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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 램플링.Charlotte Rampling
영국의 60년대 중후반을 지배한 섹시아이콘.
알만한 사람은 다 알던 최고의 패셔니스타.
서늘하고 짙은 에메랄드 눈빛. 확실한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안타깝게 대배우로 성장하지못한 그녀.
1945년생. 우리나이로 67세. 노대통령보다 한살씩이나 더많은 할머니. 현재 조연으로 활동중이며 어떤 젊은여배우와 겨뤄도 뒤지지않는 고혹미와 원숙함을 지닌 여성. 세상에서 가장 옷잘입는 할머니 샤롯 램플링.
샤롯 램플링 케이트 모스
샤롯 램플링은 정극경력이 전혀 없었다. 리처드 레스터에게 우연히 픽업되어 65년<The Knack & How To Get It>으로 데뷔하긴 했지만, 독특한 이목구비와 빼어난 몸매로 패션계에서 성장한 스타였다. 90년대 초반. 미모와 글래머러스가 조합된 이상적 여신상을 추구하던 런어웨이의 판도를 뒤집어놓은 모델이 '케이트 모스' 였다면, 샤롯은 이미 20여년 전인 60년대 중반부터 70년까지 그 누구보다 전방위적 트렌드를 선보인 최고의 모델이었다. 사실 케이트 모스가 대유행시킨 프로그레스한 그런지 룩의 원조도 샤롯 램플링이었다. 원래 케이트 모스는 제2의 샤롯 램플링으로 불리우는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60년대 중반부터 70년까지. 현재에도 가장 권위있는 잡지로 통용되는 '보그'지 의 메인이 샤롯으로 도배된것은 물론, A급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의 히로인은 오로지 샤롯 램플링 뿐 이었다. 이웃나라 미국의 기라성같은 헐리웃스타들도 감히 '패션' 만큼은 샤롯에게 맞서볼 엄두조차 내지못했다. 워낙 압도적인 아우라와 신비감을 지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의속도로 업계를 주무르던 데뷔중반의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 동생이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으며, 한때 램플리즘 이라 일컬어지던 그녀만의 독특한 패션코드도 금새 식상해진 것이다. 다시 패션계는 이전처럼 이목구비가 뚜렸한 마스크에 터질듯한 몸매를 지닌 글래머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샤롯의 입지는 위축되어갔다. 후에 육체파 모델들에게 지배당한 그 공식을 샤롯이후 20여년만에 무너뜨린 신성이 케이트 모스 였다.
역시, 샤롯의 제일 큰 문제는 배우의 근본이라 할수있는 '연기력' 의 부재였다. 잘나가던 그녀가 데뷔초반 맡았던 주연작속의 연기들은 일고의 거론가치가없는 습작수준이었다. 반짝스타가 되어 영화판에 주연으로 꼿혀진 전형적인 낙하산 배우. 제대로된 연기철학없이 가수나 모델출신으로 유명세를 얻어 영화계에 직행한 한국 연예인들처럼 말이다.
정확히 1970년까지 톱중의 톱모델로 아성을 누리던 A급계열에서 좌천된 램플링은, 그녀의 주전공이라 할수있는 모델계를 다시 기웃거려 봤지만 예전의 그 패션구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최고모델들의 고고한 자태를 잡아내던 업계는 이미 그녀를 필요치않아 했고, 샤롯이 갈수있는 유일한 곳은 오로지 벗기만하면 되는 성인잡지 화보사들 뿐 이었다.그 당시 포르노산업이 점차적으로 확산됨에따라 이와 연계된 준포르노 수준의 B급 잡지사들도 쏟아져나왔다.
아름다운 여자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힘겨울것이 명백해보이면, 이때다 싶었을 늑대들이 득실대는 법. 그 당시 주위의 늙고 돈많은 삼촌및 어르신들도 그녀를 가만 내버려둘리 없었다. 수많은 스캔들과 제목조차 불분명한 성애물 전용배우로의 추락. 데뷔초반의 화려했던 기억은 뒤로한채, 샤롯은 본인 인생중 가장 고됬던 침체기를 70년대 초까지 보내게된다.
샤롯은 영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영화까지 오가며 간간히 스크린에 얼굴을 들이밀긴 했지만, 그녀의 주 수입원은 여전히 '성인화보' 였다. 이렇게 해뜰줄모르던 샤롯 램플링 배우인생에 평생의 은인이라 할만한 사람이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숀 코네리'
평소 그녀가 잘나가던 모델시절과 이름없는 조연시절을 눈여겨 보았다던 숀 코네리는, 왜 눈여겨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존 부어맨의 73년작 공상물<자도즈>에 샤롯을 강력추천하여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시킨다.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았다. 흥행도 없었고, 호평도 없었지만 '샤롯 램플링' 이라는 보기드문 캐릭터가 새롭게 조명받으며 이제서야 제대로된 영화사들로 부터 정상적 오퍼를 받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도즈>를 기점으로 확실한 자기세계를 찾은것같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과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모델로 샤롯 램플링을 추억할 순 있어도. 메릴 스트립같은 명배우로 기억하는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러나 샤롯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큼은 분량을떠나 확실한 소화력을 보여줬고, 특유의 관능적 코드를 활용한 이후의 수작들에서도 절대 배제할수없는 '중요한 조연' 으로 서서히 자리잡는다.
1980년. 헐리웃 최고의 스크립터중 하나인 우디 알렌과 공연한 'Stardust Memories'
1981년 폴 뉴먼과 호흡을맞춘<심판.The Verdict>
1987년. 그 당시 제일 잘나가던 미키 루크, 그리고 드 니로가 주연한<엔젤 하트>속에선 미스테리한 여성 마가렛으로,
시간이 조금 흘러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서스펜스 수작<스위밍 풀.2002>에선 한 남자와 젊은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여류작가로 분했다. <스위밍 풀>은 지금까지 샤롯 램플링이 공연한 모든 영화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프랑스령 최초의 흑인 공화국으로서 독립에 성공했으나, 혼란스런 정치격변을 맞고있는 아이티를 배경으로 현지 청년들의 몸을 육체적노예로 삼는 서구여성의 모순을 그린영화<Vers Le Sud.남쪽을 향하여>2004.
<원초적 본능2>에서는 샤론스톤에게 푹 빠졌지만 배신당하고 마는 불행한 여성을 연기.
액션스타 '빈 디젤'을 앞세운 마티유 카소비츠의 작품<바빌론AD>에서는 냉혈한에 가까운 악역으로 등장했었는데, 기억나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다.
샤롯 램플링은 젊을 시절 최고의 모델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배우여생을 보내고있다. 특히 그녀가 돋보이는 것은, 70에가까운 나이에 일반캐릭터를 연기한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 여배우로서 반드시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있는 '섹시함' 을 여전히 잃지않고있는 신기한 사람이란 점이다.
샤롯 램플링은 영화속의 과감한 배역은 물론이고, 여전히 왕성한 화보촬영을 통해 그 특유의 패션감각과 에로티시즘을 유감없이 선보이고있다. 그녀는 내가 어릴적부터 가장 좋아해온 여배우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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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