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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 Arnold, Marilyn Monroe Reading Ulysses, Long Island, New York,1954
먼로가 무릎 위에 율리시스를 펼쳐놓은 이 장면은 설정일까 포착일까?
먼로가 이 책을 정말 읽었을까 의심한 사람들이 있었고, 사진작가가 진위를 확인해줄 정도로 말이 오갔던 사진이다. 그녀가 이 난해한 책을 역시 읽지 않았기를 바랐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먼로를 오해했거나 율리시스를 오해했거나.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먼로는 잘 모른다만, <율리시스>를 즐겼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자마자 단박에 알아차리게 된다. 샤넬 No.5가 잠옷이라는 먼로의 말이 ‘조이스’스러운 것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자신의 ‘불멸’을 걸고, 세상과 게임을 벌이는 조이스의 또라이같은 글쓰기에도, 문학사상 가장 난해한 책이라는 평가에도, 어차피 소설이란 둘 중 하나다. 재밌느냐 재미없느냐.
먼로는 조이스가 짜놓은 퀴즈에는 관심 없고, 소설의 재미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새 퀴즈의 답을 고르게 되고, 나만의 답안지를 만들어 간다.
사진 속 먼로는 책의 뒷부분을 펼쳐 들었는데, 마지막 장인 그 페넬로페 편을 읽어보면 안다. 먼로는 <율리시스>를 읽기 어려워했으나, 그 소리를 사랑하여 혼자 소리 내 읽었다. 나도 먼로가 그랬듯 제1장부터 ‘정주행’ 하지 않았고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고, 게다가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 제18장, 몰리의 독백 부분을 가장 먼저 읽었다. ‘외설’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몰리의 독백을 읽다 보니, 변태 같은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던 <율리시스>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다고 어렴풋이 느껴지더라. 곧 몰리를 산에 핀 꽃으로 만든 남자 블룸이 궁금해져서 책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조이스의 게임에 말려든 거다 ㅜㅜ.
(블룸Bloom은 ‘꽃이 피다’는 뜻의 영어인데, 블룸이 편지 연애를 할 때 쓰는 필명은 ‘헨리 플라워’다.)
미국의 매그넘 사진작가 이브 아널드(Eve Arnold, 1912-2012)는 1950년대에, 메릴린 먼로를 즐겨 찍곤 했는데, 어느 날 롱 아일랜드 해변에서 먼로와 사진 작업을 하다가 그녀가 <율리시스>를 읽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먼로는 자동차에 <율리시스>를 싣고 다녔다고 한다. (가방에 넣어 다니긴 어려운 책!)
아놀드가 먼로의 사진을 찍으려고 동네 어느 놀이터에 차를 세우자, 먼로는 <율리시스>를 갖고 내렸고, 사진 작업 준비를 할 동안 책을 펼쳐 들었다. 아널드는, “그래서, 물론, 나는 그녀를 찍었다.” 라고 썼다.
아래는 이브 아널드가 작가 커슈너(R.B.Kershner)에게 쓴 편지 일부분이다. 커슈너의 책 <조이스와 대중문화(Joyce and Popular Culture)>에 실렸다.
We worked on a beach on Long Island. She was visiting Norman Rosten the poet…. As far as I remember(it is some thirty years ago) I asked her what she was reading when I went to pick her up (I was trying to get an idea of how she spent her time). She said she kept Ulysses in her car and had been reading it for a long time. She said she loved the sound of it and would read it aloud to herself to try to make sense of it — but she found it hard going. She couldn’t read it consecutively. When we stopped at a local playground to photograph she got out the book and started to read while I loaded the film. So, of course, I photographed her. It was always a collaborative effort of photographer and subject where she was concerned — but almost more her input. (1993.7.20.)
자신에 몰입한 여자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낡은 율리시스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섹시할까나? 게다가 그 대상이 몰리의 독백이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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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