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우리시각)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공연장에서 (돈을 훔치는)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지휘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가 있었다.

오늘 합동공연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은 개량한 한국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하는 4곡(곡목이 안알려지고이써)을 단독으로 연주했고, 이어 [은하수 파 65인, 라디오 프랑스 파 65인] 동수를 이뤄 브람스 교향곡 1번을 함께 연주했다.

휘날레는 아리랑을 연주하며 장내를 꽉 채운 1,900 명 관객을 감동으로 휘몰아쳤다고 한다. 나라가 쪼개져있으니 솔라솔라도레도레 아리랑만 나오믄 멀쩡하던 애덜까지 질질 짜게 만들고, 벌써 몇 십년째냐, 이게. 

인젠 감동이고나발이고 슬슬 짜증난다. 미-레미돌라쏘으아으

구래서 브람스가 무에 쓰는 물건인가.. 

이름도 처음 들어본 김에 구글검색을 통해 발견한 '브람스 심포니 1번을 [마디별로], [악기별로], [다이나믹]까지 친절하게 설명한.. 한 오빠의 글'과 '유투브 영상'을 함께 돌렸다. 오랜만에 음악애호가가 되어보자 싶어서. 

뚜껑 딴 요구르트 네 병을 준비한 뒤, "시간대별로 이 악기 나올 때 저악기 따라 나오고, 두 악기 나올 때 [포르테포르테].. 매우 웅장하쥐?" "어맛, 웅장한 순간을 근데 버르장머리 없는 현악기가 야코를 죽이쥐...?" 등.. 아~조 아카데믹한 설명을 해주는 오빠와 함께 브람스 1번 1악장을 듣기 시작했다.

보통은 4악장이 휘날레고 싸운드 빵빠앙하게 나오니, 브람스 1번을 소개할 땐 그거슬 대표로 링크 걸고 그런다드만... 남들이 예스할 때 내키지 않으면 노를 외치는 게 젊고 이쁜 나의 특권이다. 구래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1악장을 선택했다.

쓴다고 했으면 후딱 써낼 일이쥐, 예고에서 완성까지 22년이나 걸렸다는 브람스 심포니 1번은.. '오빠가 쓴 4개의 심포니 중 유일하게 1악장에 프롤로그(서주)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뭐 막귄데 그거시 서준지, 간준지 들어봤자 모르지만 해설자 오빠가 간곡하게 일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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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둥둥타타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가 두구탕두구탕 규칙적으로 울리며 "기다렸나..? 내가 왔돠~" 위협하는 낭만음악 특유의 신파 작렬과 함께 시작한다. 현악기는 위로 몰켜가고, 반골현악기라 불리는 비올라와 목관악기들은 아래로 몰켜가며 긴장감을 만든다고 해설자 오빠는 적어놓았으나, 내 귀엔 모두가 위로 몰켜가고있다. 뭐. 내 귀가 막귀니까.

       

(좌)큰 북이 누워있다 팀파니/ (우)바이올린의 종조부님뻘 콘트라베이스

구렇게 조성한 긴장감을 폭발시키자 오보에가 갑자기 짜잘하게 부드러운 단독선율을 연주하며 호른과 오보에의 큰형님뻘 되는 바순이 뒤를 받쳐준다고.. 이 부분이 바로 앞 폭발의 열정을 삭혀준다고 해설자 오빠는 말하고 있으나, 내 귀엔 찢어지는 현악기 고음이 들린다. 뭐, 내 귀가 막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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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고 탈도 많은 프롤로그가 끝나고 시작된 제시부에서는 빠른 주제들이 이리치고 저리치며 발랄하게 움직인다. 오빠 말과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일치하는 순간이다. 내 귀도 아직은 쓸만하니까.

이어 바이올린이 드디어 22년만에 늦깍이 데뷔한 이 심포니의 [주제1]을 제시한다고 해설자 오빠는 흥분한다. 그리고 주제를 이어받은 목관악기가 이거슬 점점 도드랍게 매만지며 정상으로 이끈다고 오빠 발광한다. 그러나 내 귀엔 왜 트럼펫 빵빠레가 들리는 거쥐..?

