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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은 많은 이들이 숨을 죽이고 극장가를 배회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눈을 뜬다는 소식을 모두가 들었던 것이다.
1977년 미국의 한 젊은 천재는 모두가 망상이라고 치부해버릴 법한 그런 이야기를 눈앞에 구현해 냈다. 이 이야기는 당연히 누구도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애들이나 볼법한 허황한 내용으로 치부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첫번째의 막이 오르는 순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공의 물꼬가 트여버렸다. 전세계는 거대한 이야기의 한 토막에 열광했고 스스로가 그에 대한 열광적인 추종자라고 자처하는 인물들이 도처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스타워즈’였다.
‘스타워즈’의 원작자이자 제작자이고 감독인 조지 루카스는 연이어 다음의 이야기들을 제작했고 내놓는 족족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영화사, 아니 문화에 있어서 지울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야 말았다.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마무리지어졌다고 생각되었다. 무자비한 방식으로 은하계를 지배하던 제국은 무너졌고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는 이야기의 핵심에 자리해서 모두를 억압에서 해방한 불멸의 영웅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듯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미 잊혀질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스타워즈’의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첫번째 이야기가 등장한지 20여년이 지나게 될 무렵 모두에게 깜짝놀랄 발표를 한다. 지금까지 숨죽여 왔던 스타워즈의 이야기가 다시금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지난 이야기는 전체 이야기의 중간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앞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기다려온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1997년 새롭게 보강되어 다시 개봉한 20년전의 스타워즈를 보면서 기대감을 부풀려나갔다.
2년이 지나고 조지 루카스가 공언했던 새로운 이야기는 드디어 막이 올랐다. 지난 영화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던-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아버지인- 다스베이더의 지난 이야기를 3부작으로 그려낸 시리즈의 첫번째였다. 공화국의 영웅이며 제다이기사단의 전설인 ‘선택받은 자’로 간주되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의 서막이었다. 그런데 한껏 기대가 부풀어 영화를 보고 나온 이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왠 쬐끄만 꼬맹이가 황당한 액션을 보이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그 꼬맹이가 카리스마로 넘치던 다스베이더가 된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까.
또 부제이던 ‘보이지 않는 위협’은 정말로 위협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은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정말로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스탭롤이 올라가는 와중에도 사뭇 찜찜한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3년후에 개봉된 에피소드2는 조금 나아진 듯 했다. 음모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철모르던 꼬맹이 아나킨은 어느 정도 다스베이더가 될 기질을 갖춘 건장한 청년으로 변모해 있었다. 하지만 화려해진 비주얼만큼 내용의 밀도는 짜임새 있지 못해서 이야기의 전개가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끝나는 순간에 여운을 너무나도 많이 남기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차라리 에피소드 1이 종결된 이야기의 구조를 갖춘다는 점에서 낫다.
그리고 2005년이 되어 대미를 장식할 에피소드 3이 개봉됐다. 용사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드디어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지금껏 품어왔던 이야기들의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출해냈다. 어느 정도 전체적인 이야기와 개연성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사실 단막극의 느낌이 강하던 에피소드1이나, 복선을 너무 많이 깔아놓은채 끝을 내버린 에피소드2를 보고 난 이들은 그 동안 묻어두었던 의문이나 불만들이 한꺼번에 싹 풀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화끈하게 펼쳐지는 우주전이나 스타워즈의 주연 제다이기사들끼리 펼치는 현란한 전투-요다와 황제의 싸움, 아나킨과 오비완의 싸움같은-는 그 동안 맺힌 게 많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려 주었다.
모든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고, 아나킨이 다스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 에피소드3은 스타워즈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보고나서 흡족함에 박수를 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정말로, 다스베이더가 처음으로 가면을 쓰고나서 내뿜는 숨소릴 듣게 되면 감동의 물결이 밀어닥침을 느끼게 된다. 그의 절대적인 카리스마는 ‘이렇게 탄생되었구나’ 싶은 게 말이다.
스타워즈는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에피소드 7,8,9는 조지 루카스가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지금에 와서는 그 말이 번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정도로 거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신화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살이 붙고 이야기의 규모가 불어나면서 급기야는 이야기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추앙받게 되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볼 때 스타워즈는 현대에 만들어진 신화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상상력으로 창조된 세계가 구현화되면서 세계자체에 살이 붙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분명히 조지 루카스가 그려낸 세계는 수많은 이들에게 시원스러운 감동과 아쉬움을 안겨 준 채 끝이 났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스타워즈의 세계는 끝이 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 안의 이야기는 끝날수 없다. 세계의 안에는 무한히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이미 신화가 되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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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