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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다.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이 연일 타오르고 권은희 수사과장의 당당함으로 잘 나가던 차에 갑자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 DJ 내란음모 사건 이후 33년만이라는데, 이런 법조항이 아직도 있을 줄이야. '박근혜가 당선되면 유신독재가 부활할 것'이라는 시중의 우려는 이렇게 취임 반년만에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DJ 내란음모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래서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느니 유신독재에 분노한다느니 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번 사건에서 다시 박근혜와 국정원의 눈치를 보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머리가 나쁜 것인지 겁이 많은 것인지, 정치공작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스스로 지목한 박근혜와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또다시 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는 국정원은 부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 진보쪽 인사를 거금으로 매수하여 2008년부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을 사찰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매수한 프락치를 통해 몇 달전 전쟁정세 관련 이석기 의원 강연과 참가자 토론 녹취록이라는 것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녹취록 자체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조작인지 현재로서 알길은 없으나 언론만 보면 나라가 정말 비비탄 총에 전복이라도 될 것처럼 난리도 아니다. 국정원과 언론들은 거짓과 왜곡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세뇌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쉼없이 기사들은 쏟아지지만 내란은 커녕 이들에 의해 누구 한사람 해꼬지 당했다는 이야기는 단 한가지도 들리지 않는다.
요컨대 국정원 대선개입을 인정할시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당할 수 밖에 없는 박근혜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스케일있는 사건이 필요했고, 앞선 녹취록이라는 것을 근거로 내란음모 사건을 33년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요즘 김한길이 참 밥맛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치공작은 바로잡자면서, 또다른 국정원의 정치공작인 내란음모 사건 조작은 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고문으로 다리까지 절어야 했던 DJ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사람은 아주 작은 거짓말 보다 큰 거짓말에 잘 속는다" -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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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