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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도 옛날 얘기 하나 / 소녀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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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적모험
날짜 : 2011-04-16 (토) 13:36
조회 : 8564
추천 : 61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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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모험 기자 (시기자)
기자생활 : 5,17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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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 낮잠 넉넉히 자둬라. 모든 스트레스 & 홧병의 근원은 수면 부족이다.
봉각카 봐라. 순전 쟈가, 잠을 못자서 저러는 거다. 폐인? 한순간이닷. 흐...
늬들의 '건강한 낮잠 유도' 를 위해, 예전 글 하나 옮겨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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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으, 가장 잘나가던 시절은 초딩때였다.
* 그 땐 달걀 귀신에 맞설 정도로 겁대가리가 없었고,
숱한 밤 학교 변소란 변소는 다 뒤지고 다녔더랬다. 작대기 두나 들고서.
여차하면, 십자가를 던지고 달아날 빈틈 없는 태세로.
* 그 땐 정의를 행사한답시고? 수시로 돌멩이도 집어 던졌고,
어느 날 또래 남자애 하나가 동네 코흘리개의 아랫도리를 훔쳐 봤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만 해도 불의를 참지 못했던 나는 당장에 찾아가,
녀석을 훈계하기 시작했다. 코를 즐겨 흘리던 '석종'이라는 그 녀석은
한참을 묵묵히 듣더니, 갑자기, 내게 발차기를 해댔다. 내가, 미처,
돌멩이를 집어들 겨를도 없이. 그렇게 나는 일방적으로 얻어터졌다.
이후로 나는 불의를 봐도 참는다. 물론, 돌멩이도 더는 신뢰치 않는다.
그리곤 잔머리를 굴려, 나의 저 비굴함에 대해 다만 이렇게 해명한다.
이것은 일종의 '인내' 다. -_-;;
어쨌거나, 나는 저 녀석을 어른들에게 고발하지 않았다. 그 시절 우리는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난 다만 까불다 자빠져서 절뚝거릴
뿐이였고, 어쨌거나 녀석에게선 다신 그런 소문이 돌지 않았으니까.
얼마 전 녀석의 소식을 들었는데, 녀석은 지금 일수쟁이가 되어있단다.
체어맨을 몰고 일수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어깨들 몇몇 키우며 산단다.
즐거운 타전이였다.
* 그 땐 분칠을 하지 않아도 곱게들 봐주었으며.
운동회때 늘 하던 놀이중 하나가, '꼬마신랑' 놀이였다. (난 여자다 -_-;;)
난 언제나 학교대표 꼬마신랑이였다. 아마도 키가 콩알만해서였을 것이다.
매 가을 운동회때마다, 학교셔 제일 이쁜 여자아이를 신부로 맞곤 했었다.
내가 만약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했더라면? 나는 지금 더, 깨가 쏟아졌을까.
* 그리고 그 땐,
소주를 마시지 않아도, 피식피식 웃을 줄 알았다.
#2. 골치가 늘고, 뇌수의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그것은 암울한 진화의 시작이였다. 연애가 귀찮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선생들은 모두 적군이였으며, 거짓말의 재미를 알았고, 사는 게 퍽퍽했다.
그 시절 내게 유일한 위안은 '프로야구'였다. 주말마다 틀어박혀 타율과
방어율, 심지어 선수들 허벅지 사이즈까지 눈에 꼭꼭 익히곤 했다.
그 때 나는 이미 우민화의 대표주자였던 것이다.
#3. 여학교에도 험악한 소문이 나돈다.
누가 어제 면도칼을 씹었다더라, 혹은 누가 어제 언놈이랑 잤다더라, 같은.
나는 소문의 당사자는 아니였으나, 그 당사자들과 가까이 지냈다.
물론 그것들은 소문에 불과했다. 누구도 면도칼을 씹지 않았고,
누구도 때이른 엄마가 되지 않았다. 내가 기껏 그들과 한 것은,
성경수업을 땡땡이 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음,, 자판기 컵도
훔쳤구나. -_-;; 난 언제나 모범생이였다. 학생회 간부였다.
소문이 안좋은 친구 하나가 어느날 소나무밭에서 내게 말했다.
넌 공부도 잘하믄서 왜 우리랑 노냐? ,, -_-?
