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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달임의 고전은 역시 꽁꽁 언 겨울을 호명해 내는 것이다. 산에 눈이 많이 와서 애동들이 꿩을 좇고 몰아 온 토끼를 삶은 고기국에, 어머니가 김치가리에 쟁여두었던 동치미 물을 섞고, 볕 선 예대가리밭 바람 맞은 메밀 갈아 빚은 반죽을 산멍에 모양 분틀에 눌러서는, 아비는 큰 그릇에 아들은 작은 사발에 사리워 내는 국수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白石, <국수>를 내 멋대로 요약함)
복달임의 윗끗은 참기름 소금에 찍어 꼭꼭 씹어 먹는 민어 부레라 감히 주장한다. 미끈덩 참기름 향내 쫄깃한 부레를 씹으면 서늘함이 등골을 타 내리는 데, 슬몃 또아리 짓는 호사 취미는 정녕 염치 없고 느닷 없다. 저민 민어 어란을 혀 끝에 얹어 맛보고 싶어하는… 그 여름의 끝은 바로바로, 샤갈의 눈 내리는 밤! 나와 나타샤와 푸른 반바지를 걸친 당나귀가 되고 싶은 게다.
복달임의 아랫끗은 새콤한 쫄면이다. 인천 신포만두 쫄면이 원조다. 갈래머리 여고생들에게 위장장애라는 고질병을 안겨준 고약한 맛이기도 하다.
신포동 쫄면 우뭇가사리무침 골목에 들어서면 충공깽스럽게도 <터진개보신탕, 통개전문>라고 새빨간 페인트로 쓴 광고판이 보인다. 빨간 페인트 글씨는 <간첩을 잡자>라는 보안사령부 포스터 글꼴과 잘 어울린 다는 생각을 한다. 고개 돌려 외면하던 그 터진개골목. 갓 스물 남짓 시절에는 조선사람 다 된 화교 지집아들하고 터진개 골목을 휘저었다. 갸들은 한국을 오가던 홍콩 대만 등지로 오가던 일가붙이들 물을 먹었는지 기집애 답지 않게시리 함부르크 시절 비틀즈처럼 가죽자켓을 걸치고 다녔다. 양키시장에서 산 모레(그 시절 우린 양담배 상표 more를 모레라 읽었다.) 시가렛을 꼬나 물고 신포동 내리막을 걸었다. 일제 때 지어진 인천우체국 앞에 다다러서는 <카사노바> 같은 간판을 단 까페 노천 좌석에서 하이네캔을 땄고,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를 바라보며 아지 못할 초조를 맛봤다. 사내 새끼가 말이다... 무의도(舞衣道)는 실미도의 몸섬이다. 올 여름에 거기 갔다. 거기 가는 배편에서 <하나개> 해수욕장 광고를 본다. 하나개? 큰개? 갸웃한다. 큰 개 하나를... 신포동 <터진개보신탕, 통개전문> 빨간페인트가 지르는 광고판을 솜씨 좋게 아우르는, 무의도 사람들의 포스트충공깽스런 조어신공에 감탄한다.
그러나 아뿔싸! 모국어 구사력이 기껏 여기인가? 급 실망감한다. 새우개는 새우잡이 배가 드나드는 물길, 하나개는 넓게 펼쳐진 갯벌로 난 물길, 터진개는 바다로 뭉툭 내민 땅-곶으로 열린 물길인 걸 이내 알게 된다.
복달임 입맛을 다시며 내달린 상상력이 충공깽깽, 빨간 페인트 터진개 통개 하나개 보신탕에 머무는 수준이라니! 복달임이 아니라 조리돌림으로 대신해야 할 듯하다. 여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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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