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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거리는 날 그림자취급하며 울엄마는 혼자 왔다갔다 바쁘시더라.
“뭐하시는 거예요?” “보면 몰라?”
... 아눼............
남한테 부엌은 안 맡긴다는 자존심과 즐거움으로 버티시는 엄마 덕분에
난 거의 탱자탱자 보고 먹고 설거지 정도 꿈틀거리면 된다.
무료함이 겹쳐 오늘은 쫌 폼나게 뭔가 생산적인 일을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바쁜데 뭐한다고 그 짓이냐?” “어, 엄마....... 나 뽕이라도 벌어야 해요.”
뭐여?................
눈치껏 설움은 이겨내고 현장기자정신으로 올려본다. 히힛
재료: 돌산갓(열무) 3단, 오이10개, 빨간고추 20개, 쌈배추 5포기, 보리풀, 자색무 1개, 무 간 것, 멸치와 다시마 끓인 물, 마늘과 생강을 썰어서 보자기 넣어서 물김치 속에 넣음.
1. 돌산갓김치를 천일염으로 2시간 정도 간해준다. 2시간 후엔 갓 특유의 독성을 빼기 위해 빨래하듯이 심하게 주물러준다.(나도 거들었다~) 그럼 갓이 순한 양처럼 널브러진다.
2. 깨끗이 씻은 갓을 물을 빼놓는다.(배추도 살짝 간을 해주었다가 씻어 물을 뺀다.)
3. 소금 간 해두었던 오이를 건져서 뜨거운 물(오이에)을 부어준 뒤 그 물을 빼준다.
4. 고추는 씻어서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준다.
5. 멸치하고 다시마를 끓여서 국물을 만든다.
6 그 국물을 물김치 담을 통에 부었다가 생강과 마늘을 썰어서 작은 주머니에 싸서 넣어준다.
7. 보리 가루를 찬물에 풀어서 팔팔 끓을 때까지 저어 풀을 쓴 뒤 식혀둔다.
8. 국물을 만들었으면, 채소 재료들을 모아 이쁘게 한몸으로 짝 지어준다.
사진처럼 요렇게~
굳이 이럴 필요가 뭐 있나 했는데... 한 그릇씩 상에 올릴 때 한 포기처럼 뭉쳐진 저것을 꺼내어 칼로 먹기 좋게 썰어주면 경제적이고 먹기도 좋다네~
“근디 그냥 찹쌀가루나 밀가루 쓰지 왜 굳이 방앗간까지 가서 힘들게 갈아야하는 보리가루를 써요?”
“고소하고 몸에도 좋잖아!”
아눼~~
울 엄마는 대충 가늠으로 요리를 하시기 때문에 자세히 쓰는 게 힘들다.
그저 보고 먹고 찍는 입장에선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을..... 잘 몰랐다는 거.
엄마 앞에선 깨갱해도, 김치정도는 손수 담가 먹는 나름실력파라는 걸 알아야 한다.
울 엄마는 일하고 나는 찍고... 확실한 분업으로 탄생한 살아있는 기사다.
그래도 나 그 곁에서 무 갈고 풀 쓰느라 어깨가 후덜덜 댔다.
먹는 거 말고도 나름 고생했다는 거 꼭 알아달라~
일주일이 지난 뒤, 알맞게 익은 물김치를 한그릇 먹어보겠다고 찍은 거다.
명절날 느끼한 음식에 줄줄이 코 꿰었다가
맑은 콩나물국과 이 물김치에 기름기가 쑥 내려가는 통쾌함을 맛봤다.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갓김치 특유의 맵고 알싸한 향과 맛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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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