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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허름한 한복을 입은 한 할머니가 지하철에 올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순하게 생긴 한 청년 앞에 섰다. 할머니는 입이 합죽하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허리가 약간 굽어 있어 얼핏 보기에도 연세가 여든은 넘어 보였다. 청년은 망실임 없이 자리를 양보하였다.
청 년: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할머니: 애구, 고마워 학상.
청 년: 예....
할머니: (아까부터 입을 계속 우물거리면서, 치마 섶을 비집고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은박지로 감싸져 있는 뭔가를 꺼내 청년에게 내민
다). 이거 먹어봐.
청 년: 아녜요, 할머니.
할머니: 괜찮아. 먹어봐. 내가 고마워서 그래.
청 년: (계속 사양하기가 곤란한지 받아서 조심스레 은박지를 벗겼다.
촉촉한 아몬드 열매였다. 먹고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할머니가
계속 보고 있어 할 수 없이 아몬드 열매를 입에 넣었다. 맛이
고소한지 조금 우물거리다가 이빨로 깨어 먹었다).
할머니: (잠시 후에 입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몬드 열매였다. 아몬드 열매를
한쪽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고는 치마 속 주머니에서 또 뭔가를 하나
꺼내 은박지 포장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아몬드 초콜렛이었다.
아몬드 초콜렛을 입에 넣고는 좀전에 입에서 꺼낸 아몬드 열매를
은박지로 조심스럽게 싸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청 년: .....
우리 사무실에 고약한 이가 하나 있는데, 그가 뭘 같이 하자고 할 땐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가 뭘 하자고 하면 그 할머니가 생각났다.
난 지금 오리온 아몬드 사탕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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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