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고 조직의 지향이라는 것이 있다. 그 둘이 잘 맞지 않으면 후자에 맞추는 것이 상식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것이고...
이 원칙은 목구멍이 포도청인 월급쟁이덜 뿐 아니라 한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 자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노무현이 '반미면 어떻냐...'고 설레발 쳤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는 미국의 요구로 이라크에 파병을 했어야 했다. 그건 노무현 개인의 성향과는 그닥 맞지 않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이라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시리아 공습을 전격 결정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총대를 매기는 커녕 그 결정을 의회에 떠넘겼고, 그 과정에서 자기 보좌진들과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고성이 오고갔다고 한다.
아다시피 현재 독일과 영국은 공습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된 상태다. 미국에 되도 않는 라이벌 의식이 있는 프랑스만 공습에 긍정적이다.
여기서 미국의 지도자가 확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얼굴 표정은 결연하지만 엉덩이는 벌써 한참 뒤로 뺀 상태다. 이래 가지고서야 '제국'이 제대로 굴러가겠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만의 내부적 대결이었으면 이 게임은 예전에 끝났다.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 하는 건 미국과 서유럽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황은 여러가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정부군 쪽이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할 일은 확실하게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국에 의한, 제국을 위한, 제국의 세계질서 유지가 가능하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실패하면 시리아는 핵무장까지 진도를 쭉쭉 나갈 것이다. 핵확산은 제국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시리아가 이라크/리비아처럼 만만한 상대도 아니다. 이 둘은 친미를 선택했다가 미국에 뒤통수 맞은 케이스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뒤에는 러시아의 지원과 시리아-이란-북한 커넥션이 있다.
한 개인은 그의 대외적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고, 국가의 정체성은 국제관계 안에서 규정된다. 미국/유럽이 선진국이고 민주주의가 발달한 것은 그야말로 그들의 내부사정일 뿐이다. 그들의 진짜 정체성은 제3세계를 착취하는 제국주의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정체성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미국대통령이 할 일인데, 물러터진 오바마를 보면 이제 제국의 시대도 슬슬 황혼에 접어드는 듯 하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