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그대 - 5

풍자씨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가, 바위씨가 아직도 삼시 세끼 제대로 된 밥상을 받아먹는다는 말에 혀를 내눌렀다.

“어머, 니 남편은 복도 많다. 요즘 누가 그렇게 해주냐? 완전 희귀한 삼식이네!”

“삼식이? 그게 뭐냐?”

“어머 넌 그것도 모르니? 하루 한 끼 먹으면 1등 신랑이라 해서 일식이, 두 끼 먹으면 2등급이라 해서 이식이, 세끼 다 찾아먹으면 배가 배 밖으로 꼴등 신랑이라 해서 삼식이라 하는 거야?”

“그래? 그런 말이 있어?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깔깔깔 호호호 으헤헤헤~ 더위를 몰아내듯 흐드러지게 터져 나오는 두 여인의 웃음이 길었다.

“자넨 천복이네. 마누라가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잘하게. 천사여 천사!”

모처럼 더위 갈증을 풀 듯 만난 술자리에서 고향선배의 당부가 비위에 거슬린다.

“아니 난 뭐가 부족합니까? 나도 천삽니다! 내가 얼마나 요즘 일을 많이 도와주는디요.”

“자넨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나도 집에서 세끼 못 얻어묵네. 눈치 보여서 일부러 일 찾아 나온다니까. 암튼 그런 마누라 귀하니 감사하게.”

“밥 세끼는 당연하죠. 네끼 묵는 것도 아니고, 그럼 마누라가 집에서 뭘 합니까? 밥하는 것이 여편네 할 일이지!”

고래고래~ 옆자리 손님도 주인 눈치도 무시하는 바위씨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신만 나무라고 풍자씨 편드는 것에 심통이 빠락빠락 날뿐이다.

고향선배한테 사과까지 받아내고 호기롭게 돌아왔지만 바위씨를 맞는 건 빈집이었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면서 마누라가 궁금하고 심심해서 못 견딜 것만 같다. 잠시를 못 참고 풍자씨를 찾아 핸드폰을 눌러대지만 긴 신호음 속에도 감감무소식일 뿐.

그리곤 집 어디선가 전화벨소리가 끈질기게 들려왔다. 소리를 찾아가보니 풍자씨 핸드폰이 소파 구석에 코 박고 있는 거다.

'여보 삼식이가 누구여? 누군디 당신한테 전화여?’

“삼식이?..........아하하하하하하~...... 당신이 전화했어요?”

“그래 아까 당신 없어서 전화했는디 벨소리가 집에서 나드라고, 근디 삼식이라고 뜨던디?”

“그게 누구겠어요. 당신이지! 으이궁...... 이히히히히히히~”

“아니 이 여편네가..... 난 메주라고 하지 않았어? 근디 왜 삼식이여?”

“메주는 좀 오래 써서 새 이름을 붙였어요.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으흐흐흐”

“아니, 어느 날은 메주라고 붙여서 사람 창피를 주더니... 이젠 삼식이가 머여?”

“에이, 정겹고 부르기 좋고..... 괜찮기만 하구만.... 괜히 그러네.” 

삼식이를 모르는 바위씨덕분에 여름날은 여전히 노곤노곤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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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씨가 대체 누구야??

현재 경기도의 70대(2남1녀) 꼿꼿 가장으로서, 남쪽 바닷가출신 특유의 고집과 버럭질 대마왕.

십여 년 전 서울 자식들 집으로 꾸준히 발걸음 이어오다가 7년 전부턴 경기도에 정착해버림.

바위씨이야기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과거이야기가 총 8편이 이어졌고,

현재이야기는 오늘까지 총 5편째 올려졌다. 앞으로도 과거·현재는 쉼 없이 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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