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라는 사람을 처음알게 된 것이 오래전 보았던 단편을 통해서였고. 그 후로는 연극에대한 정보말고는 별다른 인상을 받지못했었다. 대사가 있긴했지만 기억될만한 내용성을 가지지못한 역할들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2004년. 정재영과 예지원이 주연했었던<귀여워>에서 중간보스로 등장한 김준배의 짤막한 정재영과의 씬은, 한국영화와 드라마속에 수없이 그려져온 깡패에 대한 공식을 거침없이 파괴하며, 이 영화를 보았던 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그냥 깡패였다. 뭇 작품들에 등장하는 조폭들이 실제와는 틀리게 꾸며진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사람은 동네 당구장에서 마주칠수있는 실제건달의 모든것을 짧은시간동안 너무도 훌륭하게 표하고 있었다. 어눌한 말투, 걸음걸이, 특유의 제스쳐, 종잡을 수 없는 눈빛.
김준배는<귀여워>에서 선보인 '레알 깡패'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역할만 섭외될지 모를 불안감. 이 연기 하나만큼은 소름끼칠 정도로 해낼수있는 일종의 자신감. 김준배는 정말로 귀한 캐릭터다. 그동한 한국이 가지지못한 특정분야의 메소드를 적디적은 분량으로 100퍼센트 폭발시키는 소중한 조연이다.
영화<트럭>의 한장면.
<트럭>은 독특한 영화다. 내용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살인범으로 등장했던 '진구' 외에는 전부다 충무로 바닥에서 한가닥하는 조연들이 뭉쳐만든 영화였다. 물론 유해진은 주연급으로 성장했지만, 그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조연계의 에이스였다. 김준배가 등장하는 위 장면은 노시나리오 형태로 즉흥으로 진행된 촬영이었다.
강우석 감독의<이끼>를 통해 이름값이 한층 높아진 그가, 앞으로 분량이 확장될 작품에선 어떠한 악 으로 분해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김준배만큼 압도적인 '악' 은 없다. 그는 '악' 을 너무도 편하고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다. 기성감독들이 '김준배' 라는 존재에게 약간의 관심만 더해준다면, 우리 관객들은 허장강의 대를 잇는 초대형 악역배우를 갖게될지도 모른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