유명한(?) 감독을 몰라 뵙고 갔으니...아직도 감독의 이름이 가물가물....-.-;;
그러나, 때문에 그만큼 영화에 대한 선입견은 덜 갖고 보았으니 영화를 있는 그대로 내 관점에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줄거리를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하고 싶지만 그럼 내가 할 얘기를 줄여야 하는 관계로...한겨레신문 기사나 기타 언론 매체를 참고하시고...나는 비평의 능력은 없는지라 내 눈에 보이는 대로, 내가 느낀 대로 이야길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둠 속의 댄서.....
한마디로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감동이었으니..그러나 한 꺼풀 벗기면 그만큼 보편적인 정서-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맹목적이고도 가없는 사랑-를 담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함께 울 수 있을 만큼...덕분에 신파조의 영화라는 혹평도 받았다는 야그도 듣긴 했을 정도이니..그럼에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는 생각이...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을 그런 식으로 풀어낸 감독에게는 감탄을, 직업이 가수인 주인공(셀마 역, 비욬)의 때묻지 않은, 그러나 그 어떤 유명배우 못지 않은 연기에 찬사를!!
아마 보는 사람 중에 조금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만큼 실감나는 영화였다.
일상이 지나치게 있는 그대로 나오면 대개 사람들은 불편해 한다. '오! 수정'이나 '거짓말'같은 영화들이 그렇다고나 할까. 조금 미화하거나 비현실적으로 꾸며내면 그나마 조금 편하게 보구. 단적인 예를 들자면 친절했던(?) 이웃의 악마로의 과감한(!) 변신은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내용이니...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우선 뮤지컬 영화가 아니면서도 뮤지컬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셀마의 내면의 현실 도피적인 환상들은 어김없이 뮤지컬로 처리되어 등장한다.
심지어 자신의 손으로 죽인 이웃마저 피를 묻힌 채 다시 살아나(!)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지경이니...여기서 웃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주인공과 감정의 공감대가 덜 생긴 탓이려니...싶다.
프레스에서 손이 다칠 듯한 긴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육중한 기계의 둔탁한 금속음이 경쾌한 타악기 소리로 전환되면서 일꾼들이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나의 심장을 순간적으로 긴장시켰다가 풀어버리기도 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셀마의 인생관이랄까...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는 셀마는 뮤지컬 영화를 볼 때마다 끝나는 것이 아쉬워서 결국 너무 뻔한 엔딩의 징조를 파악한 다음부터는 마지막 노래가 아닌 마지막 바로 전 노래가 끝나자마자 극장을 나와버리는 습관을 갖게 된다.
그래서 뮤지컬이 끝나도 셀마에게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뮤지컬이 된다는 것이다. 셀마는 자신의 죽음 직전에 자신의 삶 역시 자신이 보아왔던 뮤지컬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으로 만든다. 아들에게 전해준 빛과 사랑, 친구들에게 흔적을 남기는 자신의 삶으로... - 물론 이 부분도 셀마의 노래로 표현되고 있다 -
어쩌면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기차 위에서의 뮤지컬은 감독의 세상에 대한 조롱으로 들리기도 했으니...볼 건 다 봤다나? 눈이 멀어 가는 자신에 대한 세상(주위)의 걱정에 대해 주인공은 아름다운 건, 봐야할 건 다 봤으니 이제 눈이 먼다 해도 괜찮다는 투의 말(노래)을 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영화 곳곳에 세상에 대한, 현실에 대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감독의 통찰과 조롱이 숨어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지만서두..
우선 체코에서 이민 왔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묻는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공산주의에 대한 희화화와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찬양은 역설적으로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기고만장하는 미국을 비웃는 듯 했다.
친절한 이웃인 척 하면서 주인공이 아들의 눈 수술을 위해 꼬깃꼬깃 모아둔 돈을 훔쳐 가는 경찰관의 모습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삼는 세계의 경찰관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셀마가 경찰관을 철로 된 서랍을 빼서 내리찍는 장면은 상황적으로는 참으로 서글프기 그지없는 장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속시원한 장면이랄까.
사형을 선고받고 대기중인 셀마에게 찾아온 변호사는 앞서 셀마를 변호했던 국선변호사는 무능하며 자신은 유능하다고 말하며 대는 근거가 자신은 수임료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가히 코웃음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돈은 기실 셀마가 모았다가 경찰관이 훔치고 살인 끝에 되찾아 수술 예약을 했던 바로 그 돈이었음에도...
셀마는 사형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잠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음에도 결국 아들의 수술을 위해 그 변호사와 사형집행연기를 포기하고 만다. 그 놈의 돈이 뭔지...
현실도피적인 면도 있지만 현실의 더러운 상황을 자신의 내면에서 아름다운 상황으로 반전시켜내는 주인공의 뮤지컬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하는 지도 모른다.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모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분석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온 한마디는 '사랑은 어리석다!'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셀마의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자초하면서도 아들과 만나기를 극구 거부하는 것 역시 사랑 때문이었다.
교수형에 처해지는 그 순간에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도 사랑 때문이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망각하게 하고 자신을 버리고 아들에게 빛을 주는 대신 자신의 부재를 남기는 것 역시 사랑 때문이었다.
그 놈의 사랑이 뭔지...여기엔 어떠한 분석도 의미 없음을 안다.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가 셀마(어머니)의 사랑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아들과의 관계나 아들의 사랑, 그리고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묻혀버린 것과 2시간 반에 가까운 런닝타임에 비해서는 얘기가 조금 빈약한(적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 '사운드 옵 뮤직'에서 들었던 노래를 빼면 셀마의 노래가 우리의 정서에는 잘 와닿기 힘든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감독은 보는 사람(관객)보다는 자기 위주로만 영화를 만든 것 같은 형식성 등....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고 울었다.
친절한 이웃이 아들에게 자전거를 생일 선물로 주었을 때 한사코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다가 자전거를 타며 행복해 하는 아들의 모습에 마지못해 자전거를 허락하는 장면에서...셀마의 마음 속과 같이...
돈을 되찾으려면 자신을 죽여야한다는 경찰관의 억지에 셀마가 결국 총을 쏘고 그것으로도 안되어서 결국 철제 서랍으로 내리찍는 장면에서...셀마와 함께...
사형집행연기를 포기하고 사형집행 전날 감방 통풍구를 대하고 노래를 부를 때...셀마의 노래와 함께...
그리고 감방을 옮긴 후 교수대에까지 107걸음을 걸으며 다시 뮤지컬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사형집행되고 영화가 끝나기까지...모두와 함께...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