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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아침-1
오랜만에 공릉동 막내아들집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온 바위씨 발길이 다른 때보다 가볍고 콧노래까지 삐어져 나온다.
“또 뭐가 그리 좋으세요? 어? 아부지 옷이 바뀌었네?”
“오냐, 너 보다 좋은 아들이 아부지 춥다고 지 꺼하고 똑같은 거 하나 사놨드라. 역시 아들이 최고여!”
집에 들어서자마자 입었던 새 파카를 옷걸이에 잘 걸어서 장롱 문 앞에 모셔둔다. 그리고 바둑을 두다가도 들여다보며 벌쭉벌쭉 웃기를 반복하고, 이런 날은 바둑게임 한판 지는 것쯤은 그냥 통 크게 넘긴다. 평소 예민하여 바둑게임만 하면 수십 번도 오르내리는 감정기복에 가족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거리인데 하루 만에 대인배로 바뀐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며느리부터 아들, 마누라, 딸까지 모두 새 옷을 입은 바위씨를 보며 한마디씩 거든다. ‘훨씬 젊어 보이고 멋지다고’……. 결코 빈말만은 아닌 듯해 더욱 신나고....
“시내야, 너 이 옷을 봐라, 어떻게 보이냐?”
학교 가기위해 아직 덜 깬 잠을 떨치고자 이부자리에 앉은 손녀에게 바위씨가 묻는 첫 질문이다.
“뭐가요? 그냥 옷이잖아요.”
“아이고 이 멋대가리 없는 손녀딸아, 자세히 봐라... 옷이 춤추질 않냐.. 팔 벌리고 이렇게..”
“에이! 춤을 추긴 뭘 춰요. 그냥 걸린 옷인데…….”
자, 봐바~ 이렇게이렇게 춤추고 있잖아. 이러니 내가 춤을 추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옷을 입으면 춤을 추게 된다. 이 할애비 말을 믿어라. 이놈아.“
“헐~ 할아버지 완존 구라대장이네..... 옷이 춤춘다고요?”
“야, 차돌아 너도 춤추는 거 보이지?”
손자 차돌이까지 지 누나와 모의작당을 했는지 둘은 키득거리며 바위씨 옷이 춤춘다는 의견은 아침밥에 코 박는 걸로 묵살해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위씨는 눈 흘기는 마나님 앞에서 한 번 더 어깨를 들썩 거리며 춤을 추다가 새 파카를 걸치고 물 뜨러 새벽길을 나선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바위씨한테는 여전히 막내 아들놈의 기특한 정성이 깃든 남청색 파카만 입으면 춤추듯 기분이 들썩이는 걸 어쩌란 말이냐!
“아~ 거참 날씨 한번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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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