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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햇살 따가운 날은 한낮이 하늘 가운데 걸렸을 쯤이거나, 비가 왔었다면 하루종일 추적추적거릴 쯤이었다. 그것들을 뒤늦게 알아채는 건, 툇마루에 자빠졌던 머리 속으로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우왕우왕 걸어 오거나, 혹은 마당에서 지렁이들이 알몸으로 내 낮잠 한가운데 문득 서 있곤 했을 때였다. 그 무렵만 해도 뒷산 부엉이 소리가 나인지, 내가 혹 부엉이였을지 모르던 참 허구헌 시절이었다.
코흘리개였지만 동네 어른들보단 한글을 접할 기회가 아무래도 많았었는지, 낫 놓고 ㄱ 자는 물론 ㄴ 자까지 졸지에 눈치 깐 놈이 되면서, 막걸리(?)께나 얻어 먹고 다녔다. 합법적으로. 그래서인지 인류 최초 직립보행 문자와 같이 등교는 할 만 했었는데 아뿔싸, 뜻하지 않게 중학교 가는 길에서 영어를 만나 버렸다. 속상한 건 동네 입구 느티나무나 저 아래 강까지 흐르던 냇물들은 아직 쓸 만 했었는데, 나 홀로 미로 속으로 억지로 걸어가야만 했다는 것이다.
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꽤 지났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는, 뭐든 해도 좋을 것 같은 하얀 도화지 그 자체였다. 우리 동네에선. 그래서인지 왜놈이나 빨갱이 모습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었다. 다만 노란 물이 들기 시작한 내 머리 싹수는, 이 도령을 애닯게 기다리던 춘향이가 도대체 어떤 배우였나 헷갈릴 정도로 꿈 속이나 헤매면서, 간간이 추임에나 끼는 정도였다.
언젠가 한 번은 조용필이 속상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가왕 자신의 노래로도 위로가 안됐는지 저쨌는지, 그는 어떤 노승에게 묵언을 받으러 간 모양이다.
" 그래, 찾았는가?"
"못 찼겠다. 꾀꼬리"
이 땅의 꿈은 그 모양이었다. 가슴은 뜨거웠지만, 손 건네는 곳, 발 붙일 곳들은 차가웠다. 머릿속도 점점 식어 가는 듯 했지만, 지중해에서 불현듯 날라 온 어떤 괘종소리에 맞춰 가끔은, 심장을 말 안장에 테워 주는 꿈을 꾸곤 했다.
세상 지식이라곤 선데이서울과 주간경향 정도에서 겨우 멈춰 있는 정도였었다. 그래도 나름 오천년 이상이라는 남성 중심 일렬종대에 운 좋게 서 있던 덕분이었는지, 독서실 총무 자리도 꿰 찬 적이 있었다. 그 건물에는 비뇨기과의원이 하나 있었는데, 근처 텍사스촌 근무 처자들이 단골이었다. 어느 새벽인지 아침인지 그녀와 나는 뒷골목 식당에서 단둘이 마주쳤다. 상 하나 건너로. 아직도 그녀의 기억 날듯말듯한 모습 너머로 내게, 아침의 여명이 그리 어둡고 길게 느껴진 것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독서실 생활 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된 건 알겠는데, 암튼 언제부터인지 모를 우울증과 같이, 그 둘은 내 젊은 날의 가운데 방을 날롬 차지해 버렸다 . 죽은 사회에서 우면히 만난 가수 조동진은 그 쯤에서, 나의 시인이자 말벗이자 의사가 되어 버렸다. 사실은 삶을 애착하는 그의 노래들이지만, 어머니의 죽음 앞에선 결국, 인생은 한 조각 꿈이였을까. 하늘이 무너졌을까. 목소리가 떨린다. 심하게. 난 그걸 최근에야 알았다. 그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아주 간단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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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