생각할 새도 없이 [주제 2]가 나타났단다. 호른이 [주제 2]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와중에, 낮은 음 현악기들이 아직도 쳐정신을 몬차리고 [주제 1]을 연주하는 리믹스 기법이 펼쳐진다고 오빠는 말한다.

-[주제 1] 담에 [주제 2]
-[주제 2]의 권리를 [주제 1]이 횡(橫)을 넘어 종적(縱的)으로 침해한다뉘.. 

물타기는 낭만주의 음악에서 이미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었구나.. 감회가 새롭다. 물론 내 귀에는 여전히 트럼펫 빵빠레와 이제는 귀를 찢겠다고 덤벼드는 현악기의 고음이 함께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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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바이올린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오빠가 말한다.
내가 해설본, 음악 간 시차를 조금씩 놓치고 있었나보다. 

구래.. 바이올린 지랄하고, 딴 악기들 모두 불꽃을 튀기며 발전부로 넘어간다고, 오빠 말하고 있다. 발전부니만큼 이제는 체면이고나발이고 모든 악기가 [주제 1] [주제 2] [1의 변주] [2의 변주]를 종으로 횡으로 마구 섞어치며 광란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하는 오빠, 매우 바빠보인다. 

오빠가 기재해놓은 일람표에 따르면 (5:19-8:14) 3분이 넘었으면 대충의 광란은 진압이 돼야하는데, 왜 디미누엔도(점점 작아지게)가 구사가 안되고 있지..? 내 귀엔 이제 호러영화에서나 들어볼법한 무조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베토벤을 자신의 우상으로 삼아 평생 그의 자취를 �i았다고 알려진 브람스가 첫 심포니를 작곡하는 데 22년이나 걸린 이유는,, 분명 [고전-->낭만]시대에 달라진 음계에 따른 고민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색채(관현악적 음색)에 천착했기 때문.....

....이라고 쩜 아까 읽었는데... 

베토벤을 초월해 브람스 시대(1850년대)를 뛰어넘어 1920년대의 막가풍 음계를 구현하고 있는 람스 오빠의 선구적 결과를 대하노라뉘 ... 오. 이지점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옵화! 그랬었군요. 미래로 여행을 다녀오느라고 구렇게 늦어졌던 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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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발전부에 이어, [제시부를 살짝 돌리들려 시간당 페이를 챙겨먹는 재현부가 이어진다]고 말하며 해설자 오빠, 이마의 땀을 훔쳐낸다. 

구래, 킬링타임용 센스는 클래식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두 당 만원, 시간 당 만원.. 심포니도 25분짜리랑 28분짜리는 분명 저작권료도 글코, 고료에서 차이가 있쥐. 그러니 [주제(A)-발전(B)-주제의 반복(A')으로 긴장감 해소]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강요하며 아까꺼를 재활용하는 거쥐. 근데 왜 내 귀엔 아직도 바이올린의 발광이 들리고, 누워있는 큰 북, 팀파니 소리가 점점 커지는 걸까. 해설자 오빠가 옆에 있다면 직접 물어볼 수 있으련만.. 

쨌든 오빠는 템포가 느슨해지고 모든 악기가 짜잘하게 조용조용한 패턴을 거쳐 1악장이 [온건하고 밝게] 끝난다고 말한다. 이거시 베토벤의 마지막 9번 교향곡에 이어 10번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베토벤의 얼빠, 브람스 1번 교향곡의 “유일한 개성”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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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도돌이표 부분 포함, 
12분이라는 1악장이 이미 끝났어도 두번반은 너끈히 끝났을 시간인데,
왜 아직도 소중한 내 스피커에선 바이올린이 저지랄이지? 

노 리믹스, 넌 브람스

넌(You) 확실한 브람스

여러분?

레테의 강

남북문화교류에 또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을 얹은 정명훈, 북한 은하수 오케스트라, 뢰이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모두 수고 많았다. 긴장해서 땀구멍이 바짝 오그라들었을 테니 아담 오빠와 함께 하는 노폐물 배출 코스에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