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리 큐브릭 감독은 미국출신의 꽤나 고집이 쎄고 장인정신 투철한 영화감독이다.
그는 40여년간 단 13편의 영화만을 제작하고 사망하였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EYES WIDE SHUT> (1999년 작품, 159분)
중도 진보적인 씨네 21을 창간호부터 구독했던 나는
이 잡지에서 수시로 언급했던
스텐리 큐브릭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지만 그의 영화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의 영화들 중에서 아직도 국내에 상영이 금지되고 있거나
비디오나 디비디로도
출시가 금지가 되고 있는 작품이 많다.
음모의 노출이 그 주된 이유인데
그는 자신의 영화에 그 어떤 가위질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 영화 역시 국내에는 상연되지 않았고
이 DVD는 출장 중에 구입한 홍콩판이다.
씨네21을 통하여 영화평과 상연소식을 보면서 너무 보고 싶었는데
홍콩에서 이 DVD를 만난 기쁨이란...
큐브릭의 영화는 사실 매우 불편하여
그것을 보는 사람은 피곤하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감각적이고 소비적인 영화의 소비자를 우롱하듯이
늘 새로운 시각, 스타일의 영화만을 제작 ,감독해왔다.
그는 다양한 인간들의 숨겨진 심성(파괴, 고독, 일탈, 광기, 출세, 폭력....)을 주 테마로 삼았다.
<EYES WIDE SHUT> 역시 몹시 불편하고 공허하다.
탐 쿠르즈와 니콜이 금술이 한참 좋을 때
영국의 모처에서 아무도 모르게 찍었다는
이 영화를 어설픈 사랑이나 애로틱하다는 선입관으로 본다면 대략 낭패다.
화려한 니콜의 몸매를 감상하거나
수많은 여인들의 나신을 감상하는 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빼 놓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이 느낄 성적 흥분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
몇 번을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몽환적인 심리묘사와
긴박감이 영화전반을 압도한다.
2시간 30분이 넘는 상연시간 (큐브릭의 영화는 대체로 길다)....
그러나 지루할 틈이 없다.
하루밤의 일탈과 그 일탈이 가져다 주는 공허감...
영화는 막연하게 이런 느낌을 던져줄 뿐이다.
비가 오고...쓸쓸한 겨울 밤에 이 영화를 다시보고 있을 것이다.
(2005년에 내 블로거 쓴 글 재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