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머리 각하가 등장하면서 심야 통행금지를 해제시켰다. 그 결과 유흥산업과 룸문화가 번창하고 심야 영업이 활성화 되었다.
대머리 통치하에서 군제대 후 지방에서 심야카페 알바로 일한 적이 있는 데 당시 모든 카페는 룸을 갖추고 있었다. 룸의 분위기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던 시절이었으니 요즘으로 치자면 러브호텔의 시설만큼이나 룸수준을 따지던 시절이었다.
요즘의 룸은 정상적으로 문짝까지 설치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법적으로 칸막이 설치만 가능했기 때문에 유리로 룸을 만들고 커텐을 달아 문과 같은 효과를 노려 불법을 피해갔다.
80년대 사람들은 미친 듯이 룸을 찾았다. 왜 그렇게 룸을 좋아했을까? 룸의 유리벽을 짙은 썬팅지로 발라 놓았지만 백열등 불빝에 사람들의 모습은 흐릿하지만 룸안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의 룸카페 문화는 연인들에겐 둥지처럼 아늑하면서 끈적끈적한 공간이었다. 그 때 내가 보고 겪은 비릿한 기억때문에 카페에서 절대 룸을 이용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25여년이 지났지만 당시를 추억하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여고생 딸을 둔 40대 아줌니를 만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지방으로 내려와 우리 카페를 찾던 50대 중반의 멋쟁이 서울아저씨. 아줌니가 카페에 들어서면 섹소폰 연주곡과 붉은 체리브랜디 두 잔을 시켜놓고 20대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아저씨의 사랑을 늘 조심스럽게 대하던 중년의 싱글 커플. 두 사람의 결혼은 확인할 수 없었짐만 그 아저씨만 보면 가슴이 좀 뭉클해 지던 기억이 떠오른다.
알바들 사이에 키싱피쉬로 불리던 커플도 있었다. 당시로선 정말 파격적인 28살 총각과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마흔의 아줌마와의 사랑. 하루라도 빠지면 알바들이 걱정해줄 만큼 매일 우리 카페를 찾아 왔다. 매출 증대를 위해 비싼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룸출입을 시키지 않는 것이 룸카페의 경영원칙이었지만, 알밥들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그들을 룸으로 안내했다. 어느 날 양가부모 상견례을 우리 카페에서 하더니 곧바로 결혼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커플이었다.
망칙한 커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정말 황당했던 경험도 있었다. 어느 날 ROTC제복을 입은 커플이 룸에 들더니 술과 안주를 시켰다. 여기까지는 정상이다. 근데 손님이 많고 테이블 전율이 높으면 안주접시나 술잔이 부족해 진다. 그래서 알바들이 룸을 돌아다니며 그릇을 수거해 오는 데 대게 밖에서 노크를 하고 룸손님의 대답이 있으면 들어가 그릇을 수거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근데 알바 한 녀석이 노크만 하고 불쑥 커턴을 젖히고 룸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헐~! 숨좀 돌리시라.)
알밥의 당시 상황 묘사에 의하면 알티 흉은 제복 바지를 내린체 스텐딩 자세로 서있고 그녀는 커텐 뒤 그레꼬로망 밧데루 자세로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 분위기면 양심있는 알바라면 그냥 나오면 될 일인데, 이 알바는 한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끝까지 그릇을 챙겨 나온 것이다.
(아~!! 내 얼굴이 뜨겁다.)
아무리 상상해도 그릇을 치우는 동안 민망스런 자세로 서있었을 그 알티와 여친의 마음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로 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
그 알티가 모자까지 꾹 눌러쓰고 빵빵칠 가방을 들고 카운트 쪽으로 다가오더니 아까 룸에 들온 사람이 누구냐고 따진다, 모른척 하소연을 들어준다. (ㅋㅋㅋ~!)
내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타일러서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알티는 하던 짓 마무리하고 나왔을 거 같더라. 대단하지요? ~ ㅋㅋ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