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3 - 달님에게 물어봐?
차돌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가위 날. 앓아누운 외할머니를 바라본 지도 벌써 2년째다. 외할머니 댁에서 가족들과 이틀을 보내는 동안, 차돌이는 여전히 따듯하게 자신을 돌보고 늘 품에 안아주던 할머니가 핼쑥하고 멍하게 누운 모습이 속상하고 답답하다.
“차돌아! 보름달 보며 할머니 빨리 일어나시라고 빌고 싶지 않아?”
“엄마, 보름달에 빌면 정말 할머니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그럼, 간절히 간절히 네가 정성을 다해 빌어봐. 그러면 그 정성이 하늘에 닿을 수도 있어. 같이 해보자.”
엄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다닥 베란다로 달려나간 차돌이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빌어본다.
“하느님 저에게 소원이 있다는 거 잘 아시죠? 작년에도 빌었잖아요. 제발 우리 할머니 건강하게 일어나게 해주세요! 그래서 절 다시 알아보게 해주시고, 우리 엄마가 할머니 때문에 울지 않게 도와주세요. 제발요.”
영등포 외가댁에서 이틀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차돌이가 풍자 씨한테 소곤댄다.
“할머니, 제가 외할머니 빨리 낫게 해달라고 달님한테 빌었어요. 달님이 들어줄까요?”
“그랬으면 참말 좋겠다. 우리 차돌이 정성만으로도 빨리 일어나셔야 할 텐데......”
“외할머니가 빨리 일어나셔야 제 소원도 빌 수 있는데, 달님이 소원을 빨리 안 들어줘요.”
“네 소원이 또 따로 있냐? 그게 뭔데?”
“제 소원은요,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거예요.”
“아니 쪼그만 게 무슨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거냐?”
“전요,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장군 갑옷하고 말도 사고 싶고, 이모가 사는 브라질 여행도 가보고, 이번에 외할아버지랑 친할아버지가 여행 가시잖아요. 돈도 많이 주고 싶어요.”
“할아버지들이 이번에 여행 가는 데에 여행비 드리려고?”
“네, 돈이 많이 없으니깐 이번에는 만 오천 원씩 드릴 거예요.”
곁에서 듣고 있던 시내가 대뜸 쏘아붙인다.
“야, 넌 어린 게 무슨 여행비를 그렇게 많이 주냐? 우린 어려서 아직 돈을 못 버는데 그건 무리야, 적당히 오천 원씩이라면 모를까, 넌 좀 심하다!”
“누나! 뭐 그렇게 인심이 없어? 할아버지들한테 오천 원이 뭐야? 애도 아닌데..”
“뭐 인심이 없다고? 웃기고 있네! 넌 그렇게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는 나중에 크면 돈 없어서 나한테 돈 빌리러 오겠다. 아이고 안 됐네, 안 됐어!”
“누나가 더 웃겨! 난 쓸 때 쓰는 거야, 할아버지들이 여행 가는데 오천 원이 뭐야? 칫! 아무튼 누나는 너무 짜!”
“너 말 다했어? 그럼 돈 한 푼 안 버는 초등학생이 돈을 아껴야지, 그러다 거지 되면 어쩔래? 그저 어른들한테 칭찬 들으려고 저러지, 나중에 돈 빌려 달래도 꿔주나 봐라! 아껴야 부자 되는 거라니까. 뭘 알지도 못하면서 기분만 내고! 흥 너 잘났다!”
“누나 나도 부자 될 거거든? 그러니 걱정 마! 난 달님한테도 빌었어. 간절히 빌면 될 거라고 엄마가 그랬어!”
달님을 큰 줄로 둔 차돌이의 기세등등과, 어른보다 더 현실적이고 야무진 5학년 시내. 싸움의 승패가 훗날 어떻게 날 지는 달님에게나 물어봐야겠다.
<2006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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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