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국민참여당 2기 전국당원대회 날이었다. 난 토요일도 생업으로 독수공 가게를 지켜야 했다.
'같이 가고 싶은데, 잘 갔다 올께' ' 네' 전화를 끊고 나니 정말 꿀꿀하다. 장사도 안되고 놀 수도 없는 토요일이 제일 싫다. 서울시당 창당대회 이후론 뜨거운 열기를 함께 하지 못했다. 2009년 11월의 그 뜨거운 감동이 머리에서 뱅뱅뱅.
드디어 당원대회 시작 시간이 되고 인터넷으로 생방을 지켜본다. 이런 제길 트래픽이 많아 화면은 계속 정지와 스토모션을 되풀이 하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로만 그 열기를 느낀다.
여차 저차 시간은 흘렀는데 이 때 단골손님이 들어 왔다. 경상도 대구 사나이다. 얼른 스피커를 줄이고 화면을 내리고 손님맞이를 한다. 단골이니까 별 걱정 없이 팔면 그만인데 하필 물건이 없어 퀵으로 받아야 했다. 내 딴에는 당원대회 보고 싶은 마음에 한마디 했다. '여기서 기다리면 지루하니까, 물건 오면 전화 드릴테니 일 보시죠 뭐.' '얼매믄 되는데?' / '한시간 정도요' 그렇게 둘러치기 하고 다시 당원대회를 본다.
그냥 뿌듯하다. 지나온 시간 얼마나 힘들었나, 지금도 힘들지만 훨 나아졌으니까. 멋진사람들이다.
또 시간이 흘러 이제 투표와 수락연설만 남았는데 경상도 싸나이 들어 오며 -왔능겨? 아고, 당원대회에 정신 팔려서 퀵 독촉을 안했다. 토요일은 핑계대고 더 늦장을 부리는데. 시침 뚝 떼고, '아이 얘들 정말 느려 터지네요' 하면서 수화기를 든다. '아이 계속 통화중이네' 슬쩍 말하고 소리줄이고 화면 다시 내렸다.유시민 대표가 막 수락연설을 시작했는데...
- 라디오 틀어 났나, 이기 어디서 나는 소리... (싸나이 함성소리에 관심을 보이고 드디어 벽에 걸려 있는 '우리 노짱'사진을 발견하고.) - 아이, 절마가 왜 여기 걸려 있나?. 아하 사장님, 노사모인가 보네. 얼굴 표정 않좋다. '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입니다.' - 존경은 무슨 얼어빠진.. 대통령 해먹고 자살하는 놈을..절마 아니지.'
원치않는 시험에 또 들었다. 부디 차분하게 잘~~ 나를 달래는데,늘 나오는 스토리 시작. - 사장님, 절마가 돈 얼마 해먹었는지 모르는가부네.' 슬쩍 디밀고 '아이, 사장님, 노대통령이 재산은 커녕 빚만 남기고 가셨는데 뭔 돈을 해먹어요' - 에이, 우리나라 정치하는 놈 치고 돈 안해먹은 놈이 어뎄다고. 신문 안보요. 골프 연습장... '사장님, 혹시 봉하마을 가보셨어요? / 뭐한다고 가보노 / 대구에서 가까운데 한 번 가 보시지 그러셨어요. 그리고 그 골프연습장 말씀인데요.. 그 잔디밭이 둑방인거 모르셨죠? /뭔소링겨 / 그게 원래 조그만 저수지를 막은 둑이에요. 근데 너무 보기 안좋아서 잔디 심은 거구요. 그 너머는 아직도 조그만 저수지입니다. 경사가 져서 퍼팅 연습도 못하는데 그게 무슨 연습장이라고..언제 대구가시면 함 들러 보세요. 신문만 믿지 마시고' /아인데, 없는 소리... ( 밍구스러운지 이런 저런 헛소리 도중에 물건 도착, 물건을 조작하며 내가 한마디)
'사장님, 대통령 교부금이 뭔지 아시죠? / 잘 모르는데../ '영수증도 필요없고 대통령 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1년에 2조 정도 되는데요. 전대통령들이 그걸 가지고 다 정치자금으로 썼죠. 챙겨서 나오기도 하고. 근데 노대통령은 그거 한 푼도 안쓰고 재해복구비로 쓰셨어요. 정치판이 더러우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노대통령은 그런 분 아닙니다. 그냥 미워만 하지 마시고... (인정하기 싫어하는 표정과 이상하다는 느낌이 섞인 표정으로 그냥 큰소리로 이런저런 소리)
1라운드는 끝나고
- 가만, 이거 유시민이 목소리 같은데 어디서 나오는 소리지? ' 예, 컴퓨터로 제가 뭘 보다가 사장님이 오셔서 화면 내려서 그래요' - 어디 함 봅시다. (화면을 여니 유시민대표의 열띤 연설, 환호하는 소리가 나이브하다) - 유시민이도 좋아합니꺼? '네 제가 국민참여당 당원인데, 오늘 당대표 되서 수락연설 하는 겁니다.' - 유시민이 저느마가 국민학교 1년 후밴데.. 절마도 안돼! '하하, 사장님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안된다고 하시네요. 좀 잘 봐주세요' -안돼는 건 안돼요. 사장님(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경상도와 전라도 이기 우리나라와 일본하고 똑같아요. 별문제 없는 것 같은데 정치얘기 하면 안되는 기라. 내 처가 전라도 사람이고 우리 형제들 형수도 그렇고, 명절 때 모이면 정치얘기 절대 안하잖아. 하는 순간 끝이니까. 뭐 그게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안되는건 안돼. 그냥 운명으로 사는 기지.(가슴이 답답해져도 얼굴은 웃고 있는 나) '사장님, 언제까지 그럴 순 없잖아요. 사장님과 저도 맘 잘 통하잖아요. 자꾸 대화하고 이해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노력해야죠. 잘 좀 봐주세요, 부탁합니다. - 틀린 말은 아닌데, 잘 모르겠네. 힘들꺼야 껄껄껄.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서로 웃고 그렇게 몇 푼의 이문을 남기고 물건을 챙겨 우리의 꼴통 경상도 사나이를 보냈다.
정치적으로 꼴통이지만 좋은 사람이다. 어쩌라고? 먼 길 한발 한발 가는 수 밖에.
밤에 당원대회에서 돌아온 당원이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해서 날아 갔다. 표정들이 상기되고 들 떠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냥 감동과 희망으로 가득 채운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