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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 이하응 작품)
내 아버지의 당고모님이고 내게는 6촌 대고모님이 되는 분이 계셨어. 우리집은 워낙 손이 귀해서 먼 친척들도 오고가는 분위기야. 그래서 나도 그 고모님을 잘 알아. 촌수만 높지 우리 아버지보다 어린나이였고 같은 동네 국민학교를 다녔지. 예전에는 멀리 있는 사람 만나기가 힘들었으니 대부분 동네에서 연애사건이 벌어지고 했었는지, 우리 아버지의 단짝친구와 그 고모님이 연애를 한거지. 그야말로 알흠다운 첫사랑.
고모님은 집도 어렵고 학교도 못다녔지만, 아버지 친구분은 여러가지로 잘 나신 분이어서 결국 집안에서 엄청 반대. 결혼은 따로따로...
각자 애들 만들고 행복하게 사셨지. 이 분들이 50대가 된 어느날. 울 아버지 친구분인 아저씨가 아버지를 찾아와서 하소연을 했단다. 자기는 사회적인 명예도(사관학교나와 별까지 달고 있었고 예전에는 그게 꽤 큰거였나봐), 돈도, 건강도 모든게 아쉬운게 없다고. 단 딱 한가지 인생에서 마지막 소원은 그 예전 첫사랑을 단 한 번만이라도, 목소리라도 듣고싶다고. 개념없는 울 아버지가 결국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셨지. 고모할머니는 충주에서 터잡고 계셨고, 아저씨는 대구였으니 별 생각없이 알려주신거지.
사람의 욕심이 그게 그런게 아닌거야. 목소리 듣고 나면 얼굴도 보고픈거지. 아저씨가 충주로 찾아왔고, 바로 고모할머니 남편에게 들키게 되었으니 참으로 재주들도 없는 분들인거 같아.(사실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야 뉘가 알련만) 집안에 한 바탕 난리가 났지. 고모할머니 남편은 이나이에 애들 다 키우고 사는데, 이혼할 수도 없고,,, 하며 우리 아버지 찾아와서 하소연...
결국 아버지의 중재로 일단 아무일없이 가자로 결정이 났는데, 재미있는건. 당시 고모할머니는 당뇨병에 걸리고 어려운 살림살이 하시느라 아주 많이 늙고 매력이라고는 찾기힘든 아짐이었고, 아저씨는 정말로 멋진 중년남 그 자체였거던. 워낙에 미남에 훤칠한 키와 몸매 게다가 돈도 있고. 그런데 이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에게 그러더래. 지금도 그녀를 보면 18세 그 마음 그대로 설래고, 그녀는 꽃다운 처녀시절과 똑같이 이쁘다고. 내가 봐도 둘은 너무 아니었는데.... 첫사랑이란게 그런건가봐.
이분들이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는 우리집의 대사 때 뿐이였지. 우리 형제들의 결혼식 같은.
근데, 우리 아버지는 그런 행사 있을때 두 분이 같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게 배려해주곤했어. 우리도 은근히 그러길 바랬고.
근데, 얼마후 워낙 몸이 안좋던 고모할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어. 60도 못보고 가신거지.
그리고 1년쯤 지난 어느날 우리 집에서 책 한권을 발견했어. 그 책은 우리 고모할머니의 남편이 쓴 자서전이었지. 그 책을 읽고 너무나 놀랬어. 그 책은 온통 아내와의 사랑이야기로 가득했거든. 처음 아내와 만나서 결혼하며 아이낳고 사는 구비구비에 얼마나 깊은 사랑이 있었는지를 표현해 두었더라고 눈물이 나올 정도였지. 그 내용을 자비출판해서 주위의 모두에게 돌린거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지만, 난 그걸 자존심과 질투 그리고 상대방 남자에 대한 복수내지는 허세도 포함되었을 거라고봐.
이제 이분들도 70대에 접어들었어. 지금 남은 두 남자는 그녀를 추억하고 있겠지? 각자의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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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