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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둘째 딸의 기도 닭뼈 걸림 2차 공판 다녀왔다. 소송을 2013년 6월 시작했으니 시작하고도 1년 5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2차 공판이다. 참 지루한 재판이다. 지난 시간 적지 않은 일이 있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 감정 결과가 왔다. 결과는 병원측에 유리한 답변이 왔다. X-Ray 사진 상으로는 이물을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답변이 참 거시기 하게 왔다. 여기서 구체적인 답변서의 내용을 보면
3. ..... 기도내 이물이 발견되지 않는 영상 자료만 있으므로 첨부된 자료만으로 오진 여부의 판단은 어려움.
4. 첨부된 방사선 자료만으로는 기도 이물이 의심되는 소견을 확인할 수 없음.
여러 디어러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난 이 답변서에서 전체 16장의 X-Ray 사진 모두가 감정 의사에게 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에 판사가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빼고 감정 의뢰 보내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 사무장에게 물었다. 우리가 제출한 X-Ray CD가 감정의사에게 모두 간 것이 맞느냐고. 그런데 사무장은 갔을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만 하고 있다. 짜증 만땅이다. 아니 변호사가 판사에게 요청하면 보낸 자료 다 받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확인하지 않으려는지, 확인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인지. 참 갑갑했다.
감정결과를 보고 변호사를 바꿀지 고민을 했었는데 바꿔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근데 누가 남이 하던 사건을 맡아줄 것인가. 이것이 또 다른 큰 문제다. 법무법인을 찾아 나섰다.
기존 업무차 알던 변호사를 찾아서 해당 사건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냥 예전 변호사 찾아가서 달라 붙으란다. 변호사가 가장 신경 쓰이는 사건은 돈을 많이 주는 사건이겠지만 더 신경쓰이는 사건은 피해자가 매일 찾아와서 진행상황을 물어보는 사건이란다. 이러면 변호사도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단다. 그런데 어쩌나? 난 그 변호사의 믿음을 놓아버린지 오랜데...
변호사들이 다른 변호사 사건을 중간에 받는 것을 싫어한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되돌리기가 참 어렵다. 중간에 가로채는 느낌도 있고, 기존 변호사 바보 만드는 짓이 되어버리고,자신도 이렇게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주진우 기자가 요즘 인터넷에 글 올리고 있던데, 마찬가지다 1심에서 확정나면 2심에서 돌리기 참 어렵고, 3심은 거의 불가능하다. 쌍용차처럼 정치 사건은 참 쉽게 바뀌더만...하여튼 여러 민초들은 1심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변호사를 1심에서 구해야 한다. 난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다시 다른 법무법인을 찾았다. 그 법무법인은 전에 내가 소속되어 있던 단지의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다. 참 미안타. 그런데 맡아주겠단다. 입찰에 떨어졌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와 줘서... 단 이전 변호사를 찾아가서 사건 자료 전체를 받아와야 하고 다른 변호사에게 맡기겠다는 내용을 얘기를 해야 한단다. 참 가기 싫은 발걸음인데, 기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을 들어가서 사무장과 인사를 하고 쇼파에 앉았다. 사무장이 자리에서 일보고 있다 정리하고 맞은 편에 앉는다. 의료 감정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물었다. 사실 조회를 보낼 생각이란다. 변호사에게 감정 결과를 보고했냐고 물었더니 아직 안 알렸단다. 대안을 찾아서 변호사에게 보고할려고... 감정 결과가 나온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 안알렸다니... 이 인간이 나의 인내심을 너무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그럼 알겠다. 다른 변호사를 찾겠다. 사건 자료를 달라. 사무장이 사건 자료 뭉치를 가지고 온다. 어느 변호사에게 맡길거냐 묻는다. 이러 이러한 변호사라 얘기한다. 사무장이 한마디 한다. 그 변호사가 그렇게 잘 할 것 같지 않다. 다른 변호사를 찾으라 한다. 누구? 서울에 있는 의료 전문변호사를... 이 친구가 누구하고 장난치나.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하고 수임하지 말던가. 지금 와서 뭔 개소리야!
웃으며 자리를 나온다. 다시는 여기에 사건 의뢰를 하나 봐라. 주변에도 절대 가지말라고 얘기해야지. 사건 기록을 가지고 법무법인을 다시 찾았다. 최소 소송 비용이 또 발생한다. 승소 사례금도 추가됐다. 맡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어쩌랴.
다시 기존 변호사 사무실에 보냈던 모든 자료를 발췌하여 새 변호사에게 보낸다. 하~~ 이 짓이 언제쯤 끝날까. 지난주에 변호사가 전화가 와서 X-Ray CD를 하나 더 달라고 한다. 내가 물어볼 것도 있으니 CD를 들고 가겠다 했다. 디어러들은 수임료 적게 줬다고 사무장만 절대 만나지 마라. 무조건 변호사를 만나서 상담해라. 그래야 변호사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변호사를 만나니 로스쿨 출신 여자 변호사다. 그런데 참 좋은 것이 피해자 얘기를 자기 일처럼 들어준다. 내가 보내준 자료를 모두 열심히 공부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미생에 나오는 강소라처럼... 그렇게 이쁘다는 것은 아니고 똑똑하며 열성적이다는 것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나오면서 고참 변호사와 인사를 한다. 고참 변호사는 걱정말라고 한다. 나도 믿는다. 제발 상대측 변호사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길...
오늘 공판이 시작되었다. 재판장은 바뀐 판사다. 믿음이 간다. 판사가 자료를 많이 본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먼저 신문에 나온 사진이 포토샵 작업을 했는지 묻는다. 전혀 아니라고 우리측 변호사가 답변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다. 우리가 기존 의료 감정의사에게 추가 사실조회를 요청했기에 그 결과가 오는 다음달에 추가 공판기일을 잡았다.
그때 상대측 변호사가 한마디 한다. 다른 병원에서도 X-Ray를 찍었는데 똑같이 판별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판사가 내게 묻는다. 다른 병원에서도 X-Ray를 찍었냐고. 이때 답변이 중요한데 찍기는 찍었는데, 판사가 원하는 것은 예, 아니오다. 부연 설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답변한다. "Chest 사진은 찍은 적이 있지만 Cervical Spine 사진은 피고 병원밖에 찍지 않았습니다." 닭뼈가 목에 걸려 있으니 Chest 사진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상대편 변호사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닫는다.
재판장이 피해자 부모인 나에게 얘기한다. "재판이 시작된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애기는 좀 어떤가?" "지금은 괜찮다." "재판과 상관없이 참 다행이다. 소송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해를 해 달라. 원래 의료 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겠다." 참 친절한 판사다!
다음 공판은 12월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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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