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일 것이고 나도 반대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반대가 가져올 논리적 귀결들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3대 세습 반대가 세습에 의해 북한을 통치하게 된 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 앞으로 북한과 대화는 명분도 성립되지 않고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중국이나 일본 어쩌면 미국까지도 북한과 대화하는 급박한 시기가 도래한다면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중국이 계약을 통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야금야금 가져 가도, 미국이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과 미군 유해 찾기 등으로 북한과 접근을 시도해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우리가 대화를 안 하면 뭘 압박할 수단이라도 있어야지. 그나마 금강산, 개성 공단 다 끊어 놓았으니...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한반도 정세에서 독립변수가 된 적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시절에 북한과 채널이 통하고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했을 때 중국, 미국에서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한국 정부에 신경을 쓴 게 그나마 독립변수에 가까와졌던 경우이다.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처럼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독립변수라면 북한하고 대화 안 해도 그만이다. 북한은 그냥 "불쌍한 나라"일 뿐이다. 오히려 북한에서 핵 실험을 통해서 "제발 관심 좀 가져 주세요"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종속변수가 독립변수 행세를 하고 유연성을 초장부터 차단해버리는 게 전략적으로 옳은가?
3대 세습 반대를 명문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3대 세습에 찬성한다는 뜻이 아닌데, 진보신당에서 저리 나서는 이유는 뭘까? '종북성'을 문제 삼는 것은 좋다. 그러나 '3대 세습' 반대는 반대쪽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대화 단절의 못을 박아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3대든 2대든 세습 반대 자체는 합의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세습반대-> 대화단절'에 대해서 종속변수로서 대안은 사전에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점이다.
야 기분좋다