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내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 분노만 할 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영화 감상평을 남기기에도 부담스러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부담스럽다는 것은 제 자신이 부끄럽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런 영화 감상평을 남기는 것 조차 상처받은 장애학생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거라는 걱정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작가 공지영씨의 동명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공지영씨의 소설작품 '도가니'는 사건이 불거졌던 2005년경 광주시에 소재한 특수학교 장애학생들에 대한 성폭력피해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영화 '도가니' 또한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것이기에 결국 이 영화도 실화를 배경으로 한 것이 되 버렸습니다.
그냥 영화일 뿐인데 하고 넘어갈 수 있다면 실화가 아니어서 가상으로 저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가 될 수 있었을텐데...(영화인지라 약간은 자극적인 장면이나 상황도 종종 나오기는 하는데...나이 지긋한 교장과 행정실장이 여자 장애학생들에게 성폭행하는 장면들이나 남자교사가 남자 장애학생들에게 성폭행하는 장면등등)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에 보는 관객 모두가 분노를 하는 것이겠지요.
문제는 해결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6년이 지났는데도...장애학생들을 성폭행한 당사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일부 직원은 복직되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화나게 합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몇몇 일부 학교의 문제를 모든 학교의 현실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겠지요. 청각장애학생들을 약자라는 이유로 성을 유린하는 못된 교육자들(영화에는 교장,행정실장,교사등 3명)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진실된 교육자들도 있다는 반박도 있겠지요.
문제는 그것이 소수라고 해서 덮어두고 갈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약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학생들은 더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입니다. 보편성은 떨어져도 평범한 학생들보다 더 열악한 위치에 있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성폭력사건이기에 특수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이런 엄청난 사건을 영화를 통해서나 알게 된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을 뿐입니다. 저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남들보다는 더 많이 관심을 갖는다고 자부하는 편인데...이런 사회고발적인 사회문제에 무지했다는 제 자신이 못나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일종의 자괴감이랄까?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 성찰의 기회도 됐었구요.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분노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해결방법은 결국 사회제도적 접근 밖에는 없습니다. 가해자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그것이 과연 온당한 처벌이었느냐에 대해서 이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은 분노밖에는 없었다고 봅니다. 다만 저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결연한 자세와 다짐이고 더 많은 관객들이 보고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면 최소한 저런 비상식적인 일은 줄어들고 종국적으로는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얻게 된 교훈은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나왔던 실제 장애학생들에 대한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해 대책위가 존재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더 엄정한 처벌이나 사건의 정점에 있었던 해당특수학교에 대한 폐쇄 요구등의 활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활동이 전보다 더 활발해 진 면이 있어 다행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대책위 카페에 가입해 힘 실어주고 다음아고라에 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더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을 해 주는 게 다인 듯 합니다.
이런 영화 감상평 조차도 사치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상처받은 장애학생들이 아직도 여전히 저렇게 있는데 이런 영화 감상평 쓰는게 온당한 것인가 하는 회의감도 듭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악평을 쓴 분들도 있더군요. 분노만 자극하는 3류 허접영화라고...상처받은 장애학생들을 자본으로 치환해 돈벌이 영화로 전락시켰다는 혹독한 비판까지...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 대한 악평 조차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처받은 장애학생들을 어떻게 위로해 주고 지속적인 관심을 줘야 하느냐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영화에 나온 실제 피해 장애학생들을 어떻게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냐가 촛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바가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봐 보시면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듯 합니다.
영화가 무거울 수 있을텐데...사회고발성격의 영화인지라 무겁다는 느낌은 감수하고 보셔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이 영화에 대한 의미는 긍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