목적이 같았으니깐. 근데 그때 그 미화는, 지금 잘 사시는가?
#4. 조그만 시골 학교. 반이 4개뿐인 학급. 반 이름도 '송죽매란'
나는 3년 내내 송반이였고, 같은 담임이였고, 늘 또래보다 더 많이
세상을 걱정했다. 성적은 머잖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5. 중 2, 어느 날 이쁘장하게 생긴 여교사가 새로 부임해왔다.
여교사의 등장은 마치 1년 후배를 맞이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였다.
우리는 우습게 봤고 여자는 당황했다. 우리는 시끄러웠고 여자는 우왕좌왕했다.
우리는 갈수록 자세가 흐트려졌고, 감당이 안 된 여자는
결국 수학선생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 조언이란?
웬지 우두머리일 것 같은 녀석 하나를 색출하여 박살내버리는 것이였다.
근데 이 선생 뭔가 착각했던지, 조신하게 잠만 자던 나를 지목한 것이였다.
여자는 허구헌날 나를 갈궜다.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_-++
당시 통통히 뿔어있던 내 볼따구를 보고 '이래가꼬 연애를 하겠니' 이런식으로.
내 볼따구가 뭘 어쨌다고. 참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내 볼따꾼 인기가 많았다!!
종례를 요청하러 교무실로 가면 보는 선생 족족, 아유 이뻐, 하고 꼬집었으니깐!
헌데 왜! 이미 반항의 맛을 알던 나는. 잘못 건드렸다, 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어느 날 나는 메모 하나를 써서 출석부에 끼워뒀다.
메모를 본 여자가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이후론 나를 내버려두었다. 무승부.
선생님 발목 겁나게 굵어요. 그래서 시집이나 가겠어요?
기분 나쁘죠? 엄청 나쁘죠? 누군가도 그랬습니다.
#6. 20년후에 살아갈 집을 그려봐요. 반드시 방향계를 그려넣구요.
저건 어느 날인가 가정시간에 나온 과제물이었다. 당시 가르치던 도면과
방향계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는지를 알고자 했던 것 같았다.
며칠을 고민하던 나는, 당시만 해도 상상력과 고집으로 충만했던 나는,
덩그란 우주에 동그란 원 하나를 그렸고, 그 내부 공간을 정확히 4등분하였다.
자는방, 먹는방, 씻는방, 읽는방. 그걸로 족할 것 같았기에. 그리곤, 덧붙였다.
이곳은 우주공간이라, 방향계는 필요없습니다
그 때로부터 17~18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우주는 멀다.
그리고 지난 그 세월은 방향계 없이도, 크게 엇나지 않았다.
#7. 고등학교 시절, 교내백일장이 열렸다.
황금같은 오전 4시간을 땡땡이 칠 수 있는 기회.
애들과 함께 학교 앞 분식점으로 우루루 몰려가 떡뽁기를 먹으며,
우린 황색잡지의 커버스토리들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 4시간은 충분히 짧다 !!
마감시간은 촉박해오고 뭔갈 적어내긴 내야하고, 대충 단어들을 조합하고
짜내 적어낸 것이 덜컥, 장원을 먹었다. 애색히들이 '저항시인' 라며 놀려댔고,
창피해진 나는 상품으로 받은 노트 서너권을 싼값으로 후딱 처분해 버렸다.
이것은 내가 선생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였다.
#8. 고딩때 무리중 누군가가 물었다.
이상형이 어찌 되냐고. 많은 답들이 쏟아져나왔다.
키 큰 남자. 잘생긴 남자. 가슴에 털난 남자. 돈 많은 남자. 등등.
근데 그 때 난 정말 이상형이 없었다. 암만 생각해봐도 이상형이란 없었다.
그래서 대충 꺼내놓은 말이 애국자였다.
애국자라면 웬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_-;;;
지금 생각하면 폭소부터 터지지만, 그 때 난 꽤나 진지했다.
소개팅에 나가면 언놈이 애국 잘하게 생겼냐부터 따졌으니깐. -_-;;
지금은? 그런거 없다.
#9. 그 무렵, 이 노래 참 좋아했다.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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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적모험
날짜 : 2011-04-16 (토) 13:36
조회 : 8564
추천 : 61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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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