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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을, '영웅'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2012. 11. 23 오후 8시 20분,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예의 비통한 표정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통곡했다. 진심캠프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설마, 그를 '새정치'를 이끌 '영웅'으로 까지야 생각했으랴 마는... 진중권(들)은 "먹은 것을 토하고, 설사를 하며, 몸살에 이어 탈진"했다.
대학마을은 생각해 본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했을까? 기성정치에 대한 저항심리 때문일수도, 성공한 착한 부자 안철수의 성공신화 이미지 때문일수도, 이명박의 여집합(김어준)으로서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적합하다는 생각 때문일수도 있었겠다고. 다만,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는 자칭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너나없이 그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이어진 기현상이었다.
대학마을은 또 생각한다. 잠시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철수를 살펴보면 "그를 통한 새정치"란 허상임을 깨닫기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우리는 1년이 넘은 시간을 미증유의 묻지마! 지지로 시간을 허비하고 난 후, 그가 벌이는 치킨게임의 모래수렁에 휩쓸려 "그럼, 박근혜는? 문재인은?"을 외치며 헤어나지 못하였다.
그의 퇴장선언이 '허상의 소멸'이 아닌 오히려 또다른 '안철수 현상'을 잉태하며 트랜스포밍하고 있는 지금. 대학마을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마지막 장면! 어둠 속에서 자라고 있는 또 한 마리의 새끼 괴물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친다.
<영웅 교향곡>! 그 첫 페이지에 적었던 '보나파르트'라는 이름를 벅벅지우며 악보를 찢어버렸다는 베토벤의 분노를 되새긴다. "허상의 소멸"을 바라며, 그의 분노를 듣는다. 이 몸서리치는 전율을 견딘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Eroica"]
(출처 : 이철재(2012), 나도 바흐를 즐길 수 있을까, 이랑: 62-66쪽에서 발췌함.)
... 1802년 베토벤이 직접 작성한 일종의 고백록이 있다. 여기서 베토벤은 이미 그의 청력에 심각한 이상이 왔음을 밝히고, 그로 인해 자살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자살의 유혹을 떨쳐버린 그는 "이전에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을 작곡하겠노라"고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의도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첫 작품이 바로 1804년 초연된 그의 <3번 교향곡 내림마장조 영웅 Eroica>이다.
... <영웅 교향곡>은 애초에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작정으로 작곡했다.... 그에게 나폴레옹은 지루했던 중세 봉건제도의 타파를 의미하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1804년 스스로 나폴레옹 1세라는 이름으로 황제에 즉위하자, 베토벤의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증오와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이제 막 완성한 이 교향곡의 첫 페이지 맨 위에 '보나파르트'라고 쓰고, 밑에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라고 적어 놓았었는데 나폴레옹의 즉위 소식을 듣고 분을 참지 못해 일설에는 첫 페이지를 모두 찢어 버렸다고 하고, 또 일설에는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을 벅벅 지워버리는 바람에 첫 페이지에 구멍이 났다고도 한다.
[이철재 설명]
(1악장)
<영웅 교향곡>의 1악장은 시작하자마자 관악기들과 타악기가 두 번 연달아 같은 코드를 미치 총성과도 같이 "꽝꽝" 하고 연주한다. 음악 평론가인 리처드 오스본은 이 첫 두 음을 들으면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전고 미증유의 음악이 그 뒤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 두 음만 들어도 이전 하이든, 모차르트의 음악에 비해 웅장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로 고음을 축으로 작곡되던 고전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중음으로 그 축이 이동했음을 알게 한다. 이는 교향곡이 더 묵직하고 거창하게 작곡되는 시기가 왔음을 보여준다.
