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집 밭에 고라니가 자주 온다. 그 전에 진심이(진돗개)가 살 때는 겁을 내서 안 오더니 이제 이놈덜이 진심이 없는 밭에서 살판났다.
야덜은 거의 모든 맛있는 야채를 다 작살내고 만다. 일단 콩 새싹은 새들의 소행인지 고라니의 소행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콩 새순이 좀만 자라면 얄짤 없이 이놈덜이 작살을 낸다. 고추 잎도 좋아한다. 고추는 따 먹지 않는데, 잎은 야덜이 그리 좋아한다. 고추가 달리기도 전에 아예 싹을 다 잘라먹고나면 고추가 달리겠능가 ? 사정 봐줄 일이 아니다.
우리는 뒤늦게 울타리를 쳤지만, 이미 다 뜯기고 난 뒤였다.
무 배추는 울타리를 치고 심었더니 무사히 자라고 있다. 사실 그동안 명색이 농사를 지으면서 매번 배추농사가 잘 안돼서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었다. 근데, 작년부터 이리 울타리를 쳐줬더니 실하게 잘 자라서 뿌듯하다.
시골집에 막 도착해서 밭으로 가보면 이게 뭐 밭인지 풀숲인지 구분도 안 되는 곳에서 뭐가 후드득 하면서 두 놈이 산으로 내쳐 도망간다. 지난주에는 산비탈 밭에 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주어담으러 가는 참에 위쪽 밭(일손이 부족해서 놀리고 있고, 잡초만 무성하다)을 지나는 순간 한쪽 귀퉁이에서 낯선 수풀 동굴을 하나 보았다. 고라니 굴이었다. 이늠시키덜이 아예 집을 짓고 들앉아서 우리 밭을 다 해쳐먹었던 것이다.
이넘시키덜. 내년에는 밭 전체를 울타리로 꽉 막아야 되겠다. 사실 밭 전체를 울타리를 하면 동네사람들이 너무 야박하다고 할까봐 그리 못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적당히만 해쳐먹으면 그냥저냥 타협할 생각도 있었는데, 좋게 좋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찮아도 동네 할배들이 몇 주 전에 고라니를 한 마리 생포해서 잡아먹었단다. 이놈덜때매 죽겠다 해쌈서....
|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