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당일, 역대 어느 당대표의 대표취임 연설, 혹은 수락 연설에서 느끼기 힘든 감동을 준, '부채만 상속론'에 대해서 예상은 했지만, 암담한 현실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참여당을 '관장사'로 공격하는 양아치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역할은 할 것이라는 것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마음의 빚을 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또다른 두 가지 반응이 그것이다.
하나는 자기의 치부를 들켰을 때 느끼는 인간의 공통 감정인, '태연자약한 듯 무시하기'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성찰적인 경우에 나타는 '자기를 돌아보기'가 그것이다.
결과를 보니 양아치들은 일단 '관장사론'을 더 못 써먹는데 대해서 몹시 화가 난 모습인 것 같다. 철저하게 '무시론'을 주로 펴는 게 눈에 보인다. 아예 이 말을 했는지조차 '없던 일'로 만들려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신 다른 화제를 들고 나와 참여당과 유시민을 견제하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애들 중에도 이 '침묵이나 외면'을 선택한 이들이 압도적이라는 것에 솔직히 매우 기분이 다운된다... 하다 못해서 자기가 그렇게 못하더라도 이렇게 이야기 하고 나오는 태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서운함이 내게 있나 보다... 적어도 참여정부와 노무현에 대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곳에서는 자기가 동참은 못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드러냄으로써 묵시적 동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심정이 내 마음 속에 있으니, 이런 아쉬움이 남는 것일거다...
끝으로는 솔직히 여기까지 기대는 거의 않긴 했지만, 현실에서 정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낀다...
'참여당과 유시민이 부채만 승계론을 폈는데, 사실 나도 그 부채가 있다. 나도 그 부채를 내 방식으로 갚고 싶다...'는 이야기...
비록 참여당과 유시민과 지금 함께 하지는 못해도, 참여정부를 만들고, 아니 국민의 정부까지 포함해서 멀리보면 6월 항쟁 세력의 주역들이 함께 만들어온 지난 민주개혁 정부가 남긴 미완의 과제에 대해 자신의 성찰을 근거로, '나도 이런 이런 부채가 있다... 나도 이렇게 이렇게 그 부채를 갚겠다, 혹은 갚는데 동참하겠다'는 이런 담론이 없는 것...
이게 바로 성찰의 부재, 지성의 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섭섭하고 답답하다...
작은 성찰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니, 용감하게도 그 부채를 혼자 다 짊어지겠다고 선뜻 깃발을 들고 나온 참여당과 유시민이 그래서 더 고맙다, 정말...
그 넓은 관악 캠퍼스를 군홧발에 그냥 넘겨줄 수 없어서, 자기라도 남아 있겠다고 했다는 80년 5월의 유시민에게서 느꼈던 그런 애틋함을, 그래서 다시 한번 느낀다...
아무도 그래 주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후세들이 부끄러웠을 것인가... 안중근이 바꾼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라도 저항해주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우린 슬펐을 것인가? 바로 그런 심정이다, 지금...
성찰은 없고 계산만 남은.....그런 분위기.
그러고보면 부채만 껴 안겠다 이말이 참 얼마나 묵직한 말인지.
생각해보니까 유시민더러 혹자들이 싸가지 없다고 하는 게
평소에 자기들이 생각 안 하고 싶고 피하고 싶고 덮고 넘어가고 싶고
이런 대목을 자꾸 말하고 쿡쿡 찌르고 그게 따끔해서 그런 거 아닌가.
아마 허를 찔린 느낌일 듯함.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