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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5 - 내 몸은 하나 “차돌아, 할머니랑 자자, 얼렁 씻고 와라!” 고양이 세수하듯 번개처럼 씻고 온 차돌이가 제법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싫어?” “무슨 소리냐?” “아니, 왜 나랑만 자려고 해? 할아버진 맨날맨날 혼자 놔두고, 이혼할 거야?” “어이구 이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네, 니가 좋아서 같이 자려고 하지. 넌 잠버릇도 심해서 감기 안 걸리게 이불을 덮어줘야 하는데 엄마아빠는 낼 아침 일 나가야 하니까 내가 곁에 있는 게 좋고, 할아버진 우리보다 더 빨리 주무시는데다 누가 옆에서 부스럭대면 잠 못 드시잖아. 이제 알았냐?” 풍자씨가 손주 놈 머리를 꽁! 하고 쥐어박자 녀석은 우헤헷 웃으며 메롱하고 도망간다. “할머닌 할아버지보다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지?” 깔깔대던 풍자씨가 겨우 도망가는 차돌이를 붙잡아 침대에 눕히자 녀석은 품에 쏙 들어오며 또 한마디 한다. “할머니 내가 보니까 우리 외할아버지와 친할아버지는 술로 맺은 인연이고, 엄마와 아버지는 사랑으로 맺은 인연, 또 나하고 할머니는 잠으로 맺은 인연이야. 그치?” 차돌이의 재치있는 관계정리에 웃음보가 터진 풍자씨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옆방에서 잠자리에 들려던 화분씨와 나무씨가 깜짝 놀란다. “아이구, 이런 신통방통한 놈... 어디서 이런 놈이 생겼을까? 참.. 내가 너 때문에 웃는다.” 풍자씨의 웃음이 길어지자, 급기야는 할머니의 입을 틀어막으며 차돌이가 주의를 준다. “아이참, 할머니 이제 그만 웃으세요, 할아버지들 깨시잖아요. 낼 아침에 외할아버지가 대전가시면 오늘 밤밖에 시간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할아버지들 사이에 잘까요?” “그러려면 일찍 했어야지. 할아버진 벌써 주무시는데...” 차돌이가 갑자기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서더니 방문을 열다가 다시 돌아선다. “할머니 저랑 같이 가요!” “갑자기 어디를 갈라고?” “안되겠어요. 지금이라도 할아버지 곁에 가서 자야겠어요. 할머니도 따라오세요.” “나보고 너랑 같이 가서 할아버지들 곁에 누우라고?” “네, 할머니 혼자 자면 외로우시잖아요. 그러니 나랑 같이 가서 우리 넷이 나란히 자면 외롭지도 않고 서로 좋죠. 빨리 오세요!” “내가 너냐? 니 외할아버지와 나란히 자게? 이 엉뚱한 놈아. 깔깔깔~” “참, 할머닌 뭐 어렵게 생각해요? 혼자 자는 것보다 저랑 가서 할아버지 말벗도 돼드리고 자면 되죠. 제가 혼자인데 어떡해요. 할아버지들 방에도 가야하고, 할머니도 챙겨야 하고 힘들잖아요. 젤 좋은 방법이에요.” 차돌이의 괴이한 논리에 어처구니없어 웃기만 하는 풍자씨완 달리, 옆방에서 이 얘기를 들은 화분씨와 나무씨가 키득거린다.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우리 아들은 생각도 기발해. 그치?” “그러게, 우리 차돌이는 왜 저렇게 엉뚱하냐? 상상을 뛰어넘는다. 뛰어넘어!” “다정도 병이지 뭐, 모든 이들을 아우르려는 지극한 인간애! 차돌이의 바다같은 휴머니즘에 풍덩 빠지고 싶은 밤이네.. 호호홋~” -2008.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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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