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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가면 집사람이 옆집 어르신 집에 들러 한 시간쯤 할머니 얘기 상대가 돼드리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할머니는 시골생활이 적적하기도 하고, 어르신은 치매 기가 약간 오면서 갈수록 애기같이 철이 없어지고, 어디 얘기할 상대가 없다 보니... 해서 덕분에 우리는 마을 돌아가는 사정에 바싹하다.
우리 마을에는 총 여섯 가구가 있다. 오늘은 마을 입구에 있는 혼자 사는 80대 초반의 할아버지 얘기다. 할아버지는 체구가 크면서 중 뚱뚱하고, 걸음걸이는 좀 느리면서 약간 뒤뚱거리기도 한다. 우리끼리는 뚱보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우리가 그 마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옆집 할머니가 그 영감이 손이 좀 거치니 물건 간수를 잘 하라는 정도의 귀띔을 해 주신 적이 있다.
한 6~7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좀 먼 친척 조카 내외가 이웃에 살고 있었는데, 부부싸움 끝에 여자가 한밤에 집을 뛰쳐나와 시 아저씨 뻘 되는 뚱보할아버지 집으로 피신해 왔다. 조카가 여기저기를 찾아 돌아댕기다가 다음 날 날이 밝고 아저씨 집으로 찾아 와봤더니 여자가 속옷을 다 벗고 안방 이불 밑에 누웠더란다. 추워서 몸을 녹이고 있던 중이라고 했단다. 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암튼 그 얘기를 해 주면서, 할머니는 사람이 어찌 참 희한한 일이라고... 그래도 시 아저씨-조카며느리 사인데... 해쌈서 차마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뭔가 단정하는 게 있어보였다. 울 집사람이 보기에.
우리는 십년을 넘게 드나들면서도 설추석 명절이면 마트에서 양말 세트 같은 걸 사다가 옆집 할머니 통해 전해드리는 것 외에는 왕래가 없이 지냈다. 마주치면 그저 꾸뻑 꾸뻑 인사나 할 뿐 나나 집사람이나 대화다운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들 둘 딸 하나가 있는데, 아들 둘은 가끔씩 다녀가고 또 철되면 근처에서 관리기를 빌려 와서 마당 텃밭을 다듬어 감자, 배추 이런 걸 심어주고 가기 때문에 여러 번 본 적이 있고, 딸은 멀리 큰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둘째 아들은 키가 좀 크고 깡마른 체격에 얼굴은 까무잡잡하면서 험하게 생겼고 입은 엄청 거친 편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흔을 좀 넘긴 노총각이다. 인근 면에 있는 비철 광산에서 오랫동안 광부로 일했는데, 폐광이 되고 회사가 정리되면서 2억 정도의 퇴직금을 손에 넣었다. 그게 한 5년쯤 전의 일이다. 이즈음에 저네 아버지 집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뭐 집을 새로 지을 거라는 둥, 땅을 좀 살 거라는 둥 이런 저런 말들을 하고 다녔다. 그러고는 어느 날부터 살림을 차렸다면서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여자 아이 하나 딸린 좀 젊은 여자와 같이 나타나곤 했다 그 몇 달 뒤에는 그 여자에게 퇴직금을 모두 털리고 여자는 어디론가 튀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었단다. 20년을 넘게 지하 광산에서 개고생하다가 마지막으로 손에 쥔 목돈을 한방에 훅 다 날리고, 동네 챙피해서 그런지 지금은 거의 오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나이도 나이고 당뇨도 좀 있고 혈압도 높고 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그런 차에 이웃 면에 장이 섰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구경 갔다 오다 고개 길에서 넘어져 보름 넘게 입원을 했다. 그 뒤끝으로 할아버지의 기력이 많이 떨어져 큰 아들이 고민 끝에 좀 멀리 떨어진 요양원에 데려갔다. 할아버지는 거기 안 있을 거라고 집에 갈 거라고 난리 난리를 쳐서 며칠 못 있고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고 다시 시간이 얼마간 흘렀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 한 번은 할아버지 집에 여자가 들어왔다. 면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는 50대 초반의 아줌만데, 누가 소개를 했단다. 할아버지가 같이 살자고 하니까 여자가 빚이 있어 일을 해야 된다고. 그럼 그 돈 내가 해주겠다고. 해서 삼백만원인가를 해주고 데리고 왔다. 그러고는 3일인가 있다가 여자가 집을 나가버렸다. 할아버지가 다시 그 다방으로 찾아가서 담판을 지은 끝에 300만원을 더 주고 여자를 데려왔다. 그러고는 일주일이 채 못 돼서 여자가 다시 집을 나갔고, 이번에는 어디 멀리 떴는지 영영 찾지를 못했다. 할아버지는 기가 팍 꺾인 채 예전의 무료한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집사람이 그게 되더래요? 이케 물어봤대. 뭐 여자들끼리니까. 할머니 말씀이, “그 비그란가 머 그런 약이 있다면서? 그거 먹고 하긴 했대. 아주 좋더래. 그 참 희한하지 ㅋ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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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