첫 두 음은 아마도 신호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봉건 질서 아래 억압 받았던 민중에게 자유와 희망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일 수도 있고, 음악사적으로 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흔히 바흐를 수학자에 비유한다. 수학은 숫자를 쫓는 학문이지만, 그 숫자로 우주 삼라만상을 표현하는 무궁무진한 학문이다. 바흐는 음표만을 쫓았지만, 그 음표들로 수많은 단어들이 무색할 우주처럼 심오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 신호탄과 함께 시작한 1악장은 마치 멀리 신기루 넘어 영웅의 말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듯하다가 어느새 말발굽 소리도 요란하게 영웅이 도착하는 느낌을 준다. 나는 이 첫 부분의 주제를 '영웅의 주제'라고 부른다. 때론 선율이 슬프게 변하지만, 이내 희망적인 영웅의 주제로 넘어가며 억압받는 민중을 달래고 그를 위해 싸우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웅의 주제는 1악장 내내 반복되는데 그때마다 조를 약간 바꾼다거나, 아니면 악기 편성을 다르게 하여 나타난다. 슬픈 멜로디 뒤에는 어김없이 이 기쁨에 찬 멜로디가 웅장하게 울려나온다.
(2악장)
1악장의 영웅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와는 달리 2악장은 매우 슬픈 곡조가 주를 이룬다. 영웅의 죽음과 그 장례 행렬인 것이다. 현악기의 무거운 소리가 마치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영웅을 데려가기 위해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저승의 사자를 그리듯 배경에서 끊임없이 울릴 때, 오보에의 연주로 슬프지만 결연한 가락이 흘러나온다... 목관악기 특유의 따뜻하고 단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오보에의 연주로 2악장의 주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마치 몸은 죽었으나 홀연한 형상의 에너지로 남아 자신의 장례 행렬을 바라보는 영웅의 영혼을 보는 듯하다. 때로 멜로디가 조금 밝아지는 느낌을 주며, 영웅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다가 어린 시절의 꿈 많던 소년 영웅을 발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나올 때는 영웅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는 것 같다.
이제 영웅의 영혼이세상을 떠날 시간이 다가 오는지 음악이 점점 긴장감을 주며, 죽음과 삶을 가르는 문이 열린다. 그러다가 이내 적막이 찾아오고 다시 오보에의 독주가 시작된다. 저승을 향한 그 무한한 여행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는 법. 영웅이든 비겁자든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그 영원의 빛 앞에 혼자 마주서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이루지 못한 꿈으로 인해 잠시 머뭇거리던 영웅의 영혼이 빛 속으로 뛰어들고, 2악장은 마치 이제 더 이상 영웅이 머물지 않는 세상의 허무함을 나타내듯이 조용히 끝을 맺는다.
(3악장)
베토벤은 왜 영웅의 죽음을 맨 마지막에 그리지 않고 2악장에서 그리고 그 뒤에 3악장과 4악장을 더 작곡했을까? 혹 살아남은 영웅의 정신이 계승되어 결국에 크나큰 사회의 변화를 이루어 낸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악장에 곧 이어 시작되는 3악장에서는 현악기들이 같은 리듬을 계속 연주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관악기들이 돌아가며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뭔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마치 여기저기서 영웅의 이상을 계승하는 촛불이 하나씩 점화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전체가 함께 이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절정을 맞는다. 영웅의 뒤를 이으려는 움직임이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운동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4악장)
짧은 3악장이 끝나면 4악장에서도 계속해서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영웅의 이상이 그려진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며 그 운동이 앞으로 나아갈 때, 또 다시 고요가 찾아오고 오보에의 독주가 펼쳐진다. 뭔가 성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현의 반주에 맞춰 호른의 장중한 소리와 오보에의 영묘한 소리가 교대로 독주를 펼치다가 오케스트라 전체의 웅장한 연주가 나오고 이상을 위해 싸웠던 영웅의 삶이 하나의 숭고한 정신으로 승화하면서 교향곡 전체가 끝을 맺는다.
[대학마을]
한 동안 연재가 뜸했던 동안
대학마을은
"영웅이든 비겁자든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그 영원의 빛 앞에 혼자 마주서야 하는 것"이기에! "저승을 향한 그 무한한 여행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는 법"이므로
일하는 일터에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설립했다.
가뜩이나 앞뒤 꽉 막힌 동네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시밭 길일 것을 알기에
봉팔러들에게
힘을 또, 응원을 바란다!
(* 유툽에서 소스를 가져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4악장을 오롯이 가져 올 수 없어 띄엄띄엄... 지송! 